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속히 구제안 마련해야한다는 비판

영국 중소기업들이 사실상 노 딜 브렉시트로부터 아무런 준비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유럽연합 의회 웹사이트)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오직 5분의 1에 해당하는 영국 중소기업만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실상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브렉시트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27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중소기업 기준으로 브렉시트 시에 필요한 준비 비용은 최소 약 3000유로(약 450만원)에 달한다. FT는 영국 중소기업 상공회의소를 인용해 조사대상인 1000개의 소기업 중 3분의 1 이상이 (브렉시트 리스크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었다고 보도했다. 비슷한 수의 기업들은 이미 유동성 비축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있었다.

중소기업 상공회의소은 “그러나 이들 기업들의 가장 큰 우려는 정부의 ‘무관심’에서 비롯된다”고 내다봤다. 거기에다 영국 총리인 보리스 존슨이 아무런 조건없이 EU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것이 벌써 여러 차례다. 기업인들로서는 아무런 대비없이 EU로부터 떨어져 나간다는 불안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중소기업 상공회의소에 속한 기업들은 대체로 7명 이하의 종업원을 보유한 소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기관에 속한 소기업들의 수는 16만5000개가 넘는다. 이 중 40%가 넘는 소기업들은 최근 “노 딜 브렉시트로 인한 여파가 심각할 것”이라며 “약 20%만이 주비가 되어있다”고 보고했다. FT는 이 분석을 인용해 “이들의 앞으로 어떠한 일이 펼쳐질지 모르기 때문에 준비가 부족한 것”이라며 “이들 중 3분의 2는 어떻게 계획을 짜야할 지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소매유통 분야는 브렉시트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볼 업종으로 꼽힌다. (사진=블룸버그)

정부 입장에서도 공익광고 켐페인 등을 통해 브렉시트에 대한 대비를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브렉시트가 거시 경제에 미칠 영향이 아닌, 바로 그들이 종사하고 있는 업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알 방법이 없다고 불평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최근 ‘노 딜 브렉시트’ 대책위원회의 마이클 고브가 자동차와 소매부문에서 기업들의 준비가 마무리되었다는 인터뷰 직후에 발표되었다. 고브 위원장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와 소매 부문은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대비가 끝났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는데, 사실상 이 언론 인터뷰가 문제가 되었다는 해석이다. 소매부문 협회는 바로 직후에 “(노 딜 브렉시트가 예상되는 시점인) 10월 31일까지 우리는 필요한 모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며 고브 위원장의 발표를 정면 반박했다.

소매업자들은 특히 신선식품의 물량 및 유통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시 통관 부문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는데, 오늘날 많은 공장들은 수요에 맞춰 제 시간에 필요한 만큼을 생산해내는 ‘저스트 인 타임’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에 중소기업 상공회의소 의장인 마이크 체리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노 딜 브렉시트에 무방비로 노출된 기업들에 3000유로를 우선 지원하자는 계획이다. 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부가세의 일시적 면제도 검토해 볼 만하다”며 “법인세의 지급유예나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세율을 한시적으로 낮춰주는 방안 또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소매업체들은 중소기업 상공회의소에 등록된 소기업 중 33%을 차지한다.

영국의 한 식품점. (사진=폴리티코)

몇몇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리버풀은 노 딜 브렉시트를 대비해 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15만 유로(약 2억3000만원)의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브렉시트 유동성 펀드라는 기급도 존재한다. EU와 거래하는 기업들에 한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기금이다. 실제로 EU의 고객들로부터 자금을 상환해야 하거나, 향후 부활할 관세로 인해 피해가 불가피한 기업들로 하여금 요긴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이 아니다. 리버풀 시의 시장인 스티브 로더람은 향후 7500만 유로에 해당하는 구제금융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U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매출의 25%을 넘어가거나, 향후 12개월동안 갚아야 할 부채가 25만 유로에 달하는 기업에 한해 신청이 가능하다. 영국 정부역시 지난 4월 브리티시 비즈니스 은행을 상대로 약 2조 유로(약 3000조원)에 해당하는 자금을 중소기업에 투자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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