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 스캔들’ 내부고발장 공개…의혹 재확인
- 트럼프 대통령·백악관 대응 여전 “끼워 맞춘 것에 불과”
- 민주당 탄핵 절차 돌입의 진짜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26일(현지시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절차 돌입에 결정적 요인이 된 ‘우크라이나 스캔들’ 고발자의 내부고발장이 공개됐다. 

◆ 점점 미궁 속으로…늘어가는 의혹들

여론의 요구 확대와 탄핵 조사가 시작됨에 따라 기밀 해제 절차를 거쳐 공개된 고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권남용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로 하여금 미 대선의 유력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을 조사하는 데 개입하도록 종용했다는 사실이 적시돼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고발장은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들에게만 일부 공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내부고발장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미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 다른 의혹도 제기됐다. 내부고발자는 백악관 당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 기록을 은폐하려 했다는 내용을 적었다. 백악관도 해당 사태의 심각성과 부적절성을 인지하고, 여론의 악화를 막기 위해 통화 내용을 숨기려고 했다는 주장이다. 외신들은 내부고발자가 고발장에 “백악관 변호사들이 관련 녹취록을 컴퓨터 시스템에서 삭제하라고 백악관 당국자들에게 지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적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또, 내부고발자는 고발장에서 “공식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복수의 미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미국의 대통령이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외국의 개입을 요청하는데 그의 대통령직 권한을 사용하고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개입에는 대통령의 주요 민주당 정적 중 한 명에 대해 조사하도록 외국을 압박한 것이 포함된다”고 밝혀 우크라이나 스캔들 의혹에 관련한 내용이 확인됐다.

미국 정보당국 내부 고발자의 '우크라 의혹' 고발장 (사진=연합뉴스/AP)
미국 정보당국 내부 고발자의 '우크라 의혹' 고발장 (사진=연합뉴스/AP)

한편, 백악관이 지난 25일 공개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통화 녹취록이 믿을만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당초 녹취록이 공개될 당시 백악관은 통화 원본이 아닌 요약본을 공개했다. 그런데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녹취록은 “상황실에 있던 당국자들의 기억과 필기 등을 종합한 것”이었다. 요약을 넘어서서, 정부의 입맛에 맞게 유리한 내용만 짜깁기 되어 공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내부고발장이 공개되고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도 다시 대응에 나섰다.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내부고발장 공개 직후 성명을 통해 “고발장 공개로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고발장은 제3자의 설명과 신문에 이미 나온 내용을 대충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내부고발장과 의혹들이 가지는 의미를 축소시키려는 노력이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에 “민주당원들은 공화당과 공화당이 옹호하는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면서 “함께 뭉쳐서 승부를 내자, 강력히 싸우자”고 적어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 민주당, 탄핵 가능할까?

트럼프 대통령의 의혹에 관한 진위여부와 별개로 대통령의 ‘탄핵’ 자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는 취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됐다. 특정 지지층의 결집에 집중하고 비판적 여론은 무시하거나 오히려 더 강경 대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특성 탓이다. 그래서 이번에 정식적으로 진행된 탄핵안 발의 과정은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탄핵 그 자체보다는 선거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가장 먼저, 탄핵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탄핵 외의 다른 정치적 계산이 없이 탄핵 절차 돌입이라는 강수를 뒀을리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껏 민주당 수뇌부가 탄핵에 대해 신중히 접근했던 것은, 섣부른 탄핵 절차 돌입은 자칫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을 더욱 결집시키는 효과만 불러올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 만약 탄핵 절차가 하원을 거쳐 상원에서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는 긴 시간이 소요되어, 대선이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순전히 ‘탄핵’만을 목적으로 민주당이 움직일 리 없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다시말해, 현재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 돌입이 ‘탄핵’ 그 자체보다는 ‘선거전략’ 쪽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것이다.

취임한지 1년이 지나기 전인 2017년, 뉴욕 맨해튼 중심가 타임스 스퀘어에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광고
취임한지 1년이 채 지나기 전인 2017년 12월, 뉴욕 맨해튼 중심가 타임스 스퀘어에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광고

한편, 민주당이 노리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무담임권, 즉 공무원으로 재직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탄핵 절차와 공무담임권 박탈 절차가 개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민주당의 ‘선거전략’적 입장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공화당 대선 후보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것 만큼 승산 있는 전략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기존에 탄핵안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됐던 이유는, 하원에서는 민주당 의원이 과반을 차지해 통과가 수월하더라도 공화당 의원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는 탄핵안이 승인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탄핵안이 상원에서 통과되기 위해서는 100명의 상원 의원 중 3분의2에 해당하는 67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미 상원은 공화당 53명, 민주당 45명, 무소속 2명으로 공화당 내에서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탄핵안 통과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공무담임권 박탈의 경우 상원에서 과반의 찬성만 얻더라도 가결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견제가 절실한 민주당에게 외면하기 어려운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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