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원장
-무역전쟁 본질적으로 쉽게 끝나지 않아
-자유무역 위기에 공감…현재는 보호무역주의가 대세
-신남방과 상생 도모할 필요

정철 KIEP 부원장. (사진=KIEP)
정철 KIEP 부원장. (사진=KIEP)

[데일리비즈온 이은광 이재경 기자] 상호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경제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근 미·중 마찰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각국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통상마찰로 재편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 및 정책 이슈를 분석하고, 향후 경제협력과 방향에 대한 의견을 활발히 주고받을 필요도 있다.

이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컨퍼런스와 보고서를 통해 세부적으로 미중 무역마찰로 직면해 있는 정치·경제적 현안문제를 둘러싼 대응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비즈온에서도 정철 KIEP 부원장을 직접 만나 미중 무역전쟁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한 견해를 듣기로 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안녕하세요. KIEP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989년 12월 설립되었습니다. 당시 세계경제 환경변화에 따른 외부적인 도전을 좀 슬기롭게 극복해보자. 그리하여 21세기도 좀 준비해보자. 이런 것들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주로 무역투자, 국제거시금융, 세계지역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미주와 일본 유럽 등 선진국과 중국을 구분하고 신남방지역과 신북방지역도 망라합니다. 통일국제협력과 ODA같은 개발협력도 다루면서, 유관 정책연구를 수행합니다. 

2018년에는 글로벌 싱크탱크 평가에서 3년 연속으로 국제경제정책 부문에서 전 세계 5위, 국내에서는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외에도 다섯 개 부문에서 순위권에 랭크되어있죠. 해외 네트워크도 굉장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대외경제 부문에서는 저희가 한국을 대표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DMZ 평화경제포럼 때도 여러 국가의 국가 수반급을 초빙했었죠. 세계적으로 학계, 관료 및 국제기구와의 인적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있다고 자부합니다. 국제적으로도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죠.

미중 무역전쟁을 앞으로 어떻게 보세요?

세계경제가 어려우면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는 것 같아요. 대공황 때도 그랬던 것 같고요. 말하자면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자국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건데요, 결과적으로는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올 것이라고 봅니다. 당장은 자국에 조금 이익이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피해가 예상됩니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 반짝 경기가 좋아졌지만 그것도 대대적인 세제 개편의 효과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불확실성이 늘어났고, 투자가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측됩니다.

미중 무역전쟁을 보면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세를 계속 높였습니다. 그 결과 약 70년 전 미국의 평균 관세율 수준으로 올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중국도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지속적으로 관세를 인하해왔는데 최근 보복관세를 부과하다 보니 90년대 중반 수준으로 대미 관세율이 올라갔습니다. 시대를 역행하는 상황입니다. 무역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미국 내 주장이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 문제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엄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중국이 WTO 가입 이후 국제규범을 따르고 책임을 다하기보다 WTO 시스템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반칙을 통한 성장만 추구한다는 것이죠. 미국은 중국이 시장경제를 제대로 도입하지 않는 점, 보조금문제, 국영기업 주도로 M&A를 통해 해외 기술을 탈취하려 한다는 점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고 있습니다. 시장의 자유롭고 공정한 체제를 무너뜨린다는 우려입니다. 이는 국제적으로 게임의 룰을 바꿀 염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갈등이 관세 전쟁으로만 끝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상품에 대한 관세를 넘어 환율 등 금융부문으로도 번지고 있고, 기술 패권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술 패권경쟁의 측면에서 보면, 미중간 협상에서 일괄 타결이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지재권, 기술의 도용과 강제 이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그러나 중국으로서는 이를 쉽게 수용할 수 없습니다. 중국제조 2025라는 중국의 야심찬 발전 계획과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지재권 보호 강화와 같이 중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부분은 수용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술 패권경쟁에서 백기를 들 수는 없는 거지요. 미국도 중국제조 2025처럼 기술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정책을 허용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이는 국가안보나 미래먹거리와 같이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핵심 어젠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역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는 단계적인 합의가 가능하겠지만, 기술 패권을 포함한 전체적인 갈등을 단기에 해결하는 것은어렵다고 봅니다. 시간을 두고 협상을 한다 해도 쉽게 타협점을 찾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이번에 무역전쟁 합의가 있었는데?

이번 합의에 특별히 새로운 것이 있는 건 아닙니다. 이전에도 하려면 할 수는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외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보니 이걸 돌파구로 삼을 필요성이 커진 모양입니다. 미중 무역 분쟁에서 중국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자국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했고 트럼프가 그것을 간파하고 단기간에 아주 강경하게 나갔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합의는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했습니다. 중국은 최소한을 내어주고 합의를 이끌어 내게 되었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자신이 승리했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되었으니 현 시점에서는 일종의 윈윈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정철 KIEP 부원장. (사진=이재경 기자)
정철 KIEP 부원장. (사진=이재경 기자)

APEC 같은 국제기구나 협의체의 위상에도 영향이 있겠군요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마찬가지로 APEC도 1989년 설립되었습니다. 설립 초기 회원국들이 합의한 목표 중 하나가 보고르 목표입니다. 2010년까지는 선진국, 2020년까지는 개도국이 무역투자자유화를 달성하자는 것이죠. 더 최근에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를 구축해서 아시아태평양지역 내에서 무역투자자유화를 실현해보자는 취지의 논의도 있었죠. 그런데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를 전후해서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대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자, APEC 내부에서도 일종의 기류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APEC 회의에 참석해보아도, 미국과 중국 간에 알력과 긴장이 높아지는 걸 느끼겠더라고요. 회원국들도 서로 눈치를 좀 보는 것 같고요. 실제로 미국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강하게 추진할 당시 중국의 반발도 컸습니다. TPP라는 것이 결국 중국을 포위(containing China)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아니냐는 거죠.

중국이 2014년 APEC 회의를 주최하게 되자, 그간 개념 수준에서 논의만 해왔던 FTAAP를 실질적으로 좀 해보자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TPP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고심한 결과로 APEC 차원에서 FTA를 해보자고 주장했으나, 이번에는 미국이 또 반대했죠. TPP를 이미 추진하고 있었으니까요.

APEC에서 논의가 활발하니 자연 무역자유화가 더 진전되고 역동적인 느낌을 띄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회원국 간의 이견과 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종국에는 미국이 서명을 철회하면서 TPP가 CPTPP로 변경되었습니다. 한편, 아세안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인도가 참여하는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협상은 CPTPP보다 무역자유화의 수준은 낮지만, 그래도 아시아 경제통합의 하나의 틀을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무역자유화와 경제협력을 심화할 기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RCEP 회원국 간 발전단계의 격차,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처럼 양자간 FTA 부재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협상 타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공화당은 확실히 과거와는 다르네요.

민주당이 기본적으로 노동자나 노조를 지지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호무역주의적인 성격이 강해 보이고요,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친기업 친시장 성향이라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최근에는 양당 모두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좀 바뀌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경우는 특히 자국우선주의를 표방하면서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소득불평등 문제, 통상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는 인식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모두가 기존의 자유무역주의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는 형국입니다. 실제로 예전 1790년이나 1865년 시기 미국에서는 정부 재정을 위한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했으나, 1834년 무렵에는 유치산업을 위한 보호무역주의로 전환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자유무역주의는 불과 지난 70년의 역사입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역사입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비관세무역장벽을 이용한 보호무역주의는 공공연히 시도되었습니다.

닉슨의 경우 공화당이지만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퍼센트 수입관세를 부과한 전력이 있습니다. 레이건 때도 달러 강세에 이은 경기침체와 쌍둥이적자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경쟁국들을 압박해 결국에는 플라자합의까지 이르지 않았습니까? 트럼프 정부가 특별한 점은, 이 시기에 비해서도 굉장히 적극적인 정책 수단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눈치를 안 보고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실현하고 있다는 거죠. 

국내에서는 또 신남방정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의의와 한계를 찾자면? 

우리는 인구고령화가 문제잖아요.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연령이 40대 후반쯤 될 거예요. 인도아세안은 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죠. 얼마나 역동적입니까. 잠재력도 넘치죠. 앞으로 생산에서의 협력뿐만 아니라 소비시장에서도 중요성이 막대해질 것입니다. 과거처럼 우리가 뽑아먹기만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상생을 모색해야 합니다. 

우선 성과라고 한다면 관광이나 교육 등 인적 교류가 활발해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상호 관광객이 1000만 명도 넘었습니다. 또 아세안 출신 유학생이 많습니다. 교역량도 1600만 달러를 넘고, 금융 쪽에서도 돋보입니다. 각 은행이나 증권사 측에서 현지에 개설하는 점포 수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정상순방을 꾸준히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대통령께서 워낙 신남방 지역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이 와중에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에 있어 아세안의 지지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안보 면에서의 성과를 따로 언급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기존 신남방 진출 기업들은 워낙 정책보다는 경제적 유인으로 이미 진출한 것이겠죠. 싱가폴은 1인당 GDP가 6만 달러고, 캄보디아 라오스는 1000달러인데, 중간에는  발전 정도가 다양한 국가들도 있습니다. 그러니 one size fits all처럼 이 나라들을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이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각양각색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제시해야 하는데 물론 그것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현재는 50여 개 사업이 병렬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떤 것이 장기적이고 어떤 것이 단기적인 액션 플랜인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민간과 정부의 역할 구분도 더 명확해져야 하고요. 좀 더 전략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신남방 지역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어요. 베트남에서도 우리가 그렇게 투자하는데. 베트남에서는 무역적자가 심하다고 불만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베트남 인력의 노동 문제도 불거질 수 있어요.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좋은 생각과 계획이 있겠지만, 베트남 등 신남방국가에서도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만 생각해서는 안 돼요. 그렇기 때문에 상생을 중요한 가치로 두어야 합니다. 가령, 기업들도 CSR을 확대해야 합니다. 현지에 동화되는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철 KIEP 부원장. (사진=이재경 기자)
정철 KIEP 부원장. (사진=이재경 기자)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기구들이 많이 만들어졌잖아요. GATT라든지, IMF라든지, 세계은행이라든지. 많은 기구들이 만들어졌고 개별 국가들도 노력하며 무역 자유화와 세계화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전했어요. 기술 발전도 동반되었고요. 그 결과 세계는 국가들 간의 거리가 굉장히 가까워졌어요. 가치사슬이라는 생산 네트워크도 확대되었죠.

현재는 이러한 국제통상의 흐름의 변곡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70년이 인류 역사 전체에서 보면 특별한 경우일 수도 있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이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고립주의나 보호무역주의가 이상해 보이는 것이죠.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지 우리는 현재 보호무역주의에 맞서면서 해결까지 요하는 상황입니다.

세계경제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러니 세계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된 한국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도전과제가 많이 생기는 셈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과거에 주로 해 온 것은 양적 성장입니다. 수출 몇 만 불이라는 식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합니다. 질적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나 공유 가치에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양적 성장은 한계가 있지만 질적 성장은 그 한계가 없습니다. 수출 몇 만 불이 아니라 수출의 부가가치를 따져야 합니다. 신남방에서의 상생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파트너 간 신뢰 구축, 윈윈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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