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미국 제치고 ‘유니콘’ 최다 보유국
- 과대평가 된 기업 많아… 버블 위험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이우진 기자] 중국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유니콘 최다 보유국의 자리에 올랐다. 유니콘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1696억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의미한다. 

유니콘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건 2013년이다. 미국 카우보이 벤처스(Cowboy Ventures)의 창업자인 에일린 리(Aileen Lee)는 스타트업 전문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기고한 글에서 유니콘을 처음 정의했다. ‘창업 10년 이내’, ‘회사 평가액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테크놀로지 기업’ 이라는 4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당시에는 그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이 39개 밖에 없어 에일린은 전설의 동물 유니콘처럼 요건을 충족하는 회사를 찾기 어렵다며 그런 이름을 붙였다. 

6년이 지난 현재 유니콘은 전세계에 400개 이상 존재한다. 최근에는 유니콘의 열배인 10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일컫는 ‘데카콘’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유니콘이 많아지면서 그 충족 요건도 조사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의하기도 한다. 후룬 리서치는 2019년 유니콘 리스트에서 ‘창업 10년 이내의 신생 스타트업 기업’이 아닌 ‘2000년대 이후 설립된 신생 스타트업 기업’을 기준으로 삼았다. 가장 중요한 지표인 ‘10억 달러 이상’이라는 조건만은 여전히 동일하다.

후룬 리서치의 2019년 유니콘 조사 결과.(캡쳐=후룬 리서치 홈페이지)
후룬 리서치의 2019년 유니콘 조사 결과. (캡쳐=후룬 리서치 홈페이지)

◆중국 유니콘의 폭발적인 성장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리포트 설립자인 루퍼트 후지워프 애널리스트는 21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세계인터넷대회에서 “최근 수년간 중국의 기술기업들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이제는 중국이 미국보다 더 많은 유니콘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후룬 리서치는 2000년대 이후 설립된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 순위인 ‘후룬 글로벌 유니콘 리스트(Hurun Global Unicorn List) 2019’를 발표했다. 21일 후룬리포트가 공개한 유니콘 순위에 따르면 세계 유니콘 494개 중 중국이 206개로 1위로 집계됐다. 미국의 유니콘은 203개로 중국보다 3개 적었다. 중국과 미국의 뒤를 이어 인도(21개), 영국(13개), 독일(7개), 이스라엘(7개), 한국(6개), 프랑스(4개), 인도네시아(4개) 로 집계됐다. 전 세계 유니콘들의 총 기업 가치는 1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

도시 기준으로는 중국 베이징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82개의 유니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베이징 외에도 샌프란시스코(55개), 상하이(47개), 뉴욕(25개), 항저우(19개) 선전(18개), 난징(12개) 등 중국과 미국의 도시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기업 가치평가 기준으로도 중국 기업이 상위권에 위치했다.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 파이낸셜(Ant Fincial)이 1500억 달러(약 165조원)의 가치평가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틱톡 앱을 만든 바이트댄스로 750억 달러의 가치평가를 받았다. 3위에는 중국판 ‘우버’인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이 550억 달러로 그 뒤를 따랐다. 상위 10위권에 에어비앤비(미국)와 공동 6위에 오른 루팍스(Lufax)까지 총 4개의 중국 기업이 포함됐으며, 인포(4위), 쥴(5위), 스페이스X(8위), 위워크(9위), 스트라이프(10위) 등 6개의 미국 기업이 포함됐다.

도시의 골칫덩이가 된 오포(ofo)의 공유자전거.(사진=abc)
도시의 골칫덩이가 된 오포(ofo)의 공유자전거. (사진=abc)

◆고속성장 이면엔 ‘버블’ 붕괴 가능성

후룬 리서치가 발표한 2019년 유니콘 순위에서 중국은 유니콘 숫자뿐만 아니라 도시, 각 기업의 가치평가 등 각종 지표에서 미국보다 상위권을 차지하거나 엇비슷한 성적을 냈다. 얼핏 보기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앞서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중국 유니콘 기업의 빠른 성장 배경에는 중국 당국과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거대 기업들의 투자가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2025’ 등 혁신성장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유니콘에 가장 투자를 많이 한 기업 탑10에 뽑힐 정도로 광범위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정부와 거대기업의 무분별한 지원은 실제보다 기업가치를 부풀려 보이게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최근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중국의 일부 유니콘 기업들이 잇따라 위기를 맞았다. 디디추싱은 올해 상장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해외 시장 진출 실패와, 안전 논란으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영상황이 나빠진 탓이다. 공유자전거 업체 ‘오포(ofo)’는 한때 기업가치가 30억 달러에 달해 유니콘 목록에 올랐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 등을 원인으로 몰락해 올해 약 65억 위안(약 1조 780억원)의 부채를 떠안게 됐다. 

미국 실리콘밸리 플러그앤드플레이(P&P)의 중국 최고 경영자 피터 슈(Peter Xu)는 지난해 9월 닛케이아시안리뷰(NAR)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의 기업가치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들보다 2~3배 높게 책정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 스타트업의 몸값이 과대평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벤처 투자회사들 또한 투자를 줄였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프레킨(Preqin)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중국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탈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325억 달러(40조원)로 지난해 1118억 달러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실제로 중국 얼굴인식 AI 분야의 대표 기업인 센스타임(Sense Time)은 20억 달러 모금을 목표로 행사를 열었다가 미지근한 반응에 단순 홍보 이벤트라고 태도를 바꿨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미국 정부의 제재 또한 중국 유니콘에게 악재다. 세계 최대 CCTV 제조회사인 하이크비전은 최근 신장·위구르의 인권 탄압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의 제재 리스트에 올랐다. 바이트댄스도 틱톡 앱을 통해 미국 청소년들의 개인 정보를 탈취한다는 의혹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로부터 57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블룸버그는 지난 9월 “버블을 경험했던 미국과 달리, 중국의 벤처와 스타트업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며 “처음 접하는 하락세에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중국 정부도 제대로 대비책을 못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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