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라크內 유전개발 및 파이프라인 독점
-2009년 정치적 혼란 틈타 시장진입
-미국의 경제재제 타격 크지 않아…양국 협력 가속화

러시아의 이라크 일대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AFP)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이라크의 지속되는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중동 정세에 미치는 러시아의 영향력은 점차로 공고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러시아의 거대 석유회사들이 자리한다.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바그다드 방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지난주 바그다드 방문은 의미심장하다. 포린 폴리시(FP)에 따르면 그의 일정은 외교사절과는 거리가 멀었다. 공식협정도 없었고, 정치, 시리아, 테러리즘에 대한 논의도 부재했다. 그 자리를 메운 것은 가즈프롬 네프트, 로스네프트, 소유즈네프테가즈, 루코일 등 러시아 석유 및 가스회사 대표 등이다. 플렌트 건설사인 테크노프롬엑스포트와 러시아 군사기술협력국 대표들도 참석했다.

러시아는 이라크의 석유회사들 사이에서 신뢰도가 높다. 그리고 석유와 가스계약이 통상 장기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생각하자면 러시아의 시장점유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가령 2009년 러시아 회사인 루코일은 이라크 바스라의 유전 개발 프로젝트의 입찰을 따냈다. 2024년 말까지 하루 80만 배럴의 생산 달성을 목표로 25년간 지속될 예정이다. 작년 기준으로 현재까지 약 40만 배럴이 생산되고 있지만, 이미 이라크 전체 원유 생산량의 9%, 이라크 석유 수출량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 석유회사 로스네프트가 최근 이라크 중부에서 파이프라인 건설을 완료했다. 사진은 로스트네프의 해당 프로젝트 담당자들 (사진=로이터)
러시아 석유회사 로스네프트가 최근 이라크 중부에서 파이프라인 건설을 완료했다. 사진은 로스트네프의 해당 프로젝트 담당자들 (사진=로이터)

지난 2011년 이후로 가즈프롬은 쿠르드 지역에 투자한 25억 달러를 투자해왔다. 가즈프롬은 가르미안에서 3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했고, 할라브자와 샤칼 밭에서 여러 개의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러시아 국영기업 스트로이트랜스가즈는 지난 9월 이라크 안바르주에서 34년간 석유 및 가스 탐사 계약을 따냈다. 라브로프 총리도 이라크 방문 당시 특히 스트로이트랜스가스의 사례를 예를 들며 이라크 정부에 감사함을 표했다.

러시아는 유전 뿐만 아니라 석유의 공급에도 관심이 많다. 로스네프트는 쿠르드 석유 파이프라인의 60%를 소유하고 있다. 작년 봄에는 이라크 중부에서 가스관 신설 등 인프라개발 협약체결을 발표했다. 계약 규모는 유럽 전체 가스 수요의 약 6%에 해당한다. 포린 폴리시(FP)는 이번 협정으로 러시아는 이라크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갖추었다고 평했다. 석유는 이라크 수출의 약 96%에 해당하지만, 석유를 수출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파이프라인을 독점한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이라크의 석유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 셈이다.

◇ 무시할 수 없는 미국 영향력

러시아가 늘 이 분야에 공을 들인 것은 아니다. 가령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몰락하자 러시아는 일대에 흥미를 잃었다. 그러나 2009년 들어 종파 간 분쟁이 심화되자 정세가 바뀌었다. 일대의 계약을 독점하던 서구권의 석유회사들(엑손모빌, 셰브론 등)이 정치적 리스크에 부담을 느끼고 해당 지역에서 철수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기업들이 재빠르게 이들의 빈 자리를 메웠다.

가즈프롬, 로스네프트 등 다수가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올라있다는 점이 우려될 수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분쟁에 개입했다는 이유다. 이라크는 이 점에 대해서도 특별히 걱정하지 않는다. 한 소식통은 F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까지 미국 재무부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며 “미 행정부의 반발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우리는 그 점에 대해 문제 삼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카즈프롬의 CEO 알렉세이 밀러 (사진=AFP)
카즈프롬의 CEO 알렉세이 밀러 (사진=AFP)

물론 미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에 대고 “쿠르드 일대의 유전은 상당수가 미국이 점령하기 전까지 IS가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결코 IS가 (유전을) 다시금 점령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미국은 석유를 보관하고 있다. 자원 수급은 매우 안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지역이 IS에 의해 다시금 장악될 가능성은 무척 낮다. 그러나 미국이 일대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FP는 오히려 “일대는 향후 러시아가 책임질 것”이라 주장했다. 이라크와 러시아는 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달러보다는 루블을 통한 거래를 논의해 왔기 때문이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석유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은 미국에 대대한 경제적 타격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타격이기도 하다. 석유는 아직까지 모두에게 주요한 통화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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