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서 내년 대선 경쟁 상대 조사 종용 의혹
- 탄핵 여론 확대되며 미 하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 돌입
- “마녀사냥 쓰레기”, ”압력 없었다” 자신만만한 트럼프, 왜? 

지난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UN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 UN본부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UN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 UN본부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내년 11월에 치러지는 미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슈가 정치권을 크게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쏟아지는 보도에 “마녀사냥 쓰레기”라고 맹비난하며 제기된 의혹들을 부인했다.

◆ 트럼프 ‘우크라이나 스캔들’ 불거지며 탄핵 절차 돌입

잠잠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 대선 주요 경쟁 상대인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의혹에 관한 조사를 종용했다는 정보기관 직원의 내부고발로 재점화됐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부자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협력할 것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지속 요구했으며, 미국의 군사 원조 중단 카드를 무기로 우크라이나 측을 압박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시작점이 된 바이든 부자의 의혹은 이렇다. 오바마 정부 당시 바이든 부통령은 미 정부의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의 친 서방 정책들을 총괄했으며, 우크라이나에 친미 정권이 들어서는 동안 우크라이나의 핵심 인사들과 자주 접촉했다. 당시 바이든 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은 어떤 연고도 없던 우크라이나 대형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 홀딩스’의 사외이사로 취임하게 된다. 월 5만달러(약 6000만원)의 고액 연봉을 받는 자리였다.

그런데 2015년, 부리스마 홀딩스가 돈세탁과 횡령 등 혐의로 우크라이나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이었던 빅토르 쇼킨은 친러 성향으로 미국의 경계 대상 중 하나였다. 수사가 진행되던 2016년, 바이든 전 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당시 페트로 포로센코 대통령을 만나 “내가 6시간 뒤 미국으로 떠나니 그동안 검찰총장을 해임하라. 안 그러면 미국의 10억달러 대출 보증을 중단할 것”이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결과적으로는 빅토르 쇼킨은 검찰총장에서 해임됐고, 부리스마 홀딩스는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처음 의혹을 보도한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현 대통령으로서의 권력을 부정하게 사용하고,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일을 이용해 대선을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려 했다는 점을 비판했다. 미국 정치권 내에서도 비판적 의견이 그 전과 비교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하원 민주당 의원 235명 중 탄핵 추진에 찬성하는 의원이 15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미국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24일(현지시간) 미 의사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에 관한 공식 조사 착수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24일(현지시간) 미 의사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에 관한 공식 조사 착수를 발표하는 모습.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지금까지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요구됐던 트럼프 탄핵에 대해 신중론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탄핵을 바라는 여론이 더욱 커지자 탄핵 추진 쪽으로 의견을 바꿨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선서와 헌법을 위반했다며 대통령 탄핵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원 법사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외교위원회, 정부 개혁·감독위원회, 세입위원회, 금융서비스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회가 트럼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조사에 돌입했다.

◆ 연이은 비판과 탄핵소추 절차 돌입에도 불구, ‘자신만만’ 트럼프

그런데 정작 논란의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의혹에 대해 지속 부인하며 하원에서 탄핵 조사가 시작 됐음에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는 듯한 언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백악관을 비롯한 트럼프 진영에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듯한 태도로 논란에 대응하고 있다.

탄핵 조사 대상으로 지목된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린 UN총회에서 연설 중이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엔에 있는 이처럼 중요한 날에, 많은 일을 했고 많은 성공이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마녀사냥 쓰레기 속보로 이를 망치고 손상시켜야만 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특히 탄핵 조사 개시를 발표한 펠로시 하원 의장을 비롯해 몇몇 상임위원장들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그들은 결코 그 통화 녹취록을 보지조차 못했다”면서 “완전한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다.

의혹과 탄핵 절차 돌입에 대한 불쾌한 기분을 숨김없이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정쟁의 승리에도 자신이 있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중 기자들을 향해 “펠로시(하원의장)가 그렇게 한다면 선거(내년 대선)에서 나에게 긍정적”이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25일(현지시간),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워싱턴 의회의사당에서 취재진을 만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기록한 녹취록을 들어보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워싱턴 의회의사당에서 취재진을 만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기록한 녹취록을 들어보이는 모습.

또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의 발원지가 되고 있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A4 5쪽 분량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녹취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전 부통령)의 아들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있다”며 “바이든이 (아들에 대한) 검찰 조사를 멈추게 했다고 하는 데 많은 사람이 이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이 한 번 알아봐 주길 바란다…매우 끔찍한 이야기로 들린다”라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줄리아니, 바와 함께 바이든을 조사하라고 압박을 가했다”며 트럼프에 관한 의혹이 사실임을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만만한 태도는 변치 않았다. 녹취록이 공개되기 직전에도 자신의 SNS에 “민주당이 녹취록을 보고 사과를 할까?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같은 녹취록을 두고도 서로 상반되는 해석으로 대립하고 있는 양상인 셈이다.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을 만나고 있는 모습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을 만나고 있는 모습.

이후의 행보도 남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녹취록을 공개한 후 유엔총회 기간에 뉴욕을 방문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탄핵 논란의 중심에 있는 두 사람이 녹취록 공개 직후 직접 대면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다.

그 자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압력을 받았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나는 민주적이고 개방된 미국 선거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는 좋은 통화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정상적이었다”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그(젤렌스키 대통령)가 말한 대로, 그는 압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녹취록을 공개한 이유가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는 언론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네가 통화 내용에 대해 그런 거짓말을, 그런 끔찍한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그 통화는 실제로 아무 죄가 없고 매우 친절했다”고 주장했다.

미 언론들의 비판적 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미 하원에서 정식적인 탄핵 조사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오히려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이 쉽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하원의 경우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힘을 쥐고 있으나 상원은 공화당이 힘을 차지하고 있어, 하원을 거쳐 상원으로 이어지는 미국 탄핵 절차 상 탄핵안이 의회를 최종 통과할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을 중심으로 ‘탄핵 반대’ 여론의 기세도 심상치 않아 섣불리 탄핵에 나선 민주당이 결국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캠프의 팀 머토 공보국장은 하원에서 탄핵 절차를 개시한 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사실 민주당이 이렇게 멍청할 경우에 대비해 준비한 게 많다”고까지 이야기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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