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티브는 현대차의 투자로 인해 구글의 웨이모, 지엠 다음으로 세계 3위의 자율주행 기술 회사가 되었습니다.

사진출처= waym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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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자율주행차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번에도 자율주행차를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9월 말에 현대차그룹이 앱티브라는 회사와 함께 미국 현지 합작법인 설립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바가 있습니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전문회사로 2017년에 자동차 부품회사로 잘 알려진 델파이에서 분사한 회사입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현대차가 독자적인 진행했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포기함으로써 그동안 많은 현대차 투자자의 걱정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그리고 현대모비스는 현금 16억 불, 연구개발 4억 불, 총 20억 불(2조4천억 원 정도) 투자함으로써 앱티브와 함께 40억불의 가치를 가진 합작벤처 회사를 설립한 것입니다. 앱티브는 여태까지 지엠(GM), 폭스바겐, 피아트 등이 주된 고객사인데 이제 현대차도 그 고객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앱티브는 현대차의 투자로 인해 구글의 웨이모, 지엠 다음으로 세계 3위의 자율주행 기술 회사가 되었습니다.

앱티브의 자율주행 기술은 현재 미국 라스베가스에 승차 공유회사인 리프트에 적용되어, 2018년부터 이 기술을 활용한 로보택시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리프트도 우버와 마찬가지로 스마트 앱을 통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가 시작한 후 올해 5월까지 일 년간 55,000건의 손님이 자율주행 택시인 로보를 사용했으며 5점 만점에 4.97점의 평가를 받았으며, 탑승자의 92%가 매우 안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 라스베가스에 갈 기회가 있으면 스마트폰에 리프트 서비스 앱을 설치하고 로보택시를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우버의 시가총액은 미국 자동차 3사보다도 높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만큼 가까운 장래에 자동차의 공유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미래 가치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리프트는 우버보다 후발 주자이지만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로 한 걸음 더 빨리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5월에도 리프트는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하여 미국 애리조나 주의 피닉스에서 10대의 차량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웨이모의 기술이 적용된 자율주행 미니밴을 타고 학교, 쇼핑, 직장으로 갈 때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승차 공유회사의 차량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는 시도가 대중화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펴보면 걱정이 앞서갑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제도적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아 국내에서 개발된 자율주행차 실험도 외국에서 하는 실정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승차 공유 서비스도 택시 운수업 종사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우버나 리프트 등은 외국 여행에서나 경험해 볼 정도입니다. 꼭 미국을 가지 않고 가까운 동남아에 가더라도 우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버의 등장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언제 어디서나 적은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19세기 말 자동차가 만들어졌을 때 영국에서는 철도회사와 마차 종사자들의 이익을 반영하여 자동차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들고 가야 하는 “적기조례”를 만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영국의 자동차 기술은 여기서 정체되고 그 기술이 독일로 넘어가 오늘날과 같은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과 같은 자동차를 만들게 되는 초석을 다지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승차 공유 서비스 불법화는 현대판 적기조례입니다. 정부는 산업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의 개발이 매우 시급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손을 놓고 있습니다. 현재 운행되고 있는 택시의 수를 매년 적절한 수준으로 계속 감소시키고, 택시 종사자에게 전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함으로써 실업의 위험을 대처할 수 있도록 정부는 부단히 노력할 것을 주문해 봅니다.

그러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승합차 호출 서비스인 “타다” 대표이사 검찰 기소라는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그 내용을 들어다보니 혁신 성장을 내세우는 정부가 정치권과 함께 모빌리티 혁신을 시도하는 기업을 협공하는 기이한 상황이 우리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와 관련하여 올해 초 회계와 경영컨설팅을 주력으로 하는 다국적 기업인 KPMG에서 흥미로운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이 보고서는 자율주행차를 이끌어가는 25개국을 정책과 법, 기술과 혁신, 인프라, 사용자의 수용 준비를 기준으로 순위대로 선정했는데, 한국은 2018년 조사에서 10위였으나 올해에는 13위로 상대적으로 후퇴했습니다. 1위인 국가는 네덜란드, 2위는 싱가포르, 3위는 작년 등수에도 없었던 노르웨이가 차지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더 자동차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를 살펴보면 중국(20위), 미국(4위), 일본(10위), 인도(24위), 독인(8위), 멕시코(23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자율주행차 기술에 대한 발전은 반드시 자동차 생산과 무관하게 이루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의미는 자율주행 기술이 기존의 고전적 자동차 기술과 다르다는 점입니다.

잠깐 전기차의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중국은 작년에 약 125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연간 승용차 판매량과 비슷합니다. 2위인 미국이 36만대의 전기차를 팔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중국의 기세는 대단합니다. 중국의 자동차 회사를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중국은 가솔린이나 디젤로 구동하는 내연기관 차는 포기하고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487개의 회사가 있으며 실제로 생산은 60개 정도의 회사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30년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7%, 하이브리드 28%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을 볼 때, 중국의 성패 여부는 아직 단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 KPMG 보고서로 돌아가면, 우리가 13위에 머문 원인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먼저 정책과 법이 16위, 기술과 혁신은 7위, IT분야 특히 5G가 앞선 인프라는 4위, 그리고 사용자의 수용 준비가 19위로 나왔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기술 구현에 발목을 잡는 것이 정부의 정책 그리고 사용자의 마인드라 하겠습니다.

사용자의 수용준비는 결국 경험에 의존해야 하는데,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그게 어떻게 잘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사용자의 태도가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경험이 있어야 정확한 수용태도를 표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라스베가스에서 4.97의 평점을 받고 92%가 안전하다고 생각했으면, 사용자는 자율주행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열쇠는 정부가 과감한 정책적 결정과 국민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기술은 늘 그 시대의 정책 결정자들의 마인드보다 앞서가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 정책 결정자의 마인드는 실종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을 산업적 기치로 내건 정부라면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고 분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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