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스마트워치 기업 핏빗 인수발표
-하드웨어 존재감 확대…헬스케어 진출할 기회
-반독점 규제기관 개입이 관건

핏빗이 구글에 인수된다. (사진=핏빗)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스마트워치 제조사 ‘핏빗’(Fitbit)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에 인수됐다. 구글은 이번 인수를 통해 하드웨어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동시에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구글의 독과점 문제와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전 세계적인 우려는 하나의 과제로 남게 됐다.

◇ 구글 핏빗 인수 합의

현지시간으로 지난 1일 구글은 현금으로 주당 7.35달러에 핏빗을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내년에 인수 절차가 종료되면 핏빗은 약 21억 달러(한화 2조4500억 원)의 가치로 구글의 품에 안기게 된다.

핏빗 제임스 박 최고경영자(CEO)는 “12년 전부터 모든 이들을 더 건강하게 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며 “구글의 자원 및 글로벌 플랫폼과 함께 웨어러블 분야의 혁신을 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2007년에 한국계 미국인인 제임스 박에 의해 설립된 핏빗은 걸음수, 심박수, 수면의 질 등 다양한 신체 데이터를 측정하는 스마트밴드를 만든 기업이다. 2015년 애플이 스마트워치를 출시한 후부터 핏빗의 위기가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이 비슷한 시기 스마트워치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중국 화웨이까지 스마트워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지난 7월 올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8월에는 애플과 마찬가지로 ‘핏빗 프리미엄’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발표해 운동 방법, 건강 보고서, 맞춤형 건강알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활로를 모색했지만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

핏빗의 CEO 제임스 박. (사진=핏빗)
핏빗의 CEO 제임스 박. (사진=핏빗)

◇ 헬스케어 시장 존재감 확보

구글은 핏빗을 품고 하드웨어-헬스케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됐다. 구글은 유독 하드웨어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2011년 뒤늦게 휴대전화 제조사 모토로라를 125억 달러에 인수했지만 이내 2014년 하드웨어 제조사 레노버(Lenovo)에 29억 달러 규모로 팔아야 했다. 2018년에는 대만 휴대전화 제조사 HTC의 스마트폰 부서를 11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구글의 픽셀 스마트폰의 성장세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한 업계전문가는 “구글은 늘 집안 등 일상 어디에든 존재하길 원했다”며, “핏빗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지라 구글 입장에서는 인수가 매력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양 사의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헬스케어 시장에서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미 애플이 걷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실제로 애플은 수년간 스탠포드대와 파트너십을 맺고 심장 관련 연구에 애플워치의 기능을 활용해왔다. 애플의 팀쿡 CEO도 연초 “(애플이) 헬스케어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애플이 인류에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이 헬스케어라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훗날 구글이 애플과 헬스케어 시장을 양분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보고 있다.

구글은 핏빗을 품고 하드웨어-헬스케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됐다. (사진=픽사베이)
구글은 핏빗을 품고 하드웨어-헬스케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됐다. (사진=픽사베이)

◇ 구글 반독점 시각에도 과감한 행보

포브스도 최근 인터뷰 기사를 통해 “구글의 모회사는 베릴리, 칼리코 등의 계열사를 통해 헬스케어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널리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애플과 차별화한다”며 “핏빗 기기는 대규모로 헬스케어, 웰빙에 영향을 미치는 소위 ‘라스트마일(last mile)’, 마지막으로 남은 짧은 거리를 좁혀주는 배달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구글의 이번 행보가 미국과 유럽의 규제당국이 구글의 반독점 여부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다소 과감한 결정’이라고 분석한다. 일부 민주당의 대선후보들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의 이전 인수들을 번복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데이빗 시실린 독점금지위원회 위원장도 “구글의 핏빗 인수는 구글로 하여금 우리 국민의 가장 민감한 정보까지 더욱 깊숙이 들여다보게 할 것”이라며 “그들은 온라인 시장의 패권을 침해하기 위해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위원회에서는 독점금지법 집행관들의 조사를 요구한 상태다. 구글 역시 핏빗 인수가 규제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약 250만 달러(우리돈 약 30억 원)의 수수료를 지불하기로 동의했다.

구글에 대한 비판은 미국 내에 그치지 않는다. 영국 노동당 톰 왓슨 부대표도 영국 경쟁시장청(CMA)에 서한을 보내 “기술 기업들은 책임이나 규제에서 벗어난 채 초법적 존재로 여겨져왔다”며 “(구글의 핏빗 인수는) 데이터 강탈이며 이는 CMA에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 컨설팅사 가트너 리서치도 “인공지능을 헬스케어에 도입한다면 유용하겠지만, ‘한 회사가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걸 원치 않는다’는 입장과 충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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