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 기자간담회. (사진=이재경 기자)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대정부 정책권고안’을 25일 발표했다. 장병규 4차산업위 위원장의 임기가 얼마 안 남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마치 맘먹은 듯한 쓴소리다. 특히 주 52시간 일률적 도입, 암호화폐, 모빌리티에 대핸 권고안이 눈길을 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 대에 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4차위가 국민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정책 권고를 하게 되었다는 평가다.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은 10월 8일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10월 10일 4차위 전체회의 심의·의결 후 일부 보완을 거쳐 오늘 공개됐다.

정부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고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조력자로서의 정부’와 규제 혁신과, 주 52시간제 개선, 암호자산(암호화폐) 제도화, 모빌리티 같은 핫이슈에 대한 옹호론이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의 중심에는 미래 산업경쟁의 핵심요소가 ‘토지’, ‘노동’, ‘자본’에서 ‘데이터’, ‘인재’, ‘스마트자본‘으로 변한다는 사실에 있다. 4차위는 정부는 ‘현명한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도전’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변화와 혁신의 주체인 ‘민간’을 조력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52시간제 일률 적용 탈피해야

특히 인재는 전통적인 노동자와 달리 오직 성과만으로 평가받으니 주 52시간제의 일률적 적용 같은 경직된 법적용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 법제도는 플랫폼 노동자의 등장과 이에 따른 변화를 포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4차산업위는 “주 52시간제의 일률적 적용에 개별 기업, 노동자가 주도적・자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인재 성장의 걸림돌이 되거나 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며 “지금처럼 급변하는 사회에서 일률적인 대책을 사회 전체에 강요하는 방식은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출퇴근시간을 확인하는 회사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4차위는 자율주행을 선도하는 쪽은 전통적 자동차 업계가 아닌 거대 IT기업이나 신생 자동차 회사들이라며, 금융, 스마트시티, 제조, 법률 등도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와 글로벌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고, 이 과정에 인재들이 있다고 전제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사진=서은진 기자)

◆ 암호화폐 제도화 추진도 눈길

특히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 정책에 대해서는 블록체인 산업에 악영향을 우려했다. 4차위는 “암호자산 투기 열풍을 막기 위한 정부의 필요 불가결했던 억제 정책에 블록체인 및 암호자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마저 줄어들고 있다”며 “블록체인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는 점을 인지하고, 전향적으로 미래 기회를 선점하는데 정책 목표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암호자산에 대한 법적 지위를 조속히 마련하고 이에 대한 조세, 회계 처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스타트업의 규제 샌드박스 진입을 적극 허용해 ‘선시도 후정비’의 규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데이터 분야 육성’도 쟁점이다. 4차산업위는 정부가 데이터 분야 산업 육성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몇 년째 제자리걸음인 개인정보보호 법제의 개선을 포함한 데이터의 활용과 유통을 촉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4차산업위는 “데이터가 풍성해질수록 헬스케어 또한 급변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사진데이터 판독은 이미 현실이다. 데이터를 더욱 많이 확보할수록, 제약, 의료, 간병, 보험 등의 전 과정이 혁신된다”고 했다.

4차산업위는 ‘법제 개선’이라고 표현했지만 규제 완화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정부와 국회는 개인정보를 가공해 개인에 대한 내용이 드러나지 않으면 본인 동의 없이 기업이 활용하게 하는 방식의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노동계 측의 반발도 예상되는 부분이다.

◆ 모빌리티 정책 개선도 필요

택시업계의 ‘타다’ 퇴출 요구로 논란이 뜨거운 모빌리티에 대해서는 “일자리 문제 등을 포함한 사회 갈등도 심해 혁신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방치한다면, 관련 산업의 경쟁력 확보 및 글로벌 시장 참여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정부는 미래와 국민을 염두에 두고 관련 시장과 산업을 단계적으로 키워갈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괴적 변화를 가져올 서비스와 기술 요소들을 단계적으로 어떻게 채용할 것인지, 어떤 기회가 있고 필요한 준비는 무엇인지, 제도 개선은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이나 국토부 대책이 갈등 봉합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장병규 4차위 위원장은 중국이 지난 200여 년간 3차례의 산업혁명 기회를 놓쳐 경제 발전이 더뎠다고 지적하며 “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가 먼저 바꾸지 않으면 바뀌게 될 것이다. 선도국과 격차가 크지 않은 지금, 새 시대의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공주 과학기술보좌관은 “4차위 민간위원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대통령의 보좌관으로서 민간이 정부에 바라는 것이 어떠한 모습인지 면밀히 검토하고, 정책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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