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에 개방적인 중국 경제
-내부적으로는 통제를 강화해나가는 시진핑
-기술 패권은 권위주의 위한 수단
-두 가지 모순 해결난망

시진핑 주석 (사진=웨이보)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세계의 친구임을 자처하지만, 안으로는 인민들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통제하고 있다.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와 기술시대의 조합은 ‘빅브라더’ 사회를 한층 더 가속화한다. 

◇ 중국 자유무역 협력자이며 옹호자?

지난 5일 시진핑 주석은 상하이에서 제2차 중국국제수입엑스포의 연설에서 중국의 개방성을 자랑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시 주석은 지난해 무역박람회 개막식에서도 중국을 자유무역의 협력자이며 옹호자로 포장했다. 개방성은 진전을 가져오는 반면 고립은 후진성을 초래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세계 지도자들과 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시진핑은 '초(初)연결된 지구촌'에서는 혁신의 결실을 공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역설했다.

시진핑이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다. 중국은 표준화된 기술 초강대국을 꿈꾸지만 그 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중국은 미국과의 휴전을 간절히 바란다.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그들과 협력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들에게 자신이 글로벌 규칙을 준수하는 ‘페어플레이어’라는 이미지를 증명하고 싶다. 이런 이미지 구축을 통해 중국은 공항과 고속철도 건설능력을 해외에 수출하려는 것이다. 이미 해외시장을 선점한 보잉이나 애플과 경쟁하기 위해서도 넓은 세계시장이 필요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에 끝난 4일간의 공산당 중앙위원회 회의에 주목해 보자. 400명에 가까운 고위 관리들의 당내 협의다. 매년 베이징 서부의 인민해방군이 운영하는 고급 호텔에서 열린다. 회의는 일반적인 중국어(북경어)로 진행되지도 않는다. 비공식적인 당 내부의 은어로 진행된다는 설명도 있다. 국영 언론은 이 회의가 “사회주의 체제를 향상시키고, 중국의 통치 체제와 능력을 현대화하는 방안”을 고려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발언에는 중요한 맥락이 숨어있다. 체제의 향상과 통치 체제에 대한 고민은 향후 더욱 심각한 수준의 통제가 가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한 관영 언론은 이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그들은 시진핑이 일전에 역사에서 얻었다는 교훈을 언급하며 “붕괴되거나 쇠퇴하는 모든 대국의 공통적인 원인은 중앙권력의 약화”라고 결론지었다.

시진핑 주석. (사진=연합뉴스)

많은 기관들은 시진핑이 품고 있는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에 모순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세계인들에게 미소 짓는 시진핑과, 내외부의 위협에 직면해 당의 규율을 엄격하게 정비하는 시진핑은 완벽히 조화될 수 있다. 중국 관영언론인 신화통신도 최근 “경제 발전의 기적과 정치 안정의 기적 등 두 가지 토끼를 받은 지도자를 여태껏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국 내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자유와 경제적인 번영과 양립할 수 없다는 ‘일종의 사회적 계약’을 내면화한다. 

그러나 모두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논리다. 가령 서구의 엘리트들은 중국의 정당 정치를 비웃어왔다. 중국 공산당에는 오직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돈을 버는 것이 모든 정치의 최우선 목표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서구 엘리트들의 예상과는 달리, 중국 공산당은 날이 갈수록 중앙정부에서의 권위와 통제를 공고화하고 있다. 중국이 내수시장에 대한 접근성이나 외국인 투자에 관한 몇몇 규칙을 완화시키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그러니 이들의 이상(理想)은 마르크스주의보다는 차라리 절대 권력에 대한 욕망에 가깝다. 

빅브라더가 지켜보는 중국 (사진=연합뉴스)

◆ 1950년대 아이디어로 21세기 경제운용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경계선에 서 있는 사람들은 바깥세상과 통제된 세상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다.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자유와 지적 수준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중국 사회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복잡성은 중국 지도자들에게 있어 통제력을 강화시키고, 또 다시 공고화시켜야 한다는 확신을 주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검열하는 알고리즘에서부터 반체제 인사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막는 안면인식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기술혁신은 점차로 고도의 통제 시스템을 수반한다. 국내 관계자들에게 기술 권위주의는 구세주다. 중국이 ‘기술 국가’ 건설에 왜 그렇게 열심인지 이해가 될 정도다. 정부가 빅데이터에 대한 완전한 소유권을 얻고, 범죄자들이 숨을 곳이 없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완전한 하향식 통치가 실현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그야말로 기절초풍할 일이다. 실리콘 밸리 투자자들은 중국 안면 인식 기술을 중심으로 구축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보고 감탄을 거듭했다. 펀드매니저들과 서구의 젊은 투자자들은 이 카메라가 신장 서부의 이슬람교도들을 억압하는 데 사용되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하이크비전이 대표적이다. 2001년 설립됐고, 2010년에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지분의 42%는 국영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다. 국가의 자금지원과 정부계약 덕에 급성장했고, 전체 매출 500억 위안(약 8조 4000억 원) 중 30% 가까이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브라질 등 100여 개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영국 한 나라에서 설치된 하이크비전의 보안 카메라 대수만 130만 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이크비전이 중국에서 중국 보안군과 협력했다는 비난을 받자, 영국 의원들은 최근 하이크비전의 영향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 5월 영국 정치인 9명은 하이크비전의 안면인식 기술이 티베트인과 위구르인을 감시하는 데 동원됐다는 주장을 담은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안면 인식 안경 낀 중국 공안 (사진=BBC)

미국 상무부 역시 인공지능 분야의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센스타임(SenseTime) 등과 함께 하이크비전을 미국과의 수출 거래 제한 목록인 일명 ‘블랙리스트’에 집어넣었다. 블랙리스트에는 총 28개 중국 기관과 기업이 포함됐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술기업들은 신장에서 위구르와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탄압에 가담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미국과 영국에서 이토록 하이크비전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화웨이가 성장해 온 모델과 놀랍도록 흡사한 점을 들 수 있다.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시진핑의 국내 통치술의 일환으로 하이크비전이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몪해야 한다. 시장조사회사인 IHS 마르키트에 따르면 불과 2년 전만 해도 중국에는 1억7600만 대의 감시카메라가 있었지만, 내년에는 이 숫자가 4억5000만 대로 3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정부도 지난달 수도 베이징에서 감시카메라 수를 크게 늘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베이징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대부분이 공산당의 지시로 하이크비전이 만든 것이다.
 
로이터 토인이 입수한 문건을 보면, 2016년과 2017년 사이에 하이크비전은 신장 보안군과 19억 위안(약 3200억 원) 규모의 민관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하이크비전은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서 위구르와 기타 무슬림 소수민족 탄압 당시 공산당의 눈 역할을 했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달 “공산당이 신장 강제 수용소에서 100만 명이 넘는 위구르 무슬림을 강제로 가두고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면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일이 그곳(신장 자치구)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이 일당지배를 구한다는 명분으로 취하고 있는 권위주의적인 전환은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성장을 추구하기 어렵다. 이미 해외의 기업인들은 그들의 중국 사업파트너가 공산당 당원이라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시진핑은 외국인 투자자와 혁신 기술에 개방적이지만 동시에 유례 없을 정도로 외국(자유주의적, 서구적) 사상에 폐쇄된 중국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산주의자들은 모순에 매혹되었다. 이것은 당분간 해결하기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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