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재단, 2019년 ‘아시아의 미(美)’ 첫 강좌 개최
인도, 꾸며야 아름답다고 여겨…꾸미는 것, 종교적 의미도 내포
누드, 아름다움의 기준이었으나 식민지배 통해 의식 변화
개방 후, 美 기준 서구적으로 변화…한편으로 전통 고수

아이쉬와라 라이(사진=영화 움라오 잔 스틸컷)
아이쉬와라 라이(사진=영화 움라오 잔 스틸컷)

[데일리비즈온 심은혜 기자] 예부터 인도에서는 가슴이 풍만하고 허리는 얇으며 엉덩이가 크고 넓적다리를 가진 여성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미의 인식을 대변하듯, 인도 신상들을 보면 상당히 ‘육감적’이다.

24일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인도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강연이 열렸다.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연구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재단은 연구 성과들을 대중과 소통하고자 2019년 첫 번째 강좌로 이옥순 사단법인 인도연구원 원장이 ‘인도, 아름다움은 신과 같아’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아모레퍼시픽재단의 인문교양강좌 아시아의 미(美) 첫 번째 강좌 ‘인도, 아름다움은 신과 같아’ 현장(사진=심은혜)
아모레퍼시픽재단의 인문교양강좌 아시아의 미(美) 첫 번째 강좌 ‘인도, 아름다움은 신과 같아’ 현장(사진=심은혜)

이옥순 원장에 따르면 인도는 힌두교나 불교 등 다른 종교를 가졌다 하더라도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은 비슷하다. 인도에서는 아름다움을 하나의 종교나 신처럼 여기는데, 인도는 전통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여성’이라고 한다. 특히 대지에서 창조가 되는 것처럼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역할과 연결되어 여성을 굉장히 신성하게 여긴다.

힌두교 여신 파르바티. 여성의 완전성과 생산력을 상징(사진=국립중앙박물관)
힌두교 여신 파르바티. 여성의 완전성과 생산력을 상징(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인도의 여신상들은 다산과 번영 풍요를 상징하기 때문에 가슴이 상당히 강조되어 있다. 한마디로 상당히 ‘육감적’인 몸매이다. 인도의 문학작품에서 표현되는 아름다운 여성은 눈썹이 활 같고, 눈은 물고기 등과 같아야 하며, 코는 오뚝하고 입술은 연꽃 같아야 하고, 머리는 길고 허리는 가늘어야 하며, 엉덩이는 크고 다리는 넓적하다고 묘사 되어 있다. 특히 여성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넓적다리로 꼽으며, 코끼리 코 같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꾸며야 아름답다
인도는 꾸며야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인도 사람들을 보면 과도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액세서리를 많이 하는 등 빈틈없이 꾸민다. 태어나기를 아름답게 태어났어도 꾸며야지 아름답다고 여긴다. 

인도사람들은 금을 선호해서 금으로 된 액세서리를 차고 다닌다. 인도에서는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가짜 액세서리는 사용하지 않는다. 은으로 된 액세서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사용한다. 이 원장은 “유학 시절 은과 진주가 섞인 팔찌를 하고 다녔는데, 인도 친구들이 저를 가난하다고, 돈이 없는 친구라고 생각했었어요”라며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이야기 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로마시대 기록에 보면 세상의 모든 금이 인도로 빠져나간다는 말을 할 정도로 인도 사람들은 금을 선호한다. 오늘날에도 인도는 매년 세계 금의 30%를 사들이며, 그 사들인 금의 80%는 귀걸이, 팔찌, 목걸이 등의 액세서리로 만들어진다. 인도는 여성이 미인이라도 장신구를 하지 않은 사람은 아름답다고 할 수 없다는 표현이 문학에서 많이 나온다. 이처럼 인도사람들은 꾸미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기본적으로 여성은 아름답지만 그럼에도 꾸미지 않은 여성은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도에서는 종교적인 의미로서도 아름다움을 믿고 꾸미고 실천하는 것도 해탈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꾸미는 것에 대한 실천이 이뤄지고 있다. 

인도 사람들은 몸을 꾸미는 과정에서 신에게 가까이 간다고 생각하고, 또 신을 생각하면서 몸을 꾸민다. 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예쁨 받기 위해, 축복받기 위해 꾸민다. 신을 생각하기 때문에 영혼도 맑고 아름답게 가꾸며, 몸을 꾸미는 과정에서 신성한 마음을 갖는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남성들도 액세서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인도에서는 장신구가 발달하게 됐다. 

한편 인도 여성들이 꾸미는데 있어 특별함 점이 있는데, 남편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문헌으로 남긴 인도 여행기에는 인도 여성들은 남편이 집을 떠나면 몸을 꾸미지 않는다고 적혀있다. 또한 인도 여성들은 남편이 죽으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장신구부터 뽑아내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인도의 결혼식에서는 남편이 아내에게 가장 먼저 해주는 것이 얼굴에 신두르(sindoor)라는 것을 붉은 점을 이마에 찍어주고 팔찌를 껴준다. 이 두 가지를 한 여성은 결혼했다는 표식과 같다. 팔찌는 남편이 죽기 전까지 빼지 않으며, 남편이 죽으면 가장 먼저 팔찌부터 깨뜨린다. 그 이유인 즉은 꾸며서 보여줄 남편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도 남편이 죽으면 부인들이 소복을 하는 것처럼 인도도 마찬가지이며 장신구를 하지 않는다. 

누드, 순수한 아름다움
인도에서는 가슴을 드러내고, 몸을 드러내는 것을 아름답게 여겼다. 힌두 사원의 여신들을 살펴보면 보면 상당히 육감적이고 매력적이다. 특히 누드로 되어 있는데, 인도의 거의 모든 신당이나 그림은 누드 형태다. 인도인들은 누드, 몸을 드러내는 것이 순수성을 나타내는 것이며,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옷을 입으면 아름다움이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여겼다. 

인도는 지금도 인구의 60%가 농업에 종사한다. 농업에서는 풍작을 기원한다. 또한 풍작이 되려면 인력이 필요하고, 그 공급원은 사람이다. 때문에 아이를 많이 낳고 잘 키우는 여성의 몸은 중요하다. 이에 인도에서는 여성을, 여성의 몸을 신성하게 여기며 누드는 아름다운 것으로 간주되었다. 

힌두, 불교, 자이나교 등 종교가 다양해도 추구하는 바는 똑같다. 인도에서는 종교가 무엇이든 윤리나 지향하는 바는 다를지라도 아름다움이라든지, 여성을 아름답다고 보는 것, 또는 아름다움이란 결국 꾸며야 한다는 생각은 비슷하다.

권력이 아름다움을 만든다
절대적인 아름다움은 없다. 늘 상대적이고 문화에 따라 다르다. 한국이 생각하는 아름다움과 중국이나 인도 아프리카에서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조금씩 다르다. 아름다움은 문화를 반영하고, 시대도 반영된다. 

이슬람의 지배를 받기 시작한 인도는 미의 기준이 바뀌었다. 기본적인 미의 기준은 유지되나 외관이 달라졌다. 가슴을 드러내는 것을 아름답게 여겼던 인도는 이슬람이 들어온 후 몸을 가리게 됐다. 인도 여성들이 베일을 두르게 된 것도 이슬람 때문이다. 이슬람 이후 영국의 지배를 받을 때도 인도인들의 옷차림, 그들이 꾸미는 것은 미개하게 여겨졌다. 

아름다움은 정치권력과 맞닿아 있다. 영국이 남긴 기록에 의하면 인도 벵골 지방에 사는 여성들은 몸에 두르는 금붙이의 무게가 평균적으로 3㎏에 달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영국은 이러한 인도인들의 꾸밈을 야만인들이 하는 것이라고 무시했으며, 다리를 드러내는 것 역시 부적절한 것으로 생각했다. 결국 인도 여성들은 몸을 가리게 됐다.

이 원장은 “한국에서 해외여행이 허가되기 전 인도로 유학을 갔는데, 그 당시 인도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어요. 단순히 인도가 열대지방이니까 짧은 치마를 많이 가져가야겠다고 생각 했지요. 짧은 치마를 입고 캠퍼스에 들어선 순간,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많은 시선들이 저에게 꽂혔어요. 인도에서는 여성이 다리를 드러내는 것은 가장 상스러운 것, 마치 여성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과 같이 여겼습니다”고 말했다. 

다리를 가리는 문화는 영국 식민지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인도의 수도 델리의 날씨는 한 달반 이상 45℃가 유지된다. 마치 찜질방의 불가마와 같은 더운 날씨다. 인도인들이 몸을 드러내는 것은 인도의 기온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영국은 단순히 몸을 드러내는 것을 미개하게 여겼고, 인도 여성들은 몸을 감싸기 시작해 그 영향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인도는 아직도 권력이 여성에게 똑같이 배분되어있지 않다. 옛날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남성이 바라는 여성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된다. 식민 지배를 당해도, 종교가 가부장적인 성향을 띄면 여성에 대한 룰이 많아진다. 인도는 아직도 그 영향이 크다. 

힌두교가 이끌어왔던 인도 사회는 가부장적이다. 가부장적인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여인들은 아이를 많이 낳고 아이를 잘 키우고 남편에게 순종적이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인도 문학에서 아름다운 여성은 처녀가 아닌 유부녀다. 다른 나라에서는 결혼하기 전의 미혼 여성을 아름답고 순수하다고 생각하지만, 인도는 항상 아이를 잘 낳고, 잘 키우는, 남편에게 잘 하는 현모양처가 아름답다고 여긴다. 때문에 항상 힌두는 남성과 여성신이 짝을 이루는 신화들이 나온다. 모든 인도의 장신구는 결혼한 여성이 남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만든다. 

미의 기준이 변하다
가부장적인 사회, 가슴이 크고 엉덩이 큰 여성이라는 미의 기준이 90년대부터 변화되기 시작한다. 경제 자유화, 개방이 되며 외국 문물이 들어오자 미의 기준이 점차 서양처럼 날씬한 여성, 피부가 하얀 여성으로 바뀌었다. 인도는 발리우드가 유명하다. 발리우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양인들처럼 피부가 하얘야 한다. 이런 미의 기준 때문에 한때 미백 크림의 인기가 인도를 휩쓸기도 했다. 이처럼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이 미의 기준이 되면서 이러한 기준에 맞추기 위해 소비에 종속되는 현상들이 인도 여성들에게 또 다른 짐이 되기도 한다.  

인도는 변화하는 중이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변하지는 않는다. 인도에서 미스월드 대회 열렸을 때 수영복 심사 반대 운동이 너무 거세 인도에서 수영복 심사를 못했다. 인도 여성들은 전통은 지키면서 변화와 조화를 이루고자 노력한다. 인도의 젊은 여성들은 좀 더 편하게 변형된 전통의상을 입고 다니고, 인도 전통 의상과 서양의 의상을 합친 옷을 교복으로 만들어 입기도 한다.  

이 원장은 이러한 인도인들의 노력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한국적인 미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름다움이 서양에서 온 것만 아름답다고 여기면 100년 뒤 한국의 미가 남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인도의 아름다움은 다른 세상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며 문화의 방향이며 애정이다. 인도 여학생들이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사리를 입고 싶어서라는 설문조사가 많이 나와 있다. 이처럼 인도는 인도만의 아름다움이 있고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는 한 인도의 아름다움은 살아남을 것이다. 이세상 모든 사람이 모두 똑같이 아름다우면 그것은 아름답지 않은 것이다.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고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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