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레스 축출 두고 설왕설래...배후에 미국 있다는 주장 대두
-현지 언론들 “미국, 모랄레스 내좆고 리튬 차지하려는 계획”
-리튬,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에 필수 소재...‘제 2의 석유’
-볼리비아산 리튬, 채굴 어려워 경제성 낮아

볼리비아 대통령 모랄레스의 축출을 두고 사회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최근 볼리비아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의 축출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를두고 “미국이 볼리비아의 리튬을 차지하기 위해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볼리비아산 리튬의 가치는 명백히 과대평가되었다. 미국은 볼리비아와 리튬에 관심이 없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리튬은 자동차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등에 필수적인 소재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석유’에 비유한다. 애초에 리튬은 이온배터리의 핵심 구성 요소다. 전기차 외에도 노트북 등에 광범위한 형태로 전력을 공급한다.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을 점차 대체해감에 따라 리튬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도 일찍부터 리튬의 중요성을 깨닫고 1960년대부터 ‘새로운 석유’에 관심을 가져왔다. 

멕시코의 국제문제 분석가인 알프레도 할리페 라메는 ‘볼리비아에 대한 미국의 지배’라는 글에서 “미국이 올해 들어 모랄레스와 볼리비아 정부를 타도할 쿠데타 계획을 세웠다”면서 쿠데타는 3단계로 계획됐다고 밝혔다. 쿠데타 이행 시점으로는 “대선(10월 20일)이 끝난 이후나 2020년 3월을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 글을 쓴 시점은 대선일보다는 12일, 모랄레스 사임보다는 한 달여 앞선다. 현지언론 역시 “쿠데타는 난데없이 나타나지 않았”라며 “라틴아메리카 군과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미국의 노력의 결과”라고 했다. 언론인인 비자이 프라샤드도 지난달 14일 기고한 글에서 “모랄레스의 사임은 미국이 부추겨 온 볼리비아의 소수 지배그룹이 만들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데타의 원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모랄레스의 리튬 정책이다. 볼리비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리튬 매장지다. 세계 리튬 매장량의 50~70%가 관광지로 유명한 우유니 소금사막에 묻혀 있다. 리튬은 전기차·스마트폰·태양광패널 등의 배터리에 사용되는 광물로, 세계를 먹여살릴 미래 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채굴과 가공 과정이 복잡해 볼리비아는 서방의 기술과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블룸버그뉴스>는 2018년에 “리튬 수요는 2025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볼리비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상업적으로 채굴되지 않은 900만 톤의 리튬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채굴해 판매하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모랄레스는 서방의 리튬 개발 참여를 허용하되 국영 광산기업 코미볼, 국영 리튬기업 YLB와 합작하도록 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사진=AP)

◆ 과대평가된 볼리비아의 리튬 

그러나 금속분석회사 하우스 마운틴 파트너스의 설립자 크리스 베리는 “많이들 리튬을 석유에 비교하는데 사실 차이점이 많다”며 “리튬을 필요한만큼 적당량 생산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도 훨씬 어렵다. 석유가 묻혀있는 땅을 찾아서 파내는 것보다 과학적이고, 또 화학적인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에보 모랄레스가 10여 년 동안 볼리비아의 리튬 체취에 공을 들였지만, 그다지 큰 결실을 거두지 못한 이유도 이와 동일하다고 부연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늘 볼리비아를 리튬 강국으로 만드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그에 따르자면 ‘볼리비아 광물 자원의 전면 개발이 볼리비아의 살 길이었다. 그는 아울러 ‘리튬 개발’은 모든 볼리비아 인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시행된 프로젝트이라고 밝혔지만, 그의 주장은 결코 현실화되지 못했다. 

모랄레스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및 독일 기업과 총 30억 달러의 리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계약은 모랄레스가 직위에서 물러나기 직전인 11월초에 전격 취소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모랄레스가 볼리비아 리튬을 착취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추측을 제기한다. 실제로 모랄레스는 포토시 지역주민들의 항의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뺐다. 포토시 지역은 독일기업의 리튬 공장이 설립될 예정지였는데, 주민들은 미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P)의 말을 빌리자면 ‘독일과의 거래로 이득을 거의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느꼈다.’ 심지어는 그 독일회사는 리튬체굴경험이 단 한 차례도 없는 무명 기업이었다. 

볼리비아의 리튬이 매장되어있는 소금사막 (사진=로이터)

물론 볼리비아는 리튬 공급처로 이름이 높다. 일각에 따르면 전세계 리튬이 30%가량 분포되어있다. 최소 약 900만 톤에서 약 2100만 톤이다. 이 수치는 조사할 때마다 높아지고 있다. 거기다가 조사는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었다. 볼리비아 전역에 리튬이 훨씬 더 많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광물자원을 묻혀두는 것과, 사용가능한 광물자원으로 바꾸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통상 자원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그저 지상에 존재하는 광물을 말한다. 한편으로는 합리적인 비용에 채굴하거나, 추출할 수 있는 광물을 말한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브라이언 자스큘라 연구원은 “볼리비아는 일단 가진 것은 많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창업준비금이 많다고 모두가 사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요”라고 부연했다.

인근지역인 칠레와 아르헨티나도 대규모 리튬생산으로 이름이 높다. 중국의 경우 유관산업에 필요한 리튬을 이 국가들에게서 공급받는다. 실제로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리튬 채굴에 대해서도 ‘훨씬 더 높은 품질의 리튬’과 ‘채굴에 유리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다. 리튬 공급원으로서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볼리비아보다 훨씬 매력적인 이유다. 그리고 이들 국가 역시 주요 리튬 공급원인 호주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동맹국이다. 이에 대해 FP는 “이러한 환경에서 미국이 뭣하러 볼리비아의 쿠데타를 사주하겠는가?”라고 설명했다. 굳이 공급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은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모랄레스 정부가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장애물로 여겨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리튬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FP도 “정치적 리스크보다는 채굴조건에 주목해야한다”고 진단했다. 

리튬을 추출하는 소금광산 노동자들 (사진=로이터)

리튬은 흔히 바닷물에서 추출된다. 애초에 바닷물에는 2300억 톤의 리튬이 녹아있기도 하다. 광산업체들은 리튬을 햇빛에 증발시킨다. 이러한 작업은 워낙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 유리하다. 이들 국가에서는 높고 건조한 고원이 많고, 해수 증발에 유리하다. 반면 볼리비아에서는 주요 리튬이 저지 및 습지에 형성되어있다. 증발이 훨씬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생산비용은 자연히 증가한다.

마그네슘 농도도 문제다. 볼리비아는 아르헨티나산 리튬보다 약 20배, 칠레산보다는 3배가 높다. 보통 광부들이 석회를 이용하여 마그네슘 염을 제거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은 또 다시 추출비용을 증가시킨다. 한 전문지에 따르면 “볼리비아의 마그네슘 농도는 추출비용을 두 배로 증가시킨다”고 설명한다. 볼리비아의 열악한 인프라 시설도 채굴운영비를 증가시킨다. 

이에 베리는 “투자자들이 볼리비아에 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적어도 미국의 볼리비아 개입은 리튬 때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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