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권유린 이유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 수혜국 카메룬 제외
-자원풍부한 카메룬, 미국의 관세혜택 철회불구 인권개선 의지 안보여
-전문가들 “카메룬 인권개선 위해 미국 좀 더 적극적 개입 필요”

AGOA 수혜대상에서 제외된 카메룬 (사진=OECD)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미국이 인권유린을 이유로 카메룬에 대한 관세 혜택을 철회했다. 그러나 미국의 재제조치는 카메룬의 권위주의 정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메룬 경제를 지탱하는 천연자원은 관세혜택과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 미국 카메룬 AOGA 대상 제외 선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카메룬 정부가 지속적으로 점증하는 보안군의 인권 유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 수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AGOA는 사하라 사막 이남지역 빈곤국들의 경제성장을 돕기 위한 특혜조치다.

실제로 미국은 이들 국가에 무관세와 여러 원조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수혜국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국제 인권기준에 따라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러나 미국은 카메룬이 이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앞서도 카메룬의 인권이 악화됐다며, 지난 2월 안보 원조금 1700만 달러를 삭감했다.

그러나 이것은 카메룬에게 큰 타격을 입히지 못할 것이다. 관세특혜 해지는 올해 86세의 폴 비야 대통령에게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포린 폴리시(FP)도 최근호 기사를 통해 “경제 재제는 공권력 남용과 정적 암살, 언론통제와 리더십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카메룬의 민주주의와 빈곤 문제가 해결되려면 마땅히 정치경제적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관세 부과는 개혁과는 연관성이 적다. 카메룬의 국가경제는 석유수출과 국제기구의 인도적 지원에 의해 지탱되기 때문이다. 비야 대통령을 압박하려면 이러한 부분들을 건드려야 한다는 것이 FP의 주장이다.

폴 비야 카메룬 대통령. (사진=BBC)
폴 비야 카메룬 대통령. (사진=BBC)

◇ 심각한 카메룬 인권유린 문제

카메룬의 인권유린은 계속되고 있다. 노르웨이 난민위원회는 카메룬을 세계에서 인권 측면에서 가장 방치된 국가라고 간주한다. 유니세프도 재작년에 비해 카메룬의 소수민족 탄압 시도가 15배가량 증가했다고도 말했다. 미 격월지인 포린 어페어스(FA)도 “(카메룬에 대한 적절한 제재 조치는) 군사적 원조를 축소하고, 미국 기업과 개인으로 하여금 여행과 경제제재를 가하며, 국제금융기구와 유엔을 통해 비야 정권을 응징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트럼프가 정말로 이러한 조치를 시행할지는 의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카메룬의 외교 관계자들은 미국의 AOGA 철회 조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CNN도 최근 카메룬 외교부 관계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카메룬은 실제로 AGOA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유대관계 확대 때문에 카메룬을 처벌하려는 것뿐이라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인권이 유린되는 국가는 셀 수 없이 많다. 굳이 트럼프가 카메룬을 겨냥한 것은 미국의 다른 아프리카 국가를 향한 경고라는 것이다. FP 역시 “국내외로 압박받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깜짝이벤트”라며 “트럼프는 굳이 비야에 대해 더 강경한 노선을 취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FTA 같은 국제규범과는 달리, AOGA는 ‘계약 해지’에 대한 기준이 다소 애매하다. 미국이 입맛에 따라 AOGA를 정치적 지렛대로 이용한다는 주장에 신빙성을 부여한다. 실제로 AOGA 협약서에 따르면 ‘특혜국은 법치주의, 다원주의, 공정한 재판을 위해 노력해야 함과 동시에 국제적으로 공인된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카메룬 외에 수혜국 지위가 철회된 국가는 2014년 이래 부룬디, 모리타니, 남수단 등이다. 민족갈등이 내전으로 비화되는 등 사회안전망이 완전히 무너진 이들 국가에 비하면 카메룬의 이번 특혜국 철회조치는 다소 의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 (사진=AFP)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 (사진=AFP)

◇ AOGA는 카메룬에게 어떤 의미였나?

AOGA가 카메룬의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민간부문 투자, 고용, 수출 면에서 진전이 없었다. 미국이 중요한 무역 파트너인 것도 아니다. 수출, 수입액 면에서 미국은 카메룬의 10번째로 중요한 국가에 불과하다. 작년 기준으로 전체 AGOA 수출액은 6300만 달러(약 650억 원)에 그쳤다. 그 중 대부분이 원유 수출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그나마도 800만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물론 2000년 AGOA가 법안으로 통과된 직후 카메룬 경제에는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차드와 카메룬을 잇는 송유관이 건설된 일이 그러하다. 미국의 석유 대기업인 엑손모빌이 주도하여 차드 남부에서 원유를 수출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오늘날 카메룬 정부는 차드에서 카메룬의 중부 항구인 크리비까지 유입되는 모든 배럴에 대해 1.32달러의 운송료를 받는다. 해상 석유와 천연 가스 생산으로부터도 운송료가 짭짤하게 나온다.

따라서 이 부분을 건드리지 않는 한 관세특혜 철폐의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자원의 저주’(자국 내에 자원이 풍부한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오히려 자원이 부족한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저조한 현상)로부터 벗어날 유인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카메룬이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에서 하위권을 맴도는 사실도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다.

카메룬의 경제정책도 늘 한결같다. 경쟁력 있는 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열대농업, 목재, 석유, 그리고 최근에는 축구경기장을 포함한 임대업에 의존해왔다. 석유와 천연자원의 운영을 관리하는 국영기업인 밀레니엄 챌린지의 지배력도 현재진행형이다. 카메룬이 미국의 경제재제에도 맘 놓고 웃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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