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980년 이후 핵잠수함 한 척도 폐기못해
-한 척 폐기하는데 1조5000억 원...‘보관하는 것이 싸게 먹혀’

영국제 핵잠수함 (사진=위키피디아)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핵잠수함 폐기문제를 둘러싼 영국의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퇴역 잠수함을 보관하는 데에도 큰 비용이 들지만, 폐기하는 데에는 더없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1980년 이후 퇴역한 핵잠수함은 총 20척이다. 그러나 폐기된 핵잠수함은 단 한 척도 없다. 또한 9척은 아직 원자로에 핵연료를 담고 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따르면 이 잠수함들은 평균 26년 활동한 뒤 19년째 방치되어 있다. 정부관계자는 “국방부는 현재 활용 중인 잠수함보다 두 배나 많은 잠수함들을 보관하고 있다. 이 가운데 7척은 활동 기간보다 보관 기간이 더 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처리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영국은 1980년부터 2017년까지 퇴역한 핵잠수함 관리비로 우리 돈으로 약 7558억 원을 지출했다. 반면 핵잠수함 한 척을 폐기하는 데는 약 1조5000억 원이 든다. 여러 모로 그냥 보관하고 있는 것이 경제적으로 나은 선택이다.  퇴역 핵잠수함을 전부 폐기하려면 비용이 약 12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해체하고 폐기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원자로에 든 핵연료는 특수 설비를 통해 제거돼야 한다. 선체의 방사성 부품과 설비를 제거하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국립감사원에 따르면 현재 이러한 과정을 위탁수행할 수 있는 업체는 영국 내에 밥콕 인터내셔널 그룹 단 한 곳뿐이다. 이 회사는 방사능 작업이 인가된 공창과 설비를 데본포트와 로시스 두 곳에 갖추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기간 인프라를 영국 외부에 두고 있는 외국 업체들은 이러한 업무를 수행해내기 사실상 힘들다는 분석이다. 

반면 국방부는 예산이 부족하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2004년부터 중단되었다. 국립감사원은 “국방부는 연료가 들어 있는 9척의 핵잠수함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비용으로 매년 약 184억 원을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감사원은 이어 “연료가 들어 있는 잠수함의 관리는 연료를 제거한 잠수함보다 기술적 불확실성이 높으며 선착장 확보도 까다롭다. 국방부는 최소 15년에 한 번 실시해야 하는 보관 잠수함의 점검, 청소, 재도색에 소홀하며, 지난 2017년 퇴역한 잠수함을 장기 보관할 공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잠수함이 준비될 때까지 국방부는 일부 승무원들을 잠수함 안에 상주시켜야 하므로, 국방부의 인력 배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핵잠수함의 연료 제거 작업은 2023년부터 재개될 계획이다. 그러나 핵잠수함마다 연료 제거 조건이 또 다르다는 문제가 남아있다. 영국 국방부는 각기 다른 형태의 원자로를 탑재한 뱅가드(Vanguard)급, 애스튜트(Astute)급, 드레드노트(Dreadnought)급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잠수함마다 제각기 다른 페기 계획이 필요하다. 뱅가드급과 애스튜트급 잠수함의 경우 적절한 공창을 찾았으나 드레드노트급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핵잠수함 폐기가 어려운 게 영국만은 아니다. 과거 소련은 19척의 핵 전함과 14척의 선상 원자로를 바다에 수장시켜 환경적 대재앙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미국 해군 역시 퇴역한 핵잠수함이나 USS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같은 항공모함 폐기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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