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한 조선업 글로벌 침체…우리나라는 7년만에 1위 탈환
- IMO 환경 규제로 업계 분주, 친환경 선박 기술이 조선업 핵심으로
- LNG운반선 최강자 우리나라 조선업 ‘빅3’, LNG추진선도 선도한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건조해 SK해운에 인도한 차세대 LNG선박 ‘프리즘 어질리티(Prism Agility)'호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건조해 SK해운에 인도한 차세대 LNG선박 ‘프리즘 어질리티(Prism Agility)'호 (사진=현대중공업)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잠시 주춤했던 우리나라의 조선업이 다시 활짝 웃을 수 있을까? 지난 기간 경기 침체의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가 지난 해 다시 세계 1위 자리에 오른 우리나라 조선업이 최근 변화하는 국제 산업 트렌드 속에서 기회를 잡아가고 있다.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지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 아직은 불투명한 조선업 미래…환경 규제가 큰 변수

과거 우리나라 재조 산업의 가장 큰 축 중 하나를 담당하던 조선업은 2015년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잠시 주저앉았다. 하지만 2018년 이후부터는 조금씩 업황이 개선되면서 우리나라도 7년만에 선박 수주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글로벌 조선업 환경은 예전만 하지 못한 상태다. 전세계적으로 선박 수주 물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 조선업과 매우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진 해운업과 해양 자원개발 산업이 모두 침체기이기 때문이다.

조선 및 해양 자원개발, 해운업 모두 시장 침체를 이어가면서 조선사들은 안정적인 건조 물량 확보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2014년 이후부터는 수주 감소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으면서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중이어서 이에 대한 구조조정도 현재 진행 중이다. 올해에는 사정이 더 나빠지기도 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계 발주량은 153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2017년 1976만CGT, 2018년 2696만CGT 보다 적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조선업계에 변화의 전조가 들려오고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환경’이다. UN산하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의 결의 사항으로써 새로운 IMO 규제 적용이 의무화되면서, 내년부터 전 세계 해역에서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량 허용치는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강화된다. 2012년 4.5%에서 3.5%로 낮춘 지 8년 만에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크게 강화한 셈이다. 이에 따라 기존 선박들이 사용하던 중유 등의 연료로는 규제를 이행하기 어려워 대체 에너지원에 대한 물색이 시작됐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금까지 선박에 대한 환경 규제를 점차적으로 강화해왔다. 2020년부터 적용되는 황산화물에 대한 규제가 아닌 ‘질소산화물’에 대한 배출량 규제는 2011년부터 발효돼 시행 중이다. 또 지정된 ‘배출통제해역’에만 적용되는 환경 규제도 2016년부터 추가적으로 발효 및 시행되고 있어 배출통제해역을 지나는 선박은 의무적으로 IMO로부터 인증을 받은 ‘친환경’ 엔진을 사용해야만 한다. 한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규제도 시행되고 있어 2013년 이후 건조되는 선박은 건조 단계에서부터 IMO가 지정한 EEDI(신조선 에너지효율 설계지수)를 따라 만들어지게끔 의무화되고 있다.

2020년부터 추가적인 IMO 규제 적용이 의무화되면서 관련 업계로부터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따라오고 있는 이유는 ‘규제의 보편성’에 있다. 규제가 적용되는 2020년 1월부터 내항·외항을 막론하고 세계의 모든 선박에 황 성분 0.5% 이하의 연료 사용이 의무화 된다. 전방위적인 규제 사항에 대응하기 위한 전세계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추진선(오른쪽)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 LNG 벙커링 선박(왼쪽)으로부터 LNG를 공급받는 모습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추진선(오른쪽)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 LNG 벙커링 선박(왼쪽)으로부터 LNG를 공급받는 모습 (사진=삼성중공업)

◆ 환경 규제로 변화할 시장의 모습은?

대폭 강화된 환경 규제로 인해 관련 산업의 양태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에 따르면 2020년 IMO 규제 적용 의무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기자재의 전세계적인 수요 확대로 향후 5년간 25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전망이다.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되는 ‘황산화물’과 관련해, 2017년 기준 9억2749만달러 규모였던  황산화물 저감장치 시장은 2022년 61억369만달러 규모로 성장 가능할 전망이라고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QY리서치는 밝혔다.

강화된 환경 규제에 대한 조선업계에 대한 대답은 ‘친환경 선박’이었다. 기존 선박에 사용되던 연료 대신 LNG(액화천연가스)연료로 추진되는 LNG 연료 추진선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5년이면 새롭게 발주하는 세계 선박의 60% 가량을 LNG 연료 추진선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범세계적인 환경 규제가 시행되며 조선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LNG는 기존 석유계 연료에 비해 매연과 황산화물 등의 환경 오염물질 배출량 감소효과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LNG는 기존 연료에 비해 질소산화물은 90% 이상, 온실가스는 20% 이상 적은 배출량을 가진다. 또 연비도 거의 대등한 수준이어서 업계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LNG의 가격이 석유보다 저렴해 조선업계 뿐 아니라 선주들에게도 환경적, 경제적 측면을 모두 충족시키는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어 시장 성장 잠재력도 매우 높다.

지난 2016년,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세계 최초 쇄빙 LNG운반선의 진수식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지난 2016년,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세계 최초 쇄빙 LNG운반선의 진수식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 우리나라 조선업 빅3, 트렌드 주도한다

우리나라 조선업계에도 희망적인 전망이 들려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에 이르는 우리나라 조선업 ‘빅3’는 LNG운반선 시장의 최강자다. 우리나라의 조선업 빅3는 지난해 발주된 전 세계 LNG운반선 76척 가운데 80%가량에 이르는 66척을 수주했다. 올해에도 1월부터 9월까지 발주된 36척 중 28척을 우리나라 3사가 수주해 LNG운반선 시장의 굳건한 최고 자리에 올라있다.

LNG운반선은 떠오르는 친환경 선박 LNG추진선과 기술적 접점이 많다. LNG운반선의 선두에 있는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이 LNG추진선 시장에서도 전 세계 발주량의 큰 파이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도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추진선은 LNG 운반선과 기술 적용 범위가 유사해서 LNG 추진선의 확대는 LNG선의 탑 플레이어인 한국 조선업체에 유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 조선업 관계자도 “현재까지 국내 조선사들이 LNG선 건조에서는 최고 실력을 보여주고 있기에, 내년 LNG선 발주가 확정되기만 한다면 국내 조선사들에게 좋은 기회”라며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어려운 시기를 지나면서도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꾸준한 R&D 투자를 이어왔다고 평가받는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솔리더스’, 삼성중공업은 ‘KCS’, 한국조선해양은 ‘하이멕스’ 등 조선업 주요 3사는 각각 독자적으로 개발한 LNG 화물창 기술을 보유해 LNG운반선의 핵심 기술에 대한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NG 운반선 건조기술은 우리나라 조선업 ‘빅3’와 일본의 4개 조선사, 중국의 2개 조선사만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에 비해 중국 조선사들은 낮은 기술력 그리고 일본은 낮은 가격 경쟁력을 가져 우리나라가 비교우위에 올라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LNG추진선 시장에서도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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