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물류, 유통 등 생활경제에서 남다른 존재감

베트남 시내. (사진=픽사베이)
호치민 시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베트남 내에서 싱가포르 자본의 존재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싱가포르 자본은 한국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대규모 투자를 장점으로 하지는 않는다. 다만 의료, 부동산, 물류, 유통 등 베트남 생활 전반에 스며들어 위력을 떨치고 있다.

베트남 부동산과 싱가포르 자본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 현지의 대표적인 부동산 기업인 캐피털랜드(Capitaland), 키펄랜드(Keppelland), 메이플트리(MapleTree) 같은 회사들은 모두 싱가포르의 국부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캐피털랜드는 베트남 전역 7개 주요도시에 걸쳐 2개의 통합개발 포트폴리오, 8600개 이상의 주거시설, 6300개의 서비스 아파트 등에 투자했다. 반면 메이플트리는 현재는 관리자산이 약 10억 달러(약 1조1870억 원)에 달한다. 일약 베트남 최대 부동산회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키펄랜드도 관리자산규모로는 이들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최근 호찌민의 주요 고급아파트 프로젝트를 휩쓸었다.

싱가포르의 투자는 모든 종류의 부동산을 망라한다. 가령 싱가포르의 공단은 베트남 전역으로 수십 곳이 분포해 있다. 한 교민은 “지속적이고 대대적인 투자로 이미 부동산 시장에서 싱가포르는 독보적인 수준”이라며 “사이공 시내에 있는 M플라자, 사이공센터 등 이름난 빌딩들이 모두 싱가포르계열 자본의 소유로 알고 있다. 심지어 호찌민 시내 빌딩이 절반은 싱가포르 계열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M플라자는 한때 금호아시아나가 입주했었다. 

물류도 무시할 수 없다. 베트남 내 주요 싱가포르 업체로는 FMI, KMS, APL 등이 있다. 물류는 싱가포르의 전통적인 강세 분야다. 애초에 싱가포르는 중개무역을 통해 성장해 온 국가다. 우수한 물류 인력과 선진 시스템 없이는 불가능한 결과다. 베트남 기획투자부에 따르면 올해 2월 현재 싱가포르는 베트남에서 2190건의 프로젝트를 통해 총 484억 달러(약 57조4500억 원)를 투자했다. 누적투자액 순위로는 3번째다. 당초 대기업의 인수합병, 국부펀드 중심에서 중소기업, 제조, 첨단산업 등으로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싱가포르와 베트남 간의 무역교역액도 상승 추세다. 작년 기준으로 209억 달러(약 21조 원)에 이르렀다. 지난 10년 간 2배 이상 늘어났다. 내수 위주의 투자에서 건설, 제조 등 다양한 분야로 투자가 늘다보니 교역액도 자연스레 늘어나고 있다. 한 매체도 “싱가포르의 중소 제조기업들이 베트남에 큰 관심을 보인다”며 “베트남은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싱가포르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의 밀접한 협력에 대해서는 다양한 말이 오간다. 한 전문가는 “싱가포르는 땅이 없고 베트남은 많다. 또 싱가포르는 인력이 없는데 베트남은 많다”며 애초에 자본이 풍부한 싱가포르와 노동력과 지대를 제공할 수 있는 베트남과의 궁합이 좋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싱가포르만의 특징적인 사업스타일을 읽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싱가포르는 한국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우리 기업들과는 달리 철저히 현지 스타일에 순응한다는 것이다. 다문화에 기초한 빠른 현지화가 장점으로 작용하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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