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가 에너지 화학사
-민간 에너지·화학기업 발행 2조8000억 원

(사진=세계은행)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최근 에너지·화학 기업을 중심으로 ‘그린본드’(green bond·녹색채권) 발행을 통한 친환경 투자가 확산하고 있다. 그린본드는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화, 환경오염 예방 등 친환경 프로젝트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특수목적 채권이다.

◇ 민간 그린본드 발행 증가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11개 기업이 발행한 그린본드 규모는 약 6조400억 원이다. 지난 한해 그린본드 발행액 2조4000억 원의 2.5배로 늘어난 규모다. 이 중 에너지·화학 기업이 발행한 그린본드는 3조7100억 원으로 전체의 60%에 달한다.

여기에서 한국전력 등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 기업 발행액만도 2조8000억 원(46%)에 이른다. 올해 민간 에너지·화학 기업의 그린본드 발행 규모가 지난해 그린본드 발행 규모를 넘어설 정도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민간 기업의 그린본드 발행은 LG디스플레이의 3500억 원이 유일했다. 반면 올해의 성장세는 LG화학이 4월 국내 화학기업 최초로 약 1조8000억 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한 덕이 컸다. 당시 LG화학은 확보한 자금을 전기차 배터리 수주 물량 공급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한화에너지 미국법인, SK에너지, GS칼텍스 등 에너지 기업도 잇따라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GS칼텍스는 당초 발행규모를 1000억 원으로 계획했다가 1300억 원으로 늘려 잡았다. 각사는 그린본드를 통해 마련된 자금을 매연을 줄이는 저유황유 제조설비 건립, 대기오염 물질 저감장치 설치, 태양광 사업개발 등에 사용한다.

GS칼텍스. (사진=GS칼텍스)
GS칼텍스. (사진=GS칼텍스)

◇ 그린본드? 친환경 목적 채권 발행 왜?

‘그린본드’는 글자 그대로 ‘녹색채권’이라는 뜻이다. 이는 채권 발생 자금을 친환경 프로젝트에만 쓸 수 있도록 하는 채권이다. 지난 2007년 유럽투자은행이 최초로 발행한 뒤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수출입은행이 발행했다. 이는 아시아 금융기관 최초 발행이었다. 당초 그린본드는 공공기관 위주로 확산됐다. 하지만 최근 국내 에너지 업계가 적극적으로 발행하고 있듯이 점점 민간 기업의 발행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친환경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에너지업계만이 아니라 금융권은 매우 빠른 속도로 그린본드 발행에 관심을 가졌다. 앞서 지난 2016년 현대캐피탈이 5억 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한 바 있다.

이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이 잇달아 발행에 성공했고 7월에는 신한금융지주가 국내 금융지주로서는 처음으로 그린본드가 결합된 지속가능(ESG)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신한은행. (사진=연합뉴스)
신한은행. (사진=연합뉴스)

◇ 금리, 기업 이미지 일석이조

그린본드는 민간 기업에 우대금리와 기업 이미지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자금 조달 방식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이 주로 사용하던 자금 조달 방법이 민간 기업으로 넘어가고 있다”면서 “특히 에너지·화학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을 신 정장 동력으로 보고 있어 그린본드 발행도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친환경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단순 선언적인 수준의 사회적 책임 강화로는 역부족이란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DB산업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그린본드 발행 규모 증가는 친환경 사업 추진을 위한 수단으로 그린본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데 기인한다”면서 “국내 그린본드 시장 및 국내외 친환경 사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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