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에 생존구름 보호막 형성
영하 273℃~영상 171℃에서도 생존
방사선 1,000배에서도 죽지 않고
충돌한 달 탐사선서도 불사신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동물계의 한 문을 이루는 타디그레이드(tardigrade)는 어느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불사신 같은 동물이다. 영하 273℃, 영상 151℃에서도 생존할 수 있으며, 생물에게 치명적인 농도의 방사성 물질의 1,000배에 달하는 양에 노출되어도 죽지 않는다.

완보동물 또는 물곰(water bear)이라고도 불리는 타디그레이드는 길이 겨우 0.1∼1mm 정도의 매우 작은 무척추동물이다. 짧고 뭉툭한 원통형 몸에 사마귀 모양인 4쌍의 다리가 있다. 4쌍의 다리로 걷는 모습이 곰의 움직임과 비슷하다 하여 '물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동물은 달에서도 살아남고, 해양의 가장 어두운 구석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도 생명을 유지한다. 물곰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을 질투하게 만드는 불굴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과학자들은 물곰이 독특한 단백질을 사용하여  DNA 주위에 보호 구름을 형성한다는 생존전략을 발견했다. 물곰 생존의 열쇠는 주변 조건이 생존에 유리해질 때까지 신진대사를 보류하는 정지상태의 탈수상태에 들어가는 능력이다.

'타디그레이드'라고 불리는 물곰 (사진=위키피디아)
'타디그레이드'라고 불리는 물곰 (사진=위키피디아)

지난 8월 타디그레이드를 실은 이스라엘 우주선이 달에 충돌하면서 착륙했을 때, 타디그레이드는 살아남는 기적을 보여줬다.

이 물곰이 가진 또 다른 특성은 일반 생물의 DNA에 위험할 수 있는 방사선 수치를 견딜 수 있는 능력이다. 2016년 한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물곰이 Dsup이라는 독특한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UC) 샌디에이고의 과학자들은 이 배후의 역학을 조금 더 연구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첨단 생화학 기술을 사용하여 물곰이 어떻게 생존 모드로 진입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력을 얻었다.

이 Dsup 단백질은 크로마틴이라고 불리는 세포 내부의 DNA과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크로마틴에 결합되면, 히드록실 라디칼(hydroxyl radicals)을 밀어내는 보호구름을 생성한다. 히드록실 라디칼은 엑스레이 같은 이온화 방사선이 물 분자와 만날 때 생성되면서 세포 내부의  DNA에 손상을 입힌다. 

카도나가(Kadonaga) 교수는 "우리는 지금 Dsup이 X선 조사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분자적 설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Dsup이 유전자가 파괴되는 것을 막아준다.(사진=UC 샌디에이고)
Dsup이 DNA가 파괴되는 것을 막아준다. (사진=UC 샌디에이고)

Dsup은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하나는 크로마틴에 결합하고 나머지는 히드록실 라디칼로부터 DNA를 보호하는 일종의 구름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발견은 자연의 가장 매혹적인 생물 중 하나를 밝혀내는 것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며, 생명공학계에 유용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새로운 지식을 이용해서 모든 종류의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더 튼튼한 세포를 개발하는 것을 꿈꾸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Dsup은 세포에 기반한 치료법이나 세포 생존에 이로운 진단키트와 같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고 카도나가 교수는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라이프(eLife) 저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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