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시내 전경. (사진=MSN)
마닐라 시내 전경. (사진=MSN)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필리핀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6.2%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4년래 최저치 성장률을 기록한 전 분기에서 반등한 성과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대외변수가 걸리지만 시장의 평가는 ‘그래도 현재는 필리핀만큼 안정적인 성장국가가 드물다’에 가깝다.

◇ 정부 지출 확대, 농헙 생산량 반등 성장 견인

필리핀 통계청은 최근 3분기 국내총생산(GDP)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 예상치인 6.0%를 웃돈 성과다. 앞서 4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장률인 5.5%를 기록한 지난 2분기에서도 크게 반등했다. CNBC는 정부 지출 확대와 농업 생산량 반등이 성장률 반등을 견인한 것으로 진단했다.

필리핀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빠른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필리핀은 당초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7%로 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마리아 빅토리아 그랜드손튼 CEO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확실성에 요동치고 있지만 필리핀 기업인들은 자신감에 넘친다”며 “경제 펀더멘털은 탄탄하고 더 많은 시장기회가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필리핀 기업인들은 다른 국가의 기업인들보다 낙관적이다”며 “해외에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가 자국으로 보내는 해외송금액도 계속 늘어나 내수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경기 반등세가 계속해서 이어지긴 힘들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알렉스 홈즈 캐피탈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3분기 반등이 계속해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 기술 투자 증가, 기계설비 감소세

기술 투자는 늘어나는 반면, 기계설비와 건설업 투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필리핀의 9월 수출은 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입도 여섯 달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인플레 둔화로 구매력이 향상되면서 소비는 양호한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대외변수가 내수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이에 맞서 필리핀 중앙은행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잦아들자 통화정책 방향을 지난해 긴축에서 올해 완화로 선회해 공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섰다. 이것이 내수진작에 도움이 됐다는 진단이다. 지난해 필리핀 기준금리는 4.75%로 1.75% 포인트 올랐지만, 올 들어 5, 8, 9월 세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인하, 현재 4.0%를 유지하고 있다.

지급준비율(지준율)은 14%로, 올해만 4%포인트 인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효과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가계의 소비 증가세는 2분기 이후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벤자민 디오크노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는 올해 더 이상 지준율 인하 같은 통화완화는 없다며 내년 경제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롱 치안 세계은행 필리핀 선임 경제학자는 이에 대해 “필리핀은 오는 2021년까지 인프라 등 공공투자를 늘리고 법인세 인하 등 민간투자를 유치해 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이 불확실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또한 통신, 운송, 물류, 에너지 산업에서 기업 간 경쟁이 부족한 문제는 질 낮은 서비스와 높은 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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