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실업률 근래 최저…임시직 비율 14.2%
-노동자 삶의 질은 오히려 악화
-적극적이고 과격한 정치 참여로 이어지는 경향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유럽 고용시장이 겉으로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고용의 질은 크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일자리를 시간제·임시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나 자영업자가 채웠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도 삶의 질은 나이지지 않는 현실 속에 노동자들의 정치참여는 점차로 과격한 양상을 띠고 있다.

◇ 유럽 내 일자리 10년간 1000만 개 이상 증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 내 일자리는 지난 10년간 1000만 개 이상 증가했다. 덕분에 실업률이 근래 최저 수준이다. 이에 EU 22개 회원국 가운데 라트비아를 제외한 21개국이 지난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기도 했다.

문제는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이 임시직이거나 자영업이라는 점이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의 임시직 일자리 비율은 14.2%로 비교적 노동시장이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4%)보다 훨씬 높았다. 스페인이 26.4%로 임시 일자리 비중이 가장 높았고, 네덜란드(20.1%)와 이탈리아(16.5%)도 만만치 않다. 프랑스도 임시직 일자리 비율이 16.2%를 기록했다. 2009년(13%)보다 3.2%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브렉시트를 목전에 두고 있는 영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영국의 실업률은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새로 창출된 일자리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이다. 영국 싱크탱크 레졸루션 파운데이션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새로 창출된 일자리의 3분의 2는 필요에 따라 일이 주어지는 계약직부터 자영업 성격이 강한 일자리까지 불안정한 형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연히 노동자들의 삶의 질은 답보상태다. 워낙 계약직은 정규직보다 급여가 적고, 보험이나 연금 등 각종 복지혜택도 누릴 수 없다. 더군다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쉬운 해고’가 가능해진 탓에 노동자들은 늘 해고 위험에 시달린다. 금융위기 당시 유럽 전역에서는 실업률이 치솟았고, 그 대안으로 각국은 고용 안정성을 완화하는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은 탓이다.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 모습 (사진=연합뉴스)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 모습 (사진=연합뉴스)

◇ 프랑스 전역 ‘노란조끼’ 시위

노동자들의 빈곤 불안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프랑스 전역에서 이뤄진 ‘노란조끼 시위’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프랑스 노동자들의 분노가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계획을 계기로 폭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부랴부랴 유류세 인상 계획을 철회했으나, 한번 어긋난 민심은 현재까지도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17일 명품 백화점인 라파예트 갤러리에 반(反)자본주의, 반정부 현수막을 내건 채 시위 1주년을 축하하는 기습시위를 벌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정은 계약직 비중이 가장 높은 스페인에서 더욱 심각하다. WSJ에 따르면 스페인 바르셀로나 호텔 청소부로 일하는 미리암 수아레스는 한 달 월급으로 1300유로를 받았으나 2012년 스페인 정부가 노동법을 바꾸면서 월수입이 700유로로 반 토막 났다. 수아레스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나 4월 스페인 총선에서 사회보장을 확대하는 공약을 내세운 좌파 포퓰리스트 정당인 포데모스의 약진을 이끌었다. 독일에서도 임시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업보험을 주장하는 소규모 좌익 정당이 세를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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