-마크롱 대통령 “NATO는 쓸모없어"...러시아에게 호재
-러시아 영향력 확대로 동유럽은 안보불안 시달려
-동유럽 소국 벨라루스, 양 측 중재할 수 있다는 분석
-전문가들 “벨라루스, 나토와 러시아 사이서 균형추구”

벨라루스 군 (사진=BBC)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마크롱 프랑스대통령의 최근 발언 등으로 유럽 내 안보의사결정을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동유럽 내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한다. 이에 러시아와 유럽의 갈등해결을 두고 벨라루스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북태평양조약기구(NATO)의 뇌사'를 애도했다. 그간 NATO의 역할과 실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유럽의 지도자는 여럿 있었지만, 그는 나토의 존재 의미 자체를 부정한 최초의 지도자로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되었다. 여타 유럽연합(EU)의 지도자들은 마크롱의 말을 재빨리 부인했지만, 현지매체들은 “나토가 1949년 창설이래 가장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요지의 분석들을 잇달아 쏟아냈다.

NATO의 내부 혼란은 유럽의 ‘잠재적인 적’이라고 여겨져 왔던 러시아에게는 호재다. 러시아 외무부의 마리아 자카로바 대변인도 질세라 마크롱의 발언을 ‘금쪽같은 말’이라고 치켜세웠다.그러나 포린 폴리시(FP)에 따르면 “마크롱의 발언에 대한 서구인들의 비난과 러시아의 행복한 반응은 어쩌면 더 걱정스러운 미래를 외면하고 있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와 NATO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안보에서 말하는 죄수의 딜레마는 어느 쪽도 상대방의 의도를 신뢰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경쟁국들을 저지하기 위해 서로는 필요이상으로 군사력을 증강한다. 양쪽은 각자의 증강을 방어용이라고 믿고 있지만, 상대방은 서로의 동기를 신뢰하지 않는다. 따라서 양 측의 군사력 증강은 위험할 정도로 반복된다. 그 사이에서 양 쪽에 낀 동유럽은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안보 딜레마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가령 러시아 군은 스웨덴의 칼스크로나 해군기지 근처에서 매년 군사 훈련을 실시한다. 스웨덴 관계자 측은 이에 대해 “과거 구소련 영역 이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모스크바의 계획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마크롱의 ‘집단안보’에 대한 회의는 동유럽 국가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한층 더 심화시킨다. 이에 일부 국가들은 그 대안으로서 미국에 주목하고 있다. 폴란드는 국경 내부에서 미군을 주둔시키기 위해 그간 무던히도 애써왔다. 실제로 2008년 중반까지 NATO와 미국은 러시아의 침략을 막기 위해 발트 3개 주와 폴란드에 4500명의 병사를 배치하고, 일대의 기타 국가에게도 수천 명의 중장비 병력을 따로 배치했다. 러시아에게는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침략행위로 간주될 수도 있다는 것이 모스크바의 시각이다.

反러시아 시위를 진압하러 가는 벨라루스 경찰들 (사진=로이터)

동유럽의 안보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이 현실화되려면 서유럽 국가들과 러시아는 함께 경제제재, 각국의 군비통제, 우크라이나의 문제 등에 대해 길고도 지리한 협상을 벌여야 한다. 이에 대해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역시 “동유렵 일대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줄여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벨라루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벨라루스의 정치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그저 유럽의 마지막 독재국가로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포린 폴리시는 “최근 벨라루스의 외교안보 정책은 벨라루스가 동유럽에서 안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들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진입시기에 러시아와 서방국가들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 전력이 있다. 2015년 양 측의 협정이 타결될 시 평화회담의 장으로까지 주목받았다. 유럽 3개국과 러시아, 우크리아나는 실제로 2주마다 벨라루스에서 회담을 갖는다. 10월 지역안보대화 포럼에서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유럽 안보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강대국들에게 평화를 위한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물론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주요 동맹국이다. 서유럽과 러시아의 충돌 시에는 모스크바의 편을 들 가능성이 높다. 루카셴코 대통령도 이러한 시각을 잘 이해한다. 그는 늘 “벨라루스는 전쟁이 시작되는 것을 막고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우리는 최전선에 서 있다. 우리가 살아남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어떤 다른 국가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루카셴코는 이와 동시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처럼 또 다른 전쟁을 일으키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한다.

벨라루스 대통령은 실제로 자국 내에 러시아 공군기지를 유치하는 것을 거부한 바 있다. 러시아는 과거 이 기지가 나토의 확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기에 씁쓸한 뒷맛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포린 폴리시 역시 “벨라루스는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과의 관계 개선에도 큰 진전을 이루었고, 나토와 직접 대화할 준비도 마쳤다”고 평했다.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로이터)

더욱 중요한 사실은 벨라루스가 이웃 국가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모든 NATO 회원국)와 안보 조약을 맺고 있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더욱 긴밀한 수준의 협정을 채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협정은 일대에서 우크라이나의 ‘안보 불안’을 불식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다. 외교 관계자들은 ‘벨라루스-우크라이나 협정은 벨라루스의 영토 및 자원이 러시아의 (이웃국가에 대한 침략)목적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잠식시켰다“고 내다봤다. 벨라루스와 NATO 회원국들과의 협정 또한 일대의 군사협력을 공고화하는데 특히 유용했다는 평이 중론이다.

켄트 이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산타크루즈) 교수는 “벨라루스는 나토와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할 수 있다”며 “강대국 사이에서도 독립적으로 행동하려는 벨라루스의 의지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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