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의 첸나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양 국 정상. (사진=인도총리실)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대일로는 양국의 패권전략을 대표한다. 양 전략의 중심에 인도가 위치해있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인도의 정치경제적 대응에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 이런 와중에 ‘인도의 실리 외교’에 주목하자는 한 연구가 학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연구원과 유경완 한국외국어대학교 박사는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주관한 신흥지역연구 통합학술회의에서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의 일환으로 인도 주변국에 막대한 투자를 추진하는 것을 인도는 상당한 안보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인도는 중국의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에 대한 99년 장기운영권 획득,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건설 추진 등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우려를 표명해왔다”고 내다봤다. 인도를 포위하는 해상실크로드는 봉쇄 전략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지원을 받아 건설한 인프라의 운영권을 빼앗기거나 채무위기 한계에 직면하게 된 스리랑카·말레이시아·아프리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최윤정 연구원은 “인도는 2017년 제1차 일대일로 포럼에 참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고 부연했다.

물론 인도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시중의 유동성 고갈로 인프라 건설을 위한 신규 투자 자금을 유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는 해외투자 유치가 핵심이고, 따라서 중국에서의 투자에 목이 마른 것이 사실이다.

◆ 덮어놓고 반대하지 않는 인도 외교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사진=BRICS 정보실)

최 연구원은 “인도로서는 중국의 일대일로가 자국의 안보에 위협을 주지 않는 한 중국과 경쟁할 필요도 역량도 없다는 판단이 우선할 것이다”라며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도 실용주의에 근거한 판단이 많았다. BRICS, 상하이협력기구, AII와 같은 포럼에서의 협력이 특히 그러했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인도로서는 자국의 안보에 위협을 주지 않는 한 중국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정책적, 실리적 판단이 우선한다는 분석이다. 

양국은 2005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체결한 이후 정상의 상호 방문 정례화와 전략경제대화 개최 등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디 정부 출범직후 중국은 5년간 2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비롯해서 철도, 산업단지 등 경제협력을 약속한 바도 있다. 2년 연속으로 양자 정상회담도 있었다. 그러니 중국의 투자로 역내 연계성이 강해지는 ‘반사수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 연구원은 “인도는 중국과의 경쟁구도를 유지하겠지만, 경제적으로는 모디 총리가 중국식 발전 모델을 지향하고 배우고 협력하려는 의지가 강한 대표적인 지도자임을 기억해야한다”고 진단했다. 실제 인도는 중국 주도의 AIIB에 84억 달러를 투자, 중국 다음으로 지분을 많이 갖고 있다(8.7%). 인도는 안드라 프라데시의 태양열 사업, L&T 인프라금융 등에 AIIB와 4억 달러가 넘는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는 AIIB의 최우선 과제가 일대일로 구현이라는 불편한 사실을 알면서도 인프라 개발을 위해 AIIB를 활용하고 있다는 예시이다.

이에 인도는 무조건적으로 일대일로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일대일의 사례도 특기할 만하다. 공식적으로 인도는 일대일로와 선을 그었음에도 일대일로의 핵심 축 중의 하나인 “디지털 실크로드” 참여에 대한 입장은 다르다. 실제로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프로젝트 국별 지출액을 보면 1위가 인도로 총 59억 달러를 지출했다. 거기에다 인도는 아직까지는 다른 선진국들의 화웨이 및 중국기술 억제 제한 노력에 동참하지 않았다. 지난 1월 인도 통신부는 화웨이 통신 기기를 금지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연합뉴스)

유경완 박사는 “인도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도 과감한 대외정책, 통상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모디 정부는 기존의 동방정책에 실행력을 강조한 신동방정책을 발표,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와의 협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도는 동북부 아삼 주의 구와하티와 방글라데시 다카를 연결하는 직항 노선을 개설했다. 미얀마를 경유해 인도 동북부를 벵골만까지 연결하는 칼라단 프로젝트와 미얀마, 태국과 함께 인도에서 미얀마를 거쳐 태국의 매솟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유 박사는 “인도는 현재 인근국가들과 육로수송을 위한 협력을 가속화하는 한편, 남아시아 5개국(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부탄)과 동남아 2개국(미얀마, 태국)으로 구성된 벵골만기술경제협력체(BIMSTEC)를 통한 역내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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