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철수하자 러시아가 ‘왕 노릇’
-터키의 러시아의 밀월은 언제까지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미국의 출병으로부터 촉발된 시리아의 위기는 결국엔 수많은 패자를 남긴 채 단 한명의 승자를 남길 것이다. 바로 러시아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켰다는 이유로 국내외의 비난이 거세다. 미국 내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초당적인 비판이 나온다. 호심탐탐 시리아를 노리고 있는 터키는 신이 났다. 터키는 최근 시리아를 침공해 최소 250명의 쿠르드족이 사망하고 3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앙카라, 다마스쿠스와의 영향력을 활용해 일대의 킹메이커로 떠올랐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개입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이 늘 못마땅했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에도 “미국의 (일대에서의) 군사행동은 도적과도 같은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터키 역시 미군 철수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터키의 목표는 시리아에서 쿠르드 반군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고, 미국은 쿠르드 군을 비호하고 있었다. 이에 실질적으로 에르도안은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족 시리아민주군(SDF)를 신속히 제거할 기회를 얻었다. 러시아와 협력해 SDF를 일대에서 몰아낸다는 계획이다. 만약 SDF가 저항한다면? 무스타파 키바로글루 이스탄불 MEF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러시아가 보증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지난 22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신이났다. 시리아 북부일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SDF를 시리아 북부에서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와 터키군은 국경 근처에 있는 시리아를 공동으로 순찰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도 위협을 가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쿠르드족이 움직이지 않으면 러시아군이 철수하고 터키군이 쿠르드족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터키는 이라크 전쟁, 이란, 이스라엘, 쿠르드족을 포함한 여러 외교 정책 문제에서 미국과 오랫동안 충돌해왔다. 그러나 양국은 시리아에서 ‘아랍의 봄’ 시위가 일어난 후 앙카라와 미국은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를 전복시키기로 결심한 무장 반군을 지원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들의 협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반군이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부터 러시아군이 아사드를 지원하기 시작하자 미국은 흥미가 뚝 떨어졌다. 아사드의 정권유지가 확실시되자 에르도안 총리는 슬쩍 말을 바꾸었다. 러시아가 후원하는 카자흐스탄 평화회담에 참가하면서 재빠르게 친(親)러시아 노선으로 갈아탔다.

에르도안 총리에 대한 2016년 쿠데타 미수 사건은 양국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터키는 에르도안에 대한 암살 미수가 미국의 공모에 의해 자행되었다고 생각했다. 터키는 실제로 미국에 망명중인 터키의 한 종교 지도자가 쿠데타를 획책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터키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이토록 자신만만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터키는 상대적으로 경제나 안보 관계에서 미국의 의존도가 크지 않다. 에르도안이 미국의 경제재제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다. 거기다가 미국은 최근 중동 정세에 개입했다가 크게 득을 본 기억이 없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시리아 등에 멋모르고 개입했다가 발을 빼지 못해 늘 전전긍긍이었다. 이에 에르도안 총리는 미국의 일대에서의 약화되고 있는 영향력 대신 변치 않는 지배력을 자랑하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좀 더 염두에 둔 모양이다.  

터키가 오래 전부터 EU와 NATO 가입에 공을 들여왔고, 스스로를 아시아보다는 유럽 국가로 어필하는 데 힘을 써왔다. 그러나 터키에게 오늘날 그러한 정체성은 메리트가 없다. 거기다가 러시아는 터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경제적 유인들을 제공할 수 없다. 실제로 양국 간의 경제협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우선 터키는 러시아제 S-400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구입해 최근 중동 각국에 납품했다. 포린 폴리시(FP)는 “(터키의 러시아 무기 구매 때문에) 워싱턴 정계에서는 한 바탕 폭동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거기다가 러시아와 터키를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도 한창 건설 중에 있다. 일부 구간은 이미 완성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는 터키에 4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동에서 자국의 경제적, 군사적 이익을 추구한다. 이에 러시아와 터키의 무기 제조업체들은 신이 났다. 석유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러시아가 이스라엘이나 터키에 원유를 팔아 수익을 챙기려 하는 한편, 미국은 걸프만 국가들로부터 유가를 사들이는 방안을 통해 유가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 이 와중에 희생되는 것은 힘없는 쿠르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픽사베이)

그러나 러시아와 터키는 미국으로부터 하나의 신호를 얻었다. 러시아 측의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6일 에르도안은 트럼프의 전화통화를 통해 터키가 시리아를 침공할 것임을 은연중에 알렸다. 마땅히 분노해야 할 사항이었지만 트럼프는 터키의 침공 계획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다만 터키와 시리아 국경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50명을 철수시키기로 합의했다. 터키 입장에서는 사실상 미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3일 후, 터키와 시리아 용병대가 국경을 넘어 쳐들어와 쿠르드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몇몇 도시를 포위했다. 동시에 에르도안 총리는 터키에 살고 있는 시리아 난민 200만 명을 시리아 북부의 '안전지대'로 이주시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제사면위원회(IANA)는 터키에서 훈련받은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 이 곳의 주민들을 구타하고 살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마즐롬 압디 SDF 군사지도자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에서 넘어온 쿠르드족에 대한 인종청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DF가 워낙 강경하게 나오니 현재 터키와 러시아는 그들의 군대를 시리아 북쪽의 국경선 바깥쪽으로 이동시킨 상태다.

하지만 FP는 “SDF는 스스로가 터키를 저지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고 분석한다. SDF의 현재 최종목표는 시리아 내에서의 쿠르드 족에 대한 일종의 자치권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다마스커스와 아사드는 역사적으로 쿠르드 족에 자치권만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다르다. 러시아는 쿠르드에게 자치권을 부여하도록 시리아 정부를 압박할 수도, 아니면 경우에 따라 쿠르드를 강경하게 압박할 수도 있다. 한 러시아 장교는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국기가 등장하면 전투가 중단된다”고 말했다. 모두가 미국에게 기대했던 역할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더 이상 그 역할을 원하지 않는다.

지난 28일에는 한 미국 특수부대가 시리아 북서부의 한 구역을 급습, IS의 지도자 알 바그다디를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빛나는 전술적 승리였지만 일대의 지정학적 균형에 끼치는 영향력을 그닥이다, 트럼프는 2016년 집권한 이후 중동에서 그다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적대국인 러시아와 터키를 더욱 대담하게 만드는 역효과만 낳았다.

쿠르드 족 여전사. (사진=BBC)

반면 러시아의 선택은 훌륭했다. 그들은 꽃놀이패를 쥐었다. 오늘날 러시아는 터키의 에너지 수요의 상당부분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거기다 연간 600~700만 명의 러시아 관광객이 터키로 향한다. 터키는 이외에도 러시아제 전투기 Su-57과 Su-35의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이에 강력 반발한다. NATO의 무기 체계는 회원국들 사이에서도 비밀리에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S-400 시스템을 운용하기 위해 터키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 군사고문이 NATO 장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터키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미국과 멀어지고 있다. 미국의 말인즉슨, 현재 미국 스파이들도 S-400에 접근해 있거나, 언제든 접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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