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차량 판매량 60% 이상 증가
- 올해 6월 사우디 아람코와 수소전기차 및 수소·탄소기술 MOU 체결
- 이스라엘 물류 기업 타브라와 미래 혁신 기술 기반 신규 사업기회 모색

여성운전이 허용된 사우디의 여심을 잡는 현대차.(사진=현대차)
여성운전이 허용된 사우디의 여심을 잡는 현대차. (사진=현대차)

[데일리비즈온 이우진 기자] 현대차는 올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시장 차량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최근 중국 시장 비중을 줄이며 인도, 아르헨티나, 중동 등 신흥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6월에 사우디의 사우디 아람코와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지난 28일에는 이스라엘의 타브라 그룹과 MOU를 체결했다. 이러한 현대차의 투자 전략이 사우디에서 판매실적 증가와 같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난 것이다.

◆사우디 차량 판매 전년 동기간 대비 63% 증가

29일 현대차는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사우디 시장에서 8만 7661대를 팔아 전년 동 기간 5만 3499대보다 63.9% 늘어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올 1월부터 8월까지 현대차는 사우디 전체 자동차 판매량 31만2,980대 중 약 23.8%를 차지했다. 도요타에 이어 2위로 약 6%로 추정되는 기아차와 합치면 도요타와 큰 차이가 없다. 현대차는 3분기까지 내수시장 판매량이 4.7% 줄고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부진한 것에 비해 중동 시장에서 크게 약진하고 있다.

사우디 자동차 시장은 2015년 약 84만 4000대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절반에 가까운 42만대 수준으로 줄어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2015년에 국제 유가 하락으로 사우디 정부가 줄어든 원유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 부가가치세 5% 도입과 각종 세금을 인상하면서 소비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현대차에게 사우디 시장은 기존 중동 차량판매량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던 지역으로 2015년 18만 4535대를 판매했으나 지난해 7만 7332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사우디 정부 민간 일자리 창출 정책 등을 통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자동차 소비가 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국가 중장기 발전계획인 ‘사우디 비전 2030’을 통해 자동차 산업 육성책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도 사우디 경기 회복에 힘입어 차량 판매실적을 회복하면서 올해 말까지 약 12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관련해 올 6월 사우디 아람코는 현대차와 MOU를 체결했다. 작년부터 여성운전이 허용된 것 또한 판매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내년에도 여성 운전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성을 타깃으로 한 판매 전략에 따라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아민 나세르 사우디 아람코 사장이 MOU를 체결하고 있다.(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아민 나세르 사우디 아람코 사장이 올해 6월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현대차·사우디 아람코와 수소경제활성화를 위한 MOU 체결

현대차는 올 6월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자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수차례 회동을 가진 이후 사우디의 종합 에너지·화학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와 MOU를 체결했다. 수소에너지·탄소섬유소재를 개발하고 미래차 관련 산업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한 기업으로 수소전기차와 수소전기버스를 개발·상용화했고, 수소충전소 구축에 필요한 기술도 있다. 사우디 아람코는 지금까지 부산물로 취급했던 수소를 적절하게 활용할 방안을 현대차에서 찾아낸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전기차 기술력을 갖춘 현대자동차의 승용 수소전기차, 수소전기버스를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 도입해 실증 사업을 실시하고 보급 확대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다.  

수소를 운반·저장하기 위해서는 탄소섬유가 필요하며 결국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탄소섬유 기술이 필수적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탄소섬유를 활용한 안전성 높은 차량용 수소저장탱크를 양산해 도입하고 있으며, 차량 내 탄소섬유 등 경량소재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도 신사업 육성 차원에서 탄소섬유 등의 제조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저비용 탄소섬유(CF),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CFRP)의 광범위한 제조 및 활용을 통해 자동차와 비자동차 부문에서 탄소섬유 소재가 시장에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할 계획이다. 

일본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2016년부터 2030년까지 판매량 기준으로 약 383%, 금액 기준으로 약 211%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일본 등 몇몇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자로서의 부상이 기대된다.

설원희(왼쪽) 현대차 미래혁신기술센터 부사장과 샤이 리브낫 최고경영자가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타브라그룹 본사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설원희 현대차 미래혁신기술센터 부사장과 샤이 리브낫 최고경영자가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타브라그룹 본사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이스라엘 타브라 그룹과 MOU 체결

현대자동차는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람라(Ramla)에 위치한 타브라그룹 본사 사옥에서 양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상호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타브라는 1955년 설립돼 다양한 유형의 도로 운송 및 항공 화물 등 물류 서비스와 차량 수입 및 유통,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최근에는 IT, 데이터 센터, 사이버 보안 등 첨단 미래 기술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이스라엘 내 혁신 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타브라는 이스라엘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타브라 혁신 센터’를 올해 안에 설립해 스마트 모빌리티, 교통, 물류,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신사업 기회 발굴과 신기술 트렌드 조사 및 평가 등 다양한 혁신 분야에서 타브라와 공동의 협업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또한 ‘타브라 혁신 센터’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해 미래 혁신 기술을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협업도 적극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타브라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회사들에 이미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 인공지능업체인 알레그로.ai, 에너지업체인 H2프로, 드론업체 퍼셉토 등에 전략 투자를 진행했으며, 올해 6월에는 이스라엘의 첨단 스타트업인 엠디고에 투자를 결정하고 미래 커넥티드카용 의료서비스 개발을 위해 협력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미래혁신기술센터 설원희 부사장은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스타트업 자원이 풍부한 국가”라며 “타브라가 보유한 이스라엘 모빌리티 산업 내 입지와 인프라를 활용, 유망 스타트업 발굴·육성 및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검증 등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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