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NG선박 외에도 친환경 선박기자재 산업 주목…우리나라는 일부 영역 보완 시급
- LNG추진선 확대되며 연료 공급 위한 LNG 벙커링 선박 개발 필요성 대두
- 자율운항기술 등 미래형 선박 기술 및 친환경 선박기자재 원천 기술 준비도 돌입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국내 1호 우리나라 국적 LNG 운반선 '현대유토피아호'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국내 1호 우리나라 국적 LNG 운반선 '현대유토피아호' (사진=현대중공업)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LNG운반선 및 LNG추진선이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LNG관련 선박의 건조에 필요한 자재를 생산하는 선박기자재 산업에도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다. 선박기자재 산업은 높은 기술력과 신뢰성이 요구되며 주문생산방식의 시장 구조에 따라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손꼽힌다.

◆ 조선업 외에도 선박기자재 산업 주목

우리나라의 선박기자재 산업은 일반 선박기자재의 경우 선박 건조 과정에서 90% 가량의 선박기자재를 국내 제품으로 사용할 수 있을만큼 발달해있다. 하지만, LNG 선박기자재의 경우는 그 비율이 50%가량 밖에 되지 않아 낮은 수준이다. LNG 선박의 경우 안정성이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로 꼽히기 때문에 LNG 선박기자재에 요구되는 기술 수준도 굉장히 높아 진입이 쉽지 않은 분야다.

선박기자재 산업 중 우리나라가 앞서나가고 있는 분야는 ‘극저온 배관 보냉재’, ‘화물창용 단열재’ 등이다. 극저온 배관 보냉재는 LNG운반선이 영하 162도 상태의 액화 가스를 옮길 때 배관 라인에서 열 손실을 막아주는 단열재다. 현재 우리나라의 강림인슈는 극저온 배관 보냉재 시장 점유율 52%로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라있다. LNG 화물창에 들어갈 단열재를 생산하는 기업은 동성화인텍과 한국카본 등이 있으며 현재 LNG 화물창 단열재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선박기자재 산업이 크게 앞서고 있는 분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 발전 및 보완의 필요성이 지속 대두된다. LNG선박 건조의 핵심이 되는 LNG 선박 엔진 발전 분야의 기술 열위는 가장 중요한 보완 사항으로 꼽힌다. 아직 우리나라는 자체적인 친환경 선박 엔진 설계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현재 관련 분야는 핀란드의 Wartsila사와 독일 MAN B&W사가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라이센스 권한도 확보한 상태라 후발주자들이 쉽게 따라잡지 못하는 격차를 가지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항만에 정박해있는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 그린아이리스호에 LNG 탱크로리를 통해 LNG를 공급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가 항만에 정박해있는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 그린아이리스호에 LNG 탱크로리를 통해 LNG를 공급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가스공사)


◆ LNG 연료공급도 보완 필요성 대두

LNG추진 선박의 건조 자체의 주도권은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차지할 수 있는 몫이 크다고 하더라도, 관련한 인프라 전반에 대한 대응은 아직 미비한 편이다. 앞서 살핀 친환경 선박기자재 산업의 약세 외에도 LNG선박의 연료 공급을 위한 LNG 벙커링 시장의 준비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벙커링은 연료를 주입하는 행위 자체를 일컫는 말이다.

현재 LNG 벙커링 산업의 선두주자는 노르웨이다.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LNG추진선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다. 세계적 항만을 보유하고 있는 노르웨이의 특성과 많은 LNG추진선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 환경이 맞물린 결과이기도 하다. IMO 2020 환경 규제가 시작됨에 따라 LNG추진선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산업 관계자들은 LNG 벙커링에 대한 대비도 미리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LNG 벙커링에 있어서는 산업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 국내에 있는 LNG추진선은 단 두척에 불과해 두척에 대한 연료 공급, 즉 벙커링은 지상에 있는 탱크로리로부터 연료를 공급받는 방식을 활용 중에 있다. 대량의 연료가 필요한 선박의 경우, 해상에서 벙커링 선박을 이용해 연료를 주입하는 벙커링 충전 방식이 절실하다. 안정성과 경제성 모두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초기 비용이 커 섣불리 진입하기는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조선사들도 LNG 벙커링 선박에 대한 준비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미포조선은 선박에 평형수의 유입 및 배출 없이 복원성을 확보할 수 있는 무평형수 10K(10,000m3) LNG 벙커링 선박을 개발했다. 해당 선박은 지난 6월 노르웨이로부터 노르웨이·독일 선급(DNV-GL)의 승인을 받았다. DNV-GL 선급은 업계에서 기술적 경험 및 신뢰도가 높은 세계적 선급으로 꼽힌다. LNG 벙커링의 선두주자인 노르웨이로부터 받은 LNG 벙커링 선박에 대한 선급 승인이어서 의미도 크다.

◆ 향후 산업 발전 방향성은?

친환경 선박의 양적 성장에 따른 선박기자재와 벙커링 등의 대두 외에도, 미래 조선산업의 미래로 불리우는 ’스마트’ 선박에 대한 준비도 시작됐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노르웨이를 찾았을 때 한-노르웨이 실무진 간에는 양국 산업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우리나라와 노르웨이는 지난 6월 자율운항 선박 개발 공동 연구, 시추선 자동화 기술 공동 개발 등의 내용을 담은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양국 조선, 로봇 산업계를 대표하는 주요기업·기관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노르웨이 양해각서(MOU) 서명식 모습(사진=산업통상자원부)
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양국 조선, 로봇 산업계를 대표하는 주요기업·기관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노르웨이 양해각서(MOU) 서명식 모습(사진=산업통상자원부)


산업부 관계자는 "노르웨이는 친환경·스마트 선박 기자재, 자율운항 등 미래 선박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라며 "노르웨이가 한국에 선박 기자재를 수출하고 한국은 노르웨이에 선박을 수출하는 등 상호 보완적 산업 구조를 갖고 있어 조선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가 더욱 의미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조선업은 다양한 선박 건조 경험 및 풍부한 기술인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IT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기술 역량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IT 기술을 활용한 선박 융복합기자재 개발 수준은 아직 저조하다.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아 성능시험도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상이한 산업 구조 때문에 각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가진 우리나라의 조선업과 IT 산업의 연계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미흡한 산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조선업계는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해당 MOU 체결 이후 삼성중공업은 선박 시스템 자동화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노르웨이 기업(Kongsberg Maritime)과 에너지 효율 시스템(Energy Saving System, ESS), 연료 저감 등 친환경 기술 및 시추선 시스템 자동화 기술 등을 교류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도 노르웨이 기업 'JOTUN'이 개발한 무용제 도료의 성분과 환경·안전적 영향 여부를 공동 분석하기로 하며 친환경 선박기자재에 대한 접근을 강화했다. 스마트 선박의 핵심이 될 자율운항기술 및 선박 자동화 기술 접근이 용이해지고 친환경 선박 건조에 필요한 원자재 원천 기술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환경’을 필두로 한 산업 전반의 트렌드 전환기를 맞이해 우리나라의 조선업계는 다가올 황금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준비 과정이 산업 전환기와 맞물려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재부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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