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강자 앱티브社와 합작법인 설립
- 그룹 자원 의존 아닌 외부 가용자원 활용 주목
- 2022년까지 완전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목표

현대차-앱티브 간 합작 법인 설립(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앱티브 간 합작 법인 설립(사진=현대자동차)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현대자동차가 완전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과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APTIV)사가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케빈 클락(Kevin Clark) 앱티브사 CEO 등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개발을 목적으로하는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합작에 현금 16억달러와 함께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R&D) 역량, 지적재산권 등 4억달러의 무형자산을 합쳐 총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를 출자한다.

◆ 앱티브, 현대차의 이유 있는 선택

현대차그룹과 합작법인 설립에 돌입한 앱티브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본사가 위치한 차량용 전장부품 및 자율주행 시스템 전문 기업이다. 앱티브는 최근 오토모티브 뉴스가 발표한 2018년 글로벌 자동차 부품 공급사 순위에서 20위를 기록했지만, 현대차가 집중한 ‘자율주행’부문으로 따지면 세계 선두에 위치한 기업이다.

미국의 기술조사업체인 '내비건트리서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자율주행 종합 기술 순위에서 앱티브는 구글, GM, 포드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레벨 4/5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 기술 항목 평가에서는 구글, GM에 이은 3위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과거 자동차 부품 및 시스템 기술의 세계적 리더 자리를 꿰차던 델파이(Delphi Automotive System)가 전신인 앱티브는 지난 2017년 분사(分社)하며 자율주행 전문 기업으로 정체성을 바꿨다. 지속적으로 자율주행기술에 대한 개발에 관심을 뒀던 앱티브(前 델파이)는 2015년과 2017년 자율주행 유망 스타트업으로 꼽히던 ‘오토마티카(ottomatika)’와 ‘누토노미(nuTonomy)’를 인수하며 관련 기술 역량을 단번에 끌어 올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그룹이 앱티브의 인지시스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컴퓨팅 플랫폼, 데이터 및 배전 등의 선도적 기술력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앱티브는 현재 보스톤에 위치한 자율주행사업부를 중심으로 피츠버그, 산타모니카, 싱가포르 등 세계 각지의 주요 거점에서 기술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싱가포르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이를 비롯해 현재 총100여대 이상의 자율주행차를 운행 중이다.

이번 합작 법인 설립에 대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현대차그룹의 역량이 결합된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케빈 클락 앱티브 CEO는 “이번 파트너십은 차량 커넥티비티 솔루션, 스마트카 아키텍처 분야 앱티브의 시장 선도 역량을 보다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최첨단 기술력과 연구개발 역량은 자율주행 플랫폼의 상용화를 앞당기기에 최적의 파트너”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8월 현대자동차가 대형 트레일러 자율주행차량으로 의왕-인천간 약 40km 구간 고속도로 자율주행에 성공한 모습(사진=현대자동차)
지난해 8월 현대자동차가 대형 트레일러 자율주행차량으로 의왕-인천간 약 40km 구간 고속도로 자율주행에 성공한 모습(사진=현대자동차)

◆ 합작 시너지 효과 누리며 도약 준비

이번 합작 법인 설립을 두고 한 증권 관계자는 완성차와 자율주행 전문 업체 간 별도의 합작법인 설립이라는 형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부문처럼 기술 진보의 속도가 매우 빠른 영역에서 자사 자원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룹 외부의 가용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에 집중한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두 기업의 합작 법인은 내년 중으로 최종 설립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대차그룹은 2022년까지 양사에 공급될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에 돌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합작 법인 설립을 발표하기 전 현대차 그룹은 기존에 미국 자율주행기술 기업인 오로라와의 협력을 통해 203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법인 설립 계획이 발표된 후 2022년으로 현대차의 자율주행자동차 예상 상용화시기가 크게 앞당겨지면서 이번 합작의 구체성과 상호 호혜성이 매우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이번 합작을 통해 현대차그룹 내 현대 모비스도 큰 수혜자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 모비스가 작은 투자 금액으로 앱티브의 R&D 자원 및 지적재산권에 대한 접근 권한을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합작 법인 설립 이전에도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업계에서 자율주행기술은 고급차 시장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는만큼,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자율주행기술의 점진적 탑재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말 현대차가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 SUV 모델인 GV80에도 부분자율주행기술인 자동차선변경 기능이 탑재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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