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사태 수습 놓고 책임전가 왈가왈부
-주 정부는 중앙정부 개입말라

홍수로 뒤덮인 카라치. (사진=Samma.TV)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올해의 몬순은 파키스탄의 중심도시 카라치를 휩쓸고 있다. 카라치의 노후한 배수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되었고 카라치의 중심부는 물에 완전히 잠겼다. 지금은 상황이 좀 나아지나 싶지만, 사태의 완전 해결까지는 다소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최소 17명이 숨졌고, 그 중 다수가 이번 홍수로 인한 누전으로 사망했다. 각종 벌레들이 물에 잠기다 만 시장과 상점 위를 들끓고 있다. 이에 사방팔방으로 퍼진 쓰레기더미들은 이재민들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관광객들에게는 낙타 여행으로 유명한 클리프론 해변은 각종 의료폐기물과 주사기 등으로 뒤덮여있다는 전언이다.  

남아시아의 배수 인프라가 열악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의 사태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카라치는 파키스탄의 주요 거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씽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연구원인 파르자나 셰이크는 이에 대해 “시민사회의의 총체적 붕괴”라고 진단했다. 최근 인구조사에 따르면 카라치의 인구는 대략 1600만 명에 달한다. 그나마도 최소 100만 명은 더 될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명실상부 파키스탄의 최대 도시이자 (수도는 이슬라마바드다) 주요 항구이다. 파키스탄의 4개 주(州) 중 신드의 주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 오래된 도시가 그러하듯 과거 무분별했던 도시 계획은 오늘날의 수해 상황을 악화시켰다. 배수, 하수 시스템과 쓰레기 처리 문제가 대표적이다.

거버넌스의 분열은 사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치적, 행정적인 분열이다. 이전부터 신드 지역은 파키스탄 민중당(PPP)의 오랜 정치적 고향이었다. 파키스탄 역시 각 주의 주민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민족을 중심으로 구성되었고, PPP의 주요 지지자들 역시 신디(신드 어를 사용하는 민족)가 대다수다. 그러나 정작 신드의 주도인 카라치는 이른바 모하질이라고 불리는, 과거 인도 출신 후손자들에 의해 운영되어왔다. 이들은 신디 어가 아닌 우르드 어(파키스탄의 국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카라치는 군부에 의해 통치된다. 시나 주 정부의 권한은 매우 약하다. 군부가 몇몇 인프라 관련 국영회사들과 정부기관과 연합해 시 전체에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이 와중에 부패나 범죄 역시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달 반부패 조사단은 카라치 시의 한 고위공무원을 긴급체포했다. 시에서 운영하는 토지를 민간에 불법으로 팔아넘기려 했던 혐의에서다. 그의 자택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무려 8대에 달하는 럭셔리 수입 차와 각종 보석들, 그리고 여럿 불법 유통된 무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카라치의 평상시 시내 전경. (사진=위키피디아)

당연히 중앙정부가 이 사태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 카라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원회를 개설해야 할 필요성도 충분하다. 이에 법무부 장관인 파로크 나심은 최근 지금껏 파키스탄의 연방주의에 있어서 (놀랍게도 파키스탄 또한 연방제를 채택한 ‘공식적인’ 연방 국가다) 끝없이 논란이 되었던 헌법 조항을 예를 들며 “긴급상황 시에는 중앙정부가 주정부로 하여금 이러저러한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지금도 그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PPP의 반응은 싸늘하다. 중앙정부의 불필요한 주정부의 개입이 예상될 수 있으며, 군부나 중앙의회가 자신들의 영향력을 탈취할 수 있다는 의도에서다. 설상가상으로 신드 주의 각지에서는 중앙정부의 원조를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라 펼쳐지기도 했다. 

이에 중앙정부는 한 발 빼고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형편이다. 위원회 서치유무도 흐지부지하게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물에 흠뻑 젖은 쓰레기들은 오늘도 주거지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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