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인지기능 높을수록 좋아
50년간 1,000명 종적 연구 벌여
심장, 면역, 치아 등에서 차이
초당 1.75m 이상이 바람직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45세의 나이에 달리지 않고 얼마나 빨리 걸을 수 있느냐 하는 걷는 속도는 사람의 두뇌와 신체가 얼마나 노화되었는지를 나타내는 표시로 사용될 수 있다.  

19가지 방법으로 측정한 결과 느리게 걷는 사람들은 '가속화된 노화'를 보였다. 느리게 걷는 사람의 폐, 치아, 면역 체계는 빨리 걷는 사람들보다 상태가 더 나쁜 경향이 있었다.

듀크대 심리신경과학부 박사후 연구원인 라인 J.H. 라스무센(Line J.H. Rasmussen) 박사는 "정말 놀라운 것은 이 같은 현상이 45세에 나타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충격적인 것은 3살 때의 IQ, 언어 이해 점수, 좌절 내성, 운동 기술, 감정 조절에 대한 점수가 45세가 되었을 때의 걸음 속도를 예측했다.

빨리 걷는 것이 건강에 좋다. (사진=픽사베이)
빨리 걷는 것이 건강에 좋다. (사진=픽사베이)

40년 후 가장 느린 걸음걸이 속도(초당 1.21m)와 가장 빠른 걸음걸이 속도(초당 1.75m)로 성장한 아이들 사이에 평균 12 IQ포인트 차이가 있었다. 느린 걸음걸이에 대한 또다른 무서운 결과는 초속 1.75m로 걷는 참가자들보다 1.21m로 걷는 사람들의 심장의 건강, 면역 건강, 치아 건강이 더 나빴다.

"의사들은 70, 80대가 되었을 때 느리게 걷는 사람들은 같은 나이 대의 빠른 보행자들보다 더 빨리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시니어 저자인 듀크 대학의 테리 E  모피트(Terrie E. Moffitt) 교수는 말했다.  모피트 교수는  "이 연구는 취학 전 아동부터 중년에 이르는 기간을 다루었고, 느린 걸음걸이는 노년이 되기 수십 년 전에 나타나는 신호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는 거의 50년 전인 1970년대에 3세 안팎의 어린이 1,000여명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종적 연구인 듀네딘 연구(Dunedin Study)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듀네딘 연구에 계속 참가한 904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45세일 때의 건강을 평가하는 새로운 연구를 실시했다. 그랬더니 연구팀은 중년의 보행 속도가 평생 노화를 반영하는 것 같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904명은 대부분 2017년 4월부터 2019년 4월 사이에 45세 때 측정했다. 19가지 측정항목 중 마지막은 MRI 검사였다. 보행자가 느리게 걸을수록 총 뇌 부피, 평균 피질 두께, 뇌 표면적 감소, 백색 물질 발생률, 뇌의 작은 혈관 질환과 관련된 병변을 갖는 경향이 나타났다. 요컨대, 그들의 뇌는 다소 나이가 들어 보였다.

사람이 걷는 속도는 오래 전부터 노인 환자들의 건강과 노화의 척도로 사용되어 왔다. 이번 연구에서 새로운 것은 연구대상자들이 상대적으로 젊고,  연구 대상들을 평생 수집한 데이터와 어떻게 일치하는지 볼 수 있는 능력이다.

40대 중반부터 걸음걸이의 차이가 난다. (사진=픽사베이)
40대 중반부터 걸음걸이의 차이가 난다. (사진=픽사베이)

라스무센은 "어릴 때 걸음걸이와 뇌 영상촬영을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MRI는 5살 때 발명되었지만, 이후 여러 해 동안 아이들을 측정하지 않았다. 건강과 인식의 차이점들 중 일부는 이러한 개인들이 선택한 생활 방식과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 

듀네딘 연구가 시작되었을 때 참가자들에 대한 뇌 스캔은 하지 않았지만, 최근의 실험에 따르면 느린 보행자들은 평균적으로 뇌 부피가 줄었으며, 피질 두께도 얇았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의 한계는 인정하고 있다. 실험참가자들의 걸음걸이를 예전에는 측정하지 않았으며, 과거의 뇌 영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어린 시절의 신경 인지 기능과 중년의 걸음 속도 사이의 연관성에서 밝혀야 할 내용이 많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논평한 피츠버그 대학 노인의학 연구원인 스테파니 스터든스키(Stephanie Studenski) 교수는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세 살짜리 아이들의 인지 테스트 결과가 그들을 평생의 문제에 이르게 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우리가 거의 50년 동안 연구한 것에서 나타난 연관성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잠재적으로 생물학적인 장수와 신경인식 기능을 증가시킬 수 있는 사회적 요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잠재적으로 인지 쇠퇴를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연구는 최근 미국의사협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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