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한동안 경제침체로 유럽연합(EU) 내에서 제 구실을 못하던 프랑스가 요새 들어 부쩍 기세등등하다. 기존의 리더인 독일을 제치고 ‘유럽의 경제엔진’ 자리를 꿰찰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독일은 제조업 불황으로 침체 위기에 놓인 반면, 프랑스의 경제회복세가 두드러지며 바닥으로 치닫는 유로존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 프랑스 유럽 경제 리더 급부상

블룸버그는 최근 기사를 통해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로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경제가 휘청이고 있지만 프랑스는 감세와 상대적으로 낮은 수출 의존도 덕에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장기적 성장을 위해 실시한 경제 개혁도 결실을 맺고 있다는 설명이다.

법인세 인하 후 기업 투자가 늘었고 노동법 개정 후 고용도 증가세다. 베렌버그뱅크 플로리안 헨스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정책에 있어서 프랑스는 엄치 척”이라면서 “경제 열쇠를 쥔 것은 결국 노동시장”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실업률은 지난 7월 8.5%를 기록, 2008년 금융위기 후 최저를 기록했다. 강력한 고용 증가세는 전문가들도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이에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0.3%씩 증가하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반면 독일 성장률은 1분기 0.4%에서 2분기 마이너스(-) 0.1%로 뚝 떨어졌다. 3분기 역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로존 성장률을 갉아먹던 프랑스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독일뿐 아니라 유로존 전체 성장률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프랑스 성장률은 1.3%를 기록, 독일의 0.5%나 유로존 1.1%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에는 프랑스가 1.2% 성장률을 기록하고 유로존이 1.0%, 독일이 0.7% 각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성장률 예상치는 프랑스가 1.4%이며, 유로존과 독일이 각각 1.3%와 1.2%다.

마크롱은 유럽의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까? (사진=CNBC)
마크롱은 유럽의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까? (사진=CNBC)

◇ 위기의 원조 경제 리더 독일

독일은 유례없는 위기에 빠졌다. 제조업이 전례 없는 침체에 빠졌다. 쉽게 얘기하자면 독일은 경제구조에서 제조업과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보다 크다. 글로벌 경기 악화에 날이 갈수록 취약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도 주력 업종인 자동차, 기계장비 등 제조업의 대외수요가 빠르게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미국 정부가 유럽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에 대한 불법보조금을 문제 삼아 유럽연합(EU) 회원국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점도 독일 경제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구조가 노령화되고 출산율 감소로 젊은 인구가 시장이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수시장도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재정건전성을 고수해왔던 독일 정부도 적자재정을 감수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다만 당장 독일 정부가 적자재정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프랑스의 콧대가 더 높아지면 독일을 상대로 재정정책 '강의'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놨다. 프랑스는 독일에 비해 재정정책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에 훨씬 긍정적인 입장이기 떄문이다.

블룸버그는 독일이 경기침체 벼랑 끝에 선 상황에서 프랑스 경제가 깨어나면 유로존 경제 정책을 논의할 때 마크롱 대통령의 입김이 더 세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산업 정책, 미국이나 중국에 필적하는 유럽 경쟁업체 구축, 유로존 회원국 간 자원 공유 확대 등을 옹호하고 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유로존 회원국에 대한 투자 확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유로존 공동예산에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유로존을 이끄는 ‘지도자’라는 측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의 리더십과 지도력을 둘러싸고 국내외로 말은 많지만, 그가 현재 유럽의 리더로 인정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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