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독점 제휴 이후에도 순이익 반 토막 깎여
-투자자 눈치에 추진한 IPO, 불황 탓에 시점 불분명
-말 뿐인 혁신보다 내실 있는 혁신 필요한 시점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현대카드가 코스트코 독점 제휴로 순항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3분기 순이익이 무려 반 토막 가까이 깎였다. 초라한 성적표는 기업 가치 하락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족스럽지 못한 몸값 탓에 지난달 추진한다던 기업공개(IPO) 시점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의 이번 성적은 수익성 호조를 보인 경쟁사와도 비교됐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야하는 시점에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40.5% 감소한 3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불황과 회사의 비용 지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정 부회장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2022년쯤으로 IPO를 연기하고 싶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힌 상태다.

이 회사의 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과도한 마케팅비용 지출이 수익성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3분기 광고선전비는 전년 동기 대비 25.8% 증가했다. 판매촉진비 또한 절반 가까이 증가했다. 업계는 현대카드가 지난해 맺은 코스트코 독점 제휴를 호재로 보고 수익성 강화를 예상했는데 이와 달리 직전 제휴 업체인 경쟁사가 더 좋은 실적을 내 비교가 됐다.

악재가 더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달 말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A0’으로 변경했는데 이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신용등급 하락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는 그간 모기업인 현대차의 판매와 연계한 영업과 마케팅을 주력으로 해오는 등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현대차가 지난해 영업이익 1조에 못 미치는 등 하향세를 나타냈고 이는 금융 계열사에 직격탄이 된다. 현대카드 입장에선 뒷배만 믿기엔 안심할 수 없는 위치다.

현대카드가 IPO를 급하게 추진해봤자 좋을 것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현대카드가 상장을 추진하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은 FI의 자금 회수가 목적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2017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9.99%), 싱가포르투자청(9%), 알프인베스트파트너스(5%)가 현대카드의 지분을 각각 사들였다.

지분을 사들일 당시 이들은 계약 조항에 ‘현대카드가 IPO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FI는 현대카드에 보유 지분을 처분할 수 있다. 업계는 계약사항에 시점이 없다는 점을 주목한다. IPO를 당장 진행하기엔 기업 가치가 사측과 FI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과거 첫 취임 당시 정 부회장은 시장 점유율이 미미했던 현대카드를 띄우고자 디자인과 문화를 강조해 고객층을 확보했다. 하지만 결국 이는 반짝 효과에 불과한 셈이 됐다. 지난해 12월 현대카드의 연간 휴면 신용카드 수는 7개 카드사 중 가장 큰 폭(43.6%)으로 증가했다.

정 부회장은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며 외국 사업 진출 등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의 리더십이 신뢰를 회복하기엔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 불황과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악재가 이어지고 있고 지난해엔 외부 컨설팅에 따른 인력 감축 이슈까지 있었다.

이와 관련 현대카드측은 IPO 추진설과 3분기 실적 악화 등에 관련한 취재 전화와 문자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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