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하철 여성전용칸. (사진=SBS)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일본여성들에게 지하철 및 버스에서의 성추행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 중년여성의 경우 최근 현지 언론인 산케이신문에 20대 내내 자신의 몸을 더듬는 치한이 출퇴근 시간 내내 붙어서 떨어지지를 않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는 곧 온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첫 번째는 다수가 그러한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이었고, 둘째는 현실은 30년이 지난 현재에도 그다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 성추행 방지 배지 뜻 밖의 효과

30년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친구의 딸이 지하철에서 추행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곧바로 경찰과 지하철운행사와 대화를 시도했다. 이윽고 한 생각이 떠올랐다. 여학생들의 가방에 ‘더듬거리지 마라. 범죄다’는 배지를 달기로 했다. 이는 즉각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추행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추행을 하려다가도 즉각 중지한 사람들도 꽤나 있었다는 전언이다. 2015년에는 배지를 대량 제작하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도 실시되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배지를 사용하기 전과 후로 추행경험이 95% 가까이 줄었다는 조사도 있었다.

이러한 노력들은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 지하철 내에 여성 전용칸을 실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스타트업 애플리케이션인 QCCCA에 대한 관심 역시 비슷하다. 치한으로 보고된 전과자들과 용의자들의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는 앱이다. 만들어진 지 두세 달 만에 일본 전역에서 1000건 가까운 데이터가 추가되며 높은 관심을 방증했다.

도쿄경찰청 역시 ‘디지 경찰(DIGI POLICE)’라는 앱을 개발했다. 앱을 활성화할 경우 ‘그만해요! 여기 치한이 있어요!’라는 소리가 울린다. 개인 도장을 판매하는 기업인 샤치하타는 자외선 아래에서만 눈에 띄는 잉크를 이용해 치한에게 붙일 수 있도록 한 우표를 개발하기도 했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3만 원이 안 되지만, 500장의 선주문이 1시간도 안되어 매진되었다.

일본의 지하철 여성전용칸. (사진=SBS)
일본의 지하철 여성전용칸. (사진=SBS)

◇ 두려움, 당혹감에 신고 피해

2017년 기준으로 일본의 성추행 신고사례는 2943건에 달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희생자의 수는 의심할 여지없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여성 통근자의 절반 이상이 성추행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피해자 중 오직 10%만이 성추행 행위를 경찰에 신고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저 상황을 회피함으로써 두려움과 당혹감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학교나 직장에 지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꾹 참는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코니미스트도 최근 기사에서 “일본 여성들은 차라리 성추행이 별 문제가 아니라고 치부해버림으로써 문제를 잊고 싶어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류쿠 대학 교수인 마키노 마사코는 “(대중교통 내) 성추행은 오랫동안 성폭력의 한 종류가 아닌 성가신 사건으로 여겨져 왔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성추행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처벌이 종종 언급된다. 기껏해야 징역 6개월이나 500만 원의 벌금정도다. 반면 더욱 직접적인 형태의 폭력을 동반하는 성폭행은 10년 이하의 징역을 기본으로 한다.

현지 언론 역시 현실에 무감각하다. 파이낸셜타임즈(FT)도 최근 기사를 통해 “일본은 오히려 성범죄 무고에 더욱 관심심을 갖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억울하게 고발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가 연일 인기를 끄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보험회사들 역시 출퇴근 시간 내 성추행과 관련한 보험 상품을 판매하지만, 막상 문제가 일어나면 ‘되도록 문제를 키우지 않는 방향’으로 사건해결을 도모한다. 피해자에게 성범죄로 인해 늦어진 출퇴근 시간만큼의 비용만을 환급하는 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각계각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추행 방지를 위한 노력은 제각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여성들에게 남겨진 작은 희망과도 같은 소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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