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역할을 자처하는 IT기업들
정부의 역할을 자처하는 IT기업들
  • 서은진 기자
  • 승인 2019.11.06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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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실리콘밸리의 주택난 해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애플이 정부의 공공정책 보조에 발벗고 나섰다. 최근 주택투자 펀드와 1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를 출자했다. 캘리포니아 베이지역의 주택 펀드에도 15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 중 50만 달러를 취약계층지원에 투입하고 300만 달러(약 40억 원)에 해당하는 토지를 주택건설에 지원하는 안이다. 세계적인 기술 기업들이 이전에는 정부가 해 오던 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같은 애플의 정책보조는 캘리포니아 주정부를 포함해 미국 연방정부에도 나쁠 것 없는 일종의 투자다. 실제로 애플같은 경우 돈이 정말로 많다. 실제로 정부정책에 자금을 융자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2017년 애플이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세금납부를 통해 기업의 의무를 충분히 다하고 있다’고 밝힌 바와 명백히 배치된다. 그들은 불과 2년 전의 불평과는 달리 오늘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대신하고 있다.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도 시애틀의 저소득층 주택공급 사업에 500만 달러(약 60억 원)를 기부했다. 

페이스북도 나섰다. 주택 제공을 위한 사회적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형태다. 지난달에는 젊은이들의 내 집 마련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적 하에 1억 달러를 쾌척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수혜자는 교사, 간호사 등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애플의 모기지 지원의 수혜자들이기도 하다. 애플이 막대한 현금을 투입하여 주택건설을 위한 토지를 마련하는 한편, 페이스북이 소유한 현금자산의 4분의 1은 공공사업에 투입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렇다고 이들이 부동산 사업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과 같은 기술 회사들은 오늘날 엄청난 현금을 얻었지만,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하는 사업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반면 중앙정부와 주정부는 국유화된 토지는 비록 풍부하게 소유해도, 그들이 가진 예산을 사용하는 일에는 여러 이해당사자와 상황에 따라 제약을 받는다. 그러니 기술사업들이 행하는 자선사업들은 이른바 ‘자선 자본’이라고도 불릴 수 있다. 이들은 정부지출의 주요 항목인 주택, 교육, 의료분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FT는 이에 “법인세 인상에 대한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지역유지 혹은 국회의원들과의 유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한 공공주택. (사진=연합뉴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며, 이들이 정부지출에 사용하는 자금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기술기업들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보잘 것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기술기업들의 기술기반이 정부의 자선사업(단순한 세금기계가 아닌)에 이용되기 시작한다면, 그 때엔 정부도 더 이상 이들의 정책참여에 대해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자선사업이 미치는 영향은 시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공간에서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인터넷으로 인해 기술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들이 되었지만, 반대로 인터넷은 오늘날 자산을 재분배함으로써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활동이 위축된 도시 중심가가 그러하다. 이들이 자금을 투자하는 공간은 젊은 근로자들이 이들 기업에서 일하기 위해 이주하는 곳으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사람이 몰려드는 도시는 언제고 물가가 오른다. 기술기업들에게는 여러 모로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기술 회사들이 국가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공간에서 국가처럼 행동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이름도 모를 어디 시골에서 주택가격을 낮추려 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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