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병원에서 박테리아 전파 확인
60℃ 낮은 온도 세탁이 원인인 듯
내성 가진 KO박테리아 발견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사상 처음으로 가정용 세탁기가 여러 가지 의약품에 내성을 갖는 병원균의 저장고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독일 과학자들은 어린이 병원의 중환자실에 있는 유아들에게서 클렙시엘라 옥시토카(Klebsiella Oxytoca)라는 박테리아 병원균이 계속 발견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병원균의 출처를 추적해보니 바로 병원에서 사용하는 가정용 세탁기였다. 연구팀은 가정용 세탁기가 전기를 아끼기 위해 60℃로 수온을 낮춘 것이 원인이라고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병원에서 세탁기를 빼낸 다음에야 병원균 전파가 중단됐다.

이번 연구는 미국 미생물학회의 응용환경미생물학 (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 저널에 발표됐다.

제1저자인 리카르다 M 슈미트하우젠(Ricarda M. Schmithausen) 박사는 “병원에서는 드물게 가정용 세탁기와 같은 세탁기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매우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일반적으로 독일 병원 위생 지침에 따라 고온에서 소독제로 세탁하는 특수 세탁기를 이용하거나 지정된 외부 빨래를 사용한다.

낮은 온도로 쓰는 가정용 세탁기는 대장균의 저장고가 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낮은 온도로 쓰는 가정용 세탁기는 대장균의 저장고가 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가정용 세척기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수온을 60°C 이하로 낮추기 때문에 병원균에 취약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저항성 유전자와 여러 가지 미생물은 낮은 온도에서 사용하는 가정용 세탁기에서 살 수 있다.

본(Bonn) 대학 병원의 마르틴 엑스너(Martin Exner) 박사는 “가정에서 노약자가 개방된 상처나 방광 카테테르(체내에 삽입하여 소변 등을 뽑아내는 도관) 치료를 받거나, 젊은 사람들이라도 곪거나 감염가능성이 있는 상처를 가졌을 경우 병원균의 전염을 피하기 위해 높은 온도나 효율적인 소독제로 빨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병원은 인큐베이터나 의료 종사자들이 사용하는 캐리어에서 병원균을 발견하지 못한 후 세탁기에서 찾아냈다. 이 세탁기로 빤 것은 인큐베이터에서 체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니트 모자와 양말이었다.

조사관들은 병원균이 세탁 후 고무에 남아 있는 물을 통해 의복에 전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는 데우지 않은 물을 사용한 최종 헹굼 과정을 통해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어떻게, 그리고 어떤 소스를 통해서 이 병원균이 세탁기에 들어갔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다행히 이 병원균은 중환자실에 있는 유아에게 서식하고 있었지만, 감염되지는 않았다. 서식하는 것은 병원균이 해를 끼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아직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조직을 침범하지 않았거나, 면역체계가 이들을 효과적으로 퇴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렙시엘라 옥시토카에서 나타나는 다중 약물 저항은 '확장 스펙트럼 베타-락타마아제'(ESBL)에 의해 발생한다. 이 효소는 베타 젖당이라고 불리는 항생제를 무력화시킨다. ESBL을 생산하는 가장 흔한 박테리아의 종류는 대장균과 클렙시엘라균이다.

대표적인 박테리아인 대장균, (사진=픽사베이)
대표적인 박테리아인 대장균, (사진=픽사베이)

이같은 사실은 독일 어린이 병원에서 일어난 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독일 본 대학 연구팀은 2012년 4월부터 2013년 5월까지 1년 동안 신생아 13명과 신생아 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 1명이 항생제 내성형 클렙시엘라 옥시토카균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줄여서 KO라고 하는 클렙시엘라 옥시토카나 박테리아는 보통 사람의 내장, 입, 코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박테리아가 내장을 벗어나면, 사람을 진짜 KO시킬지 모른다. KO 박테리아는 상처, 폐, 요로 감염시키는데, 이것은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포브스(Forbes)는 보도했다.

특히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변종들이 나타나면서 치료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러한 박테리아의 확산은 의료 환경에서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

많은 변종 박테리아는 온도가 충분히 오르지 않으면 세탁 과정을 포함하여 습한 환경에서 꽤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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