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원자력 연구한 ‘아톰할배’ 5인 모여
‘원자력 60년 이야기’ 책 내
장인순-김병구-박현수-이재설 박사 등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2월 27일은 원자력의 날이다. 2009년 12월 27일 아랍에미레이트(UAE)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한 것을 계기로 2010년에 제정됐다. 좀더 정확히는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이다. 

올해는 조금 더 특별한 느낌이 든다. 원자력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1959년에 원자력연구소를 출범시켰으므로, 우리나라에 원자력이 도입된 지 60해가 된다.

그러나 일생을 원자력 연구와 기술개발에 바친 ‘아톰할배’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세계 최고의 원자력발전소 설계기술을 확립하고,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능력을 갖췄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을 주장하면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원자력산업을 내부에서 허물고 있다.

원자력 산업에 일생을 바친 5명의 아톰 할배들이 최근 ‘아톰 할배들의 원자력 60년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원자력연구원 원장을 지낸 장인순 박사, 한전 원자력건설처장을 지낸 전재풍, 영광 3,4호기 설계책임을 맡았던 김병구 박사, 원자력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박현수 박사, 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출신의 이재설 박사 등이 썼다. 

장인순 박사는 “올해가 원자력연구소 설립 60년인데 원자력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크게 잘못됐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원자력이 무너져서 대한민국이 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몇 사람이 책이라도 써야겠다 싶어서 5명이 모여 썼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원자력을 가장 잘 하는 대한민국의 탈원전은 21세기 미스터리”라고 표현했다.

이 책은 설계기술을 배우기 위해 3년 동안 미국에 가서 기술을 배우던 일, 고 한필순 소장에 대한 회상,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의 어려움, 탈원전 정책의 부당함, 원자력 상식, 원전수출, 기술자립의 뒤안길 등을 담았다.

아톰할배들은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 국산화에 대단히 큰 역할을 한 고 한필순(1933~2015) 원자력연구원 원장 서거 5주년인 내년 1월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공동저자인 장인순 박사, 김병구 박사, 박현수 박사, 이재설 박사 등을 만나 원자력 60주년을 맞은 감회와 고 한필순 소장에 대한 소회를 모았다.

▲장인순 박사 =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 60년은 신화를 창조한 기록이다. 1958년 미국 대통령 자문위원인 워커 시슬러가 이승만 대통령에게 원자력을 하라고 권했다. 아무 것도 없는 한국에 원자력을 권한 시슬러나, 그 제안을 받아들여 연구소를 설립한 이승만 대통령이나 모두 다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다. 

장인순 박사.
장인순 박사.

이승만 대통령이 “원자력발전소 하려면 얼마나 걸리겠느냐”고 물었을 때 20년이라고 시슬러는 답변했다. 실제로 고리 1호 원전은 20년 뒤인 1978년에 완공됐다. 고리 1호 원전 건설비가 당시 약 2000억원 이었는데 이는 우리나라 1년 예산의 3분의 1 규모였다.

원자력 발전기술 국산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 한필순 박사의 머릿속에는 원자력 밖에 없었다. 한 박사는 3가지 부분에서 훌륭하다. 없는 것을 탓하지 않았고, 시대를 탓하지 않았고, 자기가 한 일의 공을 부하에게 돌렸다. 원자력발전에 관한 한 한필순 박사, 김성진 장관, 박정기 한전사장이 한 시대를 살았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행운이었다.

▲ 김병구 박사 = 우리들은 우리가 개발한 원전기술이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자부하는데 의외로 국민들의 사랑을 못 받는 것은 대국민 설득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만 했지 그런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 조차 몰랐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집행하는데 몰두했을 뿐이다.

김병구 박사
김병구 박사

국민들이 보물단지를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늦었지만, 아니 늦더라도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글을 썼다. 반핵 사람들도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썼다. 반핵하는 사람들이 봐도 알게 썼다. 반대하더라고 알고 반대하라고 쓴 것이다. 

원자력 기술 중의 핵심이 설계기술이다. 원자로 핵심 설계기술을 국산화해서 영광 3,4호기에 패키지로 적용하겠다고 할 때 한필순 소장이 핵심드라이브 역할을 맡았다.

연구소 안에서 그 설계기술 국산화의 총책임을 나에게 맡기면서 988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단 한 푼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도록 보호해줬다. 한필순 소장이 바람막이를 해줬기 때문에 나와 연구원들은 열심히 기술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 박현수 박사 =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가 세계 최고가 되어서 해외 수출도 했는데, 지금 정부가 반핵한 것은 너무나 엉터리이다. 온 국민이 엄청나게 손해를 본다. 요즘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 붐이 일어나지만, 미국 조차 원전 건설을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서 우리나라와 손을 잡으려고 한다. 

박현수 박사
박현수 박사

나는 한필순 박사와 거의 함께 국내외 출장을 다니면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냈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한 박사의 스케줄을 물어보기도 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 한 박사님이 어떤 마음을 가질까 안타깝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재설 박사 = 원자력에 대해 국민과의 소통이 매우 부족한 것을 많이 느꼈다. 시중에 나온 책을 조사해보니 반핵 서적이 찬핵 서적보다 너댓배가 많았다. 반핵서적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감정에 소개해서 왜곡한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적극 홍보와 소통에 힘써야 한다. 

이재설 박사
이재설 박사

한필순 박사는 인간적으로 연구원들을 대하고 사랑을 베풀어서 ‘한필순 사단’을 구성할 만큼 전설이 된 분이다. 우리는 운 좋게 한 박사와 함께 일한 것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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