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는 ‘리틀 차이나’…화교가 동남아 경제 70% 장악
-동남아 10대 부자 중 9명이 화인(華人)
-최근에는 아프리카까지 영향력 확대

태국의 한 차이나타운 (사진=AFP)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동남아는 화교(華僑) 경제권이라 불릴 정도로 화교들의 입김이 강하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손을 뻗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일대일로’ 바람을 타고 동남아를 넘어 아프리카 등으로 화교 경제권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동남아 출신 화교 막강한 영향력

화교는 전 세계 각지에 정착해 살아가는 중국계 혈통을 말한다. 최근 발간된 화교화인(華僑華人)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 분포한 화교는 6000여만 명이며, 이 중 동남아 화교가 4264만명으로 전체 화교의 73.5%를 차지했다. 화교 중에서도 동남아 출신이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올해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발표한 동남아 10대 부자를 살펴보면 9명이 화교 기업인이었다. 동남아 화교자본만 1조 달러를 훌쩍 넘는다. 화교가 운영하는 기업들이 동남아 지역 주식시장 상장사의 70%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화교 인구만 1000만 명에 육박하는 태국이 대표적이다. 태국 총자산의 최대 90%를 화교가 장악한다는 연구조사가 있을 정도다. 포브스가 올해 발표한 전 세계 500대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린 태국 부자 7명 중 4명이 화교다. 그러니 화교 없이는 태국 경제도 없다는 말도 나온다. 최대 소매유통 그룹인 CP그룹을 운영하는 다닌 치아라와논드 회장이 대표적이다. ‘태국의 국민맥주’로 불리는 창(Chang) 맥주그룹을 운영하는 짜런 시리와타나팍디도 화교다.

인도네시아도 20대 기업 중 18개가 화교 기업이다. 1, 2위는 인도네시아 최대 민간은행 BCA은행과 인도네시아 대표 담배기업 자룸(Djarum)을 운영하는 화교인 하르토노 형제가 차지했다. 말레이시아 10대 갑부 중 8명도 화교다. 말레이시아의 호텔왕, 설탕왕으로 불리는 곽씨형제그룹을 운영하는 로버트 콱은 2006년부터 1위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싱가포르에서도 화교 출신 갑부가 1, 2위를 차지한다. 1위는 부동산개발업체인 파이스트을 운영하고 있는 로버트와 필립 응 형제가 꼽혔다. 2위는 페인트 재벌 고청량이다.

필리핀 경제도 마찬가지다. 필리핀 전체 인구에서 화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1%가 조금 넘지만 현지 경제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올 1월 94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필리핀 최대 재벌 SM그룹 헨리시 회장이 대표적이다. 신발가게로 시작해 오늘날 필리핀 소매유통시장의 절반을 장악했다. SM의 이름은 말 그대로 신발가게(Shoe Mart)에서 따왔다. 2위인 식품회사 JG서밋홀딩스의 존 고콩웨 회장도 필리핀의 리카싱(홍콩 최대 갑부)으로 불리는 거부다.

아프리카에서도 중국인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AFP)
아프리카에서도 중국인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AFP)

◇ ‘일대일로’ 바람타고 아프리카까지 잠식

최근 중국은 아프리카에 개발원조 명목으로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식 개발원조에는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 바로 한족의 이주다. 모잠비크에 무려 6000만 달러를 투입한 호화 축구장 건설이 대표적이다. 무상으로 건설해준다는 핑계 아래 중국인 노동자를 데려다 썼다. 그 중 200만 명 정도의 중국인이 현지에 정착해 곳곳에서 현지 상권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안세영 성균관대 특임교수는 “잠비아에만 10만 명의 화교가 노점에서 싸구려 옷가지를 파는 데서 시작해 돼지, 닭까지 키워 아프리카인들과 충돌하고 있다”며 “이에 그치지 않고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이 나라 구리 광산의 80%를 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와 아프리카에서 화교가 막강한 경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원천은 끈끈한 네트워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동남아 화교들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일컫는 '죽망(竹網)'이란 전문용어까지 있을 정도다. 대나무 네트워크란 뜻이다. 죽망은 오늘날 자카르타·싱가포르·방콕·쿠알라룸푸르·호찌민·마닐라 등지에서 활발하게 운영되며 동남아와 중국 대륙, 홍콩·마카오·대만을 비롯한 중화권 지역과 아프리카를 촘촘히 연결하는 교량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비즈니스 교류의 장이 ‘세계화상대회’다. 리콴유 전 총리의 제안으로 1991년 시작된 이 대회는 2년에 한 번씩 세계를 돌며 열린다. 2005년엔 한국에서 열리기도 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화교와 화상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블룸버그통신도 “최근 시진핑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사업을 활용해 화교 자본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로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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