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나면 그때 뿐’…응답하라 정의선

현대자동차 사옥.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사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속된 말로 ‘공개수배’를 받고 있다. 혐의는 부당착취다. 강자인 이들이 을(乙)의 관계에 있는 협력사(부품업체)에게 출장비를 떠넘기고, 유흥업소 접대를 강요하고 채용청탁까지 했다는 의혹이다. 

29일 KBS에 보도된 내용과 지난달 16일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을 종합해 보면, 현대차 담당자들의 대우는 소위 장관급이다. 협력사들이 돈 많이 쓰고 접대 잘하면 품질5스타로 인정받는다. ‘품질5스타’란 현대차가 300곳이 넘는 협력사의 품질을 관리하는 제도다. 이 점수와 등급이 떨어지면, 협력사는 입찰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구조다. 심할 경우 신규 부품 수주까지 타격을 받는다. 

그래서 협력사에 감사하러 나온 현대차 직원의 출장비용은 거의 대부분 협력사에서 낸다. 식비, 숙박비, 톨게이트 비 영수증까지 알뜰히 챙겨준다. 또 저녁 식사는 물론 노래방 도우미 접대나 룸살롱 접대까지 강요받는다. 급기야 현대차 직원들의 지인이나 친인척 자녀가 협력업체에 지원했다며 이력서를 직접 출력해 갖고 온 사례도 있다.

이게 접대5스타인지 품질5스타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폭로 글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히 현대차 직원들의 ‘갑질’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제도 관련 갑질 신고나 비리 신고가 접수된 건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게 현대차 측의 주장이다. 신고한 게 밝혀지면 불이익을 받는 것일까. 아니면 죽일 놈이 되는 것일까.

이유야 어쨌든 문제를 일으킨 직원에 대해 현대차 측은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처벌한다고 했다. ‘혼나면 그때 뿐’이라는 식이다.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닌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수장인 정의선 부회장이 그 혁신의 답을 내놔야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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