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어려우니 경제로 협박
-사정이 좋을때는 정치도 너그러운 법

기업국가의 명백한 상징.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이쯤 되면 트럼프의 대전략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지난 몇 달간 미국이 연루되었던 굵직한 사건을 떠올려보자. 중국과의 무역전쟁부터, 사우디 원유시설 폭격과 쿠르드에 대한 지원 철회. 그는 명백히 경제정책을 국가안보와 연계하고 있다.

특히 시리아와 관련해서 므누신 재무장관은 해당 지역에서 앞으로 터키의 영향력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므누신 장관은 걱정없다는 투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기도 하다. 대신 얼마든지 터키의 경제를 박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미국의 대외정책은 워낙 국방부 장관 개인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경향이 컸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대통령도 국방부장관도 아닌 ‘재무장관’인 므누신의 이번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믈론 트럼프는 러시아, 시리아, 이란에게 지정학적 승리를 양보했다. 동시에 미국의 신뢰성은 크게 요동쳤다. IS를 격퇴하는데 쿠르드는 혁혁한 친구였지만 트럼프와 미국은 이코노미스트에서 지적한대로 ‘적과 친구를 다루는 방식이 다르지 않음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56년에도  이미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영국을 겁박해 수에즈에서 철수하게끔 만든 전력이 있다. 파운드화의 신뢰도를 끌어내리겠다는 협박이 주효했다. 레이건과 대처는 든든한 친구였지만, 소련과 아프간 전쟁을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하자 으르렁거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경제제재는 가장 유용한 무기이기도 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를 합병했을 때에는 유럽과 함께 가장 민감한 부분만을 골라 제재하기도 했다. 단지 지금은 경제제재가 관세라는 유의미한 형태로 드러났을 뿐이다. 중국, 캐나다, 멕시코 상품에 부과된 관세뿐만 아니라 중국과 주거니 받고 있는 무역전쟁은 화웨이를 금지대상 목록에까지 올려놨다. 금지대상 목록은 대량살상이 가능한 무기나 테러에 필요한 물품 등의 반입 등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치다. 중국을 명백한 적성국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경제와 안보를 일원화된 트럼프의 전략은, 다른 한편으로는 위험하다. 그들에게는 플랜B가 보이지 않는다. 가령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를 하달한다. 이란핵협정(JCPOA) 탈퇴로 촉발된 이란과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동맹국과 제대로 상의조차 안 하고 일방적으로 협정에서 탈퇴해 동맹에 금이 가기도 했다.

화웨이를 미국에서 내쫓는 것으로는 성이 안 찼는지, 유럽 동맹국들에게 같은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 각국들도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다. 초장부터 화웨이를 배제하고 5G 네트워크를 시작하기는 아무래도 비용 측면에서 부담스럽다. 거기다 미국이 시킨다고 덜컥 화웨이를 배제한다면 모양새도 좋지 않을 뿐더러, 중국의 눈치도 보인다. 그러나 또 언제 경제를 빌미로 칼을 들이밀지 모르니 몸만 사리는 형국이다.

백악관은 절대 양보가 없다. 트럼프의 통상정책자문위원인 피터 나바로는 최근 “경제안보는 국가안보와 뗄레야 뗄 수 없다”며 “그렇지 않으려면 미국이 이전처럼 완전한 경제패권을 쥐고 기축통과국으로서의 위상이 좀 더 공고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아무리 강자여도 배가 불러야 너그러워진다니, 미국도 워낙 예전같지는 않으니 급하기도 많이 급한가보다. 

키워드

#트럼프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