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야디 3Q 순익 90% 가까이 급감… 어닝 쇼크
- 테슬라 올해 1~9월 중국 매출 60% 급증
- 폭스바겐, 혼다 등 외국 기업의 잇따른 중국 전기차 시장 진입

올 상반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테슬라의 모델3.(사진=테슬라)
테슬라의 모델3. 올 상반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이다.(사진=테슬라)

[데일리비즈온 이우진 기자]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역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스타트업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가 올 3분기 어닝 쇼크 수준으로 실적이 하락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삭감에 영향을 받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고난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미국의 테슬라는 오히려 매출이 상승하며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비야디는 29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보고서를 발표해 매출이 316억 3700만 위안(약 5조 23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17% 하락했으며 순익은 1억 1900만 위안(약 198억 원)으로 88.58% 줄었다고 밝혔다.

실적발표 다음날인 30일 홍콩 증시에서 비야디 주가는 폭락했다. 비야디 주가는 5.56% 하락한 37.40홍콩달러로 마감했다. 올 4월 59.7홍콩달러로 연중 최고점을 찍었던 것에 비해 37% 넘게 하락한 것으로 2016년 이후 최저치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비야디가 4분기에도 고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전체 순익은 전년 대비 43% 감소한 15억8000만 위안으로 전망했다. 

중국 경기 둔화의 영향과 전기차 보조금 대폭 삭감 영향으로 인한 전기차 판매량 급감이 비야디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3개월간 비야디 전기차 실적을 보면 역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7월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2% 감소했고 8월에는 23% 줄어들었으며, 9월에는 51%까지 떨어졌다. 이는 7월부터 시행된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삭감과 내연차 구매제한 정책 완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삭감해 2021년에 완전히 폐지할 예정이다.

다른 중국 자동차 업체들도 역성장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베이징자동차(BAIC) 자회사인 BAIC블루파크뉴에너지테크놀로지도 올해 9월까지 차량 판매 대수가 9만 8382대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올해 목표치 22만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가는 9% 폭락했다. 또다른 전기차 회사 우룽(FDG)은 2017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실적이 부진하다가 지난달 파산을 신청했다.

미국의 테슬라는 오히려 올해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현지시간) 신랑재경 등 중국 현지 매체는 테슬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테슬라의 1~9월 중국 시장 자동차 판매액이 23억 1800만 달러(약 2조 7000억 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4%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도 가장 먼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시장의 우려를 샀었다. 중국 정부가 테슬라에 중국 법인의 지분을 100% 보유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이례적인 혜택을 줬지만 무역전쟁이 지속되면 그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 시장이 대규모로 성장하고 중국 정부가 지원금 삭제 등 자국 기업 보호 정책을 완화하면서 테슬라는 세간의 우려를 이겨내고 성공을 거뒀다. 최근 중국 정부가 차량 취득세 면제 대상인 신에너지 차량 명단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테슬라의 전 차종을 포함했다. 이로써 고객들은 테슬라 차량을 살 때 최대 1600만 원의 세금을 면제받게 되면서 테슬라의 실적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혼다의 순수 전기차 ‘VE-1’.(사진=혼다)
혼다의 VE-1.(사진=혼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중국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에 크게 유리하게 작용해왔다는 점에서 그동안 외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 진입을 꺼리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자국 기업 보호정책이 완화되고 테슬라가 성공을 거두면서 다른 외국 기업들도 중국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독일의 폭스바겐이 중국 내 전기차 생산 속도를 높여 테슬라와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라고 28일(현지시각) CNBC 방송이 보도했다. 로이터도 29일 폭스바겐이 오는 2022년까지 전기차 생산량을 100만대로 확대해 테슬라를 뛰어넘는 계획을 세웠다며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이 이들 두 회사의 주요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폭스바겐은 내년 중국에 2개의 전기차 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공장은 연간 60만대 규모로 다른 경쟁 업체들의 생산속도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폭스바겐은 대량 생산을 추진해 전기차 가격을 대당 2만 2000달러(약 2560만원)까지 낮출 계획이다.

혼다자동차 또한 첫 번째 순수 전기차 ‘VE-1’을 내세워 중국 전기차 시장에 돌입했다. 해당 제품은 중국에서만 우선 판매하며 현지 합작사인 광저우모터스와 함께 중국 내에서 생산한다. 일반 판매 외에도 혼다는 중국 전기 카셰어링 업체 리치다에 VE-1을 공급하며 해당 회사의 주식 10%까지 확보한 상태다

테슬라 또한 경쟁 업체들의 등장에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가동에 들어간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연 25만대를 우선 양산하고 향후 연 50만대까지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상하이 공장의 생산 비용은 캘리포니아 공장의 65% 수준이며 수입 관세도 물지 않기 때문에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면 테슬라의 중국 내 가격 경쟁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은 세계 1위의 전기차 시장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판매가 122만대로 일본(116만대)을 추월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KAMA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429만대로 2017년보다 28.4%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신차 판매의 10%까지 끌어올리고 2035년까지 전체 자동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미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세계 1위 규모이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정부의 울타리가 없어지면서 중국 토종 기업들과 외국 기업들 간에 경쟁은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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