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로 본 육아 일상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컷.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컷.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결혼에 대한 환상을 깨기 충분하다. 2016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꿈 많던 어린 시절, 매사에 자신감 넘쳤던 직장 생활을 거쳐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30대 ‘경단녀’의 일상을 그렸다.

극중 지영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었다. 임신과 출산으로 삶이 180도 달라지면서부터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나 때로 어딘가에 갇힌 듯 답답하다. 동시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차별과 폭력, 시련은 미혼 여성들에게는 결혼에 대한 로망을 무참히 깨뜨리게 한다.  

결혼 생활은 서로의 눈에 낀 콩깍지를 털어내며 상대방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몇 십 년간 별개의 개인으로 살았던 두 사람이 가정을 꾸려 ‘일심동체’가 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육아에 대한 갈등은 남녀가 극복해야 숙명이다. 그런 면에서 결혼이란 게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선택의 문제다. 

결국 영화는 지금 한국 사회에 큰 화두를 던진다. 당초 동명 소설은 100만 부가 넘게 팔리며 화제가 됐지만 ‘남성 혐오’와 ‘젠더 갈등’이라는 논란을 야기했다. 책과 영화가 여성 중심적인 이야기라며 반발심을 갖는 이들이 ‘성 대결 구도’로 몰고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82년생 김지영’이 대중에게 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영화에서 가장 집중하는 육아는 남편이 아닌 사회가 책임져주지 못하는 면이 더 크다. 아버지의 ‘남아선호사상’도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당시 사회가 담고 있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결혼에 대한 환상을 깨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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