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인력 3000명 본토로...전체의 10분의1 규모
-대만 덕에 성장한 중국회사 잇따라 대만 경쟁자로
-중국, 최근엔 “대만 학생들, 본토서 공부해라”...궁구적으로 대만 약화 목표

반등세에 접어든 반도체 시장 (사진=픽사베이)
위기에 빠진 대만 반도체업계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대만의 반도체 인력유출이 심상치 않다. 대부분의 기술자는 더 나은 보수를 보장받고 중국으로 향한다. 자연히 대만의 반도체산업은 극심한 위기에 빠져있다.

'비즈니스 위클리'는 최근 3000명 이상의 반도체 기술자들이 대만을 떠나 본토 기업로 이직했다고 전했다. 대만경제연구소는 이 수치가 정확하다고 부연한다. 이는 엄청난 수치다. 업계 기술자 중 10분의 1에 육박하는 규모다.

'니케이아시아리뷰'는 이런 사례로 대만의 한 50대 반도체 기술자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대만의 반도체 선도업체에서 TSMC에서 20년 이상 일한 숙련공이다. 그는 최근 중국의 한 반도체 제조업체에 고용되었다. 그는 타이베이에서 상하이로 들어가는 항공편에서 니케이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착수함으로써 나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직으로 이 기술자의 월급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중국의 여러 업체들은 해외 근무자 자녀의 사교육비도 책임진다. 최근 수천 명이 이러한 방식으로 본토로 자리를 옮겼다.

가령 반도체 제조업체 SMIC의 대표 리처드 창은 2000년 대만 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며 본토로 이주했다. 리처드 창은 대만으로부터 수백 명의 직원을 데리고 와 상하이에 반도체 제조 국제 회사를 설립했다. 이어 SMIC는 현재 세계 5위의 계약 반도체 업체로 부상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TSMC의 핵심 경쟁업체로 등극했다. TSMC CEO를 지냈던 치앙상이와 연구개발(R&D) 책임자인 량몽송도 중국 내 국영기업의 고위직으로 이직했다. 대만 D램의 ‘아버지’로 알려진 찰스 카오도 2015년 칭화유니그룹에 입사했다. 

이는 중국의 ‘중국제조2025’ 계획에 따라 가속화되고 있다. 첨단산업의 자급자족을 위한 야심찬 국가계획이다. 그리고 반도체는 중국제조2025의 핵심 분야에 해당한다. 반도체의 경우 자본과 기술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인적자원, 즉 기술자가 없으면 반도체를 대량 생산할 수 없다. 이에 대만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이제 최고 경영진뿐 아니라 현지 제작진 전체를 영입하려 한다”며 “중국 업체는 대만보다 2~3배의 연봉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자연히 대만 업체들은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페이잉 난야테크놀로지 사장은 닛케이아시아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직원업무환경을 개선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본토 기업들과 경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만은 2013년 무역비밀보호법을 개정해 기업기밀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에 대해 최고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재와 핵심기술의 본토유출을 막을 수는 없다는 후문이다. 

반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즉각 효과를 보고 있다. 내년에는 중국 창신메모리기술과 양쯔메모리기술이 대만의 강점 중 하나인 메모리칩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제조장비 시장에서도 중국이 내년쯤 대만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대만으로부터 ‘예비 기술자’를 빼오는 데에도 열심이다. 중국은 지난달부터 대만 학생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본토에서 일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26개의 조치를 발표했다. 대만국립대의 한 교수는 로이터에서 “대만 인재들을 본토로 불러들여 궁극적으로는 대만을 약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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