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친 최종현 회장 뜻 이어받아 ‘SK 하이닉스’ 굴기, 글로벌 기업 SK로서 도약 성공
- 해외투자 집중, 내수 중심에서 수출 중심으로…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감각 주목
- 최 회장 뜻 따라 ‘행복’과 ‘사회적 가치’ 명시한 SK그룹의 미래 전략

SK그룹 최태원 회장(사진=SK그룹)
SK그룹 최태원 회장. (사진=SK그룹)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각종 세계 기업 순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한민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있다. SK그룹 역시 SK홀딩스, SK하이닉스 등을 필두로 글로벌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서 세계인의 평가를 얻고 있다. SK그룹은 전문가들로부터 여전히 성장 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SK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태원 회장도 SK의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의 성장 스토리를 써가고 있는 최 회장의 성공 스토리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선친의 ‘경영 DNA’, SK의 발전 원동력 되다

앞서 선경그룹(현 SK그룹)을 이끌던 최종현 회장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을 치밀한 준비와 실행력을 바탕으로 현실로 바꿔낼 줄 알았던 경영인이었다. 이후 최종현 회장의 장남 최태원 회장은 선친의 뒤를 이어 SK그룹의 지도자가 된다.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경영 DNA’는 SK그룹의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도약에 가장 주요한 원동력이 됐다.

1988년 최태원 회장이 SK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던 당시, SK그룹의 자산은 약 32조원 가량이었다. 최태원 회장의 취임 20주년을 맞았던 지난해, SK그룹의 자산은 약 213조원으로 늘어났다. 재계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고, 2위인 현대차그룹과는 7조원 가량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 수치였다.

최태원 회장은 선친 최종현 회장의 못다한 꿈을 가장 성공적인 방법으로 현실로 바꿔놓았다. 최종현 회장은 1978년 반도체 산업이 미래 산업의 중심이 될 것임을 예견하고 선경반도체를 설립했다가, 글로벌 2차 오일 쇼크의 위력 앞에 꿈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최태원 회장은 선친의 혜안과 뜻을 이어받아 2011년, 하이닉스를 인수한다. SK가 손에 꼽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발판이 마련되는 순간이었다.

◆ 자국 중심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최태원 회장의 비전

최태원 회장의 업적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무엇보다도 내수중심의 SK그룹을 수출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모시켰다는 점이다. 최 회장의 부임 전, SK그룹은 내수 위주인 통신(SK텔레콤)과 석유화학(SK이노베이션)이 주력 사업 분야었다. 최 회장은 1998년 회장 취임 이후 글로벌 경영에 역점을 두고 기업 구조를 개편한 끝에, 취임 당시 8조 3천억원이었던 수출액을 2017년에 75조 4천억원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한다. 매출대비 수출 비중도 1997년 기준 23%에서 2017년 54%로 매우 크게 성장했다. 지금의 SK그룹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의 지위와 ‘수출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SK그룹이 ’기업가치에 대한 새로운 접근(Shedding light on the hidden value of business)’을 주제로 개최한 세션에서의 최 회장의 모습 (사진=SK그룹)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SK그룹이 ’기업가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주제로 개최한 세션에서의 최 회장의 모습. (사진=SK그룹)

이러한 배경에는 최태원 회장의 뛰어난 글로벌 감각이 있었다고 학계 및 재계는 평가한다. 최태원 회장은 2002년 국내 인사 중에는 최초로 다보스포럼 ‘동아시아 지역경제 지도자회의’의 공동의장직을 맡는다. 다보스포럼은 저명한 기업인, 학자, 정치가 등이 모여 세계 경제에 대하여 논의하고 연구하는, 세계에서 가장 명망 높은 국제 민간 회의다. 2008년에는 한국 기업인으로는 최초로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의 이사로 선임돼 활동한 바도 있다.

최 회장의 글로벌 감각은 SK그룹의 투자 방향성에서도 느껴진다. 지난 7월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집단의 장부가 기준 투자부동산을 전수 집계한 결과, 작년 말 SK그룹사 13곳이 보유한 투자부동산 규모는 3967억원이었다. 이는 ‘10대 그룹’중 9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달리말하면, SK의 투자 방향성을 따졌을 때 SK그룹은 부동산 투자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의미다.

SK그룹의 이러한 투자 방향성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SK그룹은 투자 방향성에 따라 보유 부동산이나 비중이 적은 자사 사업부 등을 매각하며 대규모 투자 자금을 마련해왔다. 부동산은 매입 및 투자처로서의 역할보다는, 투자를 위한 매각 대상으로서의 역할을 가졌던 셈이다. 확보한 투자금은 글로벌 투자를 위한 자금으로서 쓰였다.

최근에 SK그룹이 주목하고 있는 해외 투자처는 베트남이다. SK그룹은 지난 5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 내 1위 민영기업인 빈그룹 지주회사의 지분 약 6.1%를 1조 18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SK그룹은 SK엔카를 호주기업에 매각했고, 부동산 등을 매각하며 투자금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해 SK(주)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하이닉스 등 주요 관계사들이 함께 동남아 투자 플랫폼인 SK동남아투자법인을 설립한 데 이은 것이다. 최태원 회장의 지휘 아래 SK그룹 전체가 공격적인 해외 투자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 사회적 기업과 행복, SK의 정체성에 대한 최 회장의 대답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목표와 함께 최 회장이 SK그룹에 부여하고자 했던 정체성은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의 역할을 묻는 사회에 많은 기업들이 던지는 가장 보편적인 대답이다. 최 회장은 미리부터 SK그룹에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서 SK를 꾸려왔다.

최 회장은 2004년, SK의 경영철학인 SKMS(SK Management System)를 재정립하여 기업은 이해관계자(사회, 주주, 구성원, 고객 등)의 행복에 기여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반영했다. ‘행복 추구’가 SK의 핵심 경영철학이라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최 회장은 올해 1월 있었던 SK 신년회 행사에서 “회사의 제도 기준을 ‘관리’에서 ‘행복’으로 바꿔야 한다. 단순히 제도만 만들 것이 아니라 실제적 시행과 적극적 구성원들의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고객, 주주, 사회 등 구성원의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 우리가 보이는, 또 보이지 않는 자산을 공유해오고 있는 우리 협력업체를 SK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행복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추구하는 ‘영리’ 기업의 CEO는 자사의 사회적 책임 역시 중요하게 생각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며, SK그룹의 새 장기적 사업 전략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빠지지 않고 언급하고 있다. 명목적 가치로서 한 번 언급되는 것에 그치고 마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타 기업의 입장과는 달리, 최 회장은 ‘사회적 책임’이 SK그룹의 주요 결실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SK그룹 신년회에서 사회적가치 창출을 강조하며 연설하는 모습 (사진=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SK그룹 신년회에서 사회적가치 창출을 강조하며 연설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올해 3월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 자리에서도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면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없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회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SK그룹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SK그룹 내부적으로 사회적 가치 측정 도구를 만들었고 1000개가 넘는 측정 도구를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 회장은 기업의 존재 목적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둠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협력이 필요한 자리에 큰 기여를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태풍 ‘미탁’의 피해지역에 희망브릿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10억원의 성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SK그룹과 최 회장은 이번 태풍 미탁의 피해 지역 외에도, 국내∙외 발생한 재난피해 복구를 지속 지원해왔다. 지난 4월 강원도 산불피해 발생 시 10억원, 2017년 포항 지진피해에 20억원을 기부했으며, 2018년 인도네시아 지진, 2011년 일본 동북부 대지진 당시에도 각각 30만달러(3억5000만원), 1억엔(10억9000만원)을 지원한 바 있다. 최 회장의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SK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 회장의 리더십이 앞으로의 SK를 어떻게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지, 재계는 여전히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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