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영국 살인사건 범인 검거에 사용
미토콘드리아 분석법, 증폭 등 다양
침, 칫솔, 머리카락, 정액 채취해서 분석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우리나라 범죄 사상 가장 큰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1980년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DNA 분석기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범죄수사에 이용하는 DNA 분석은 보통 ‘DNA 프로파일링'(profiling), 혹은 'DNA 지문채취'(fingerprinting)’라고 한다. 지문과 같이 독특한 개인의 DNA 특성을 분석하는 과정이다. DNA 프로파일링은 범죄 수사에 있어서 법의학적 기법으로 범죄 용의자의 프로필을 DNA 증거와 비교하여 그들이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을 평가한다.

생물학과 유전공학의 혁명을 불러온 DNA의 이중 나선구조. (사진=위키피디아)
생물학과 유전공학의 혁명을 불러온 DNA의 이중 나선구조 모형. (사진=위키피디아)

사람들이 DNA 분석을 생각할 때, 미국 범죄드라마 NCIS나 CSI를 떠올리기 쉽다. 드라마에서는 DNA 샘플이 실험실로 들어오면, 즉시 분석돼 몇 분 안에 용의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현실은 상당히 다르다. 완벽한 DNA 샘플이 범죄 현장에서 수집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DNA 분석에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위키피디아에 기술된 내용을 중심으로 DNA 분석법의 과학적인 배경을 자세히 소개한다. 

DNA의 현대적 프로파일링을 다룬 최초의 특허는 1981년 미국 록펠러 대학에서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1983년 제프리 글래스버그(Jeffrey Glassberg)박사가 출원했다. 영국에서는 유전학자 알렉 제프리스(Sir Alec Jeffreys)경이 레스터 대학의 유전학부에서 근무하던 중 1984년 말에 DNA 프로파일링 방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알렉 제프리스 경. (사진=위키피디아)
알렉 제프리스 경. (사진=위키피디아)

제프리스가 피터 길(Peter Gill)과 함께 개발한 분석법은 1983년과 1986년 영국 나버러(Narborough), 레스터셔(Leicestershire)에서 강간 살해된 두 명의 10대 청소년 살해 사건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수사팀은 5,000여명의 남성들에게 얻은 혈액 샘플 안에 들어 있는 DNA로 최초의 용의자 리처드 버클랜드의 무죄판결을 이끌어냈다. 1988년 1월 2일 제과점 직원인 피치포크의 혈액을 토대로 피치포크를 체포했다.

인간의 DNA 염기서열의 99.9%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지만, 일란성 쌍둥이가 아닌 한 개인과 다른 개인을 구별할 수 있을 만큼 DNA가 다르다.

DNA 분석은 개인의 DNA 샘플(보통 참조샘플이라고 한다)에서 시작된다. 참조 샘플은 면봉으로 입안에 넣어 채취하지만, 법원 명령을 획득할 수 없는 경우에는 칫솔, 면도기 같은 개인 물품이나 또는 저장된 샘플(정자 또는 조직)에서 혈액, 침, 정자, 질 윤활제 또는 기타 유체 또는 조직을 채취하는 다른 방법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참조 샘플을 분석하여 아래에 설명된 기술 중 하나를 사용하여 개인의 DNA 프로파일을 작성한다. 
 

DNA 추출
혈액이나 침과 같은 샘플을 얻을 때, DNA는 샘플에 존재하는 것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DNA를 세포에서 추출하여 정제한 다음, DNA만 남기고 나머지는 폐기한다. DNA 추출의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유기 추출, 첼렉스(Chelex) 추출, 고체 위상 추출 등이 있다. 

분석가들은 일반적으로 비용, 관련 시간, 산출된 DNA의 양, 산출된 DNA의 품질과 같은 요인에 기초하여 선호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이렇게 샘플에서 DNA를 추출한 후 RFLP 분석, PCR 분석, STR분석, 미토콘드리아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을 쓴다.

RFLP 분석
DNA 프로파일링에 사용되는 첫 번째 방법은 RFLP(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분석을 포함한다. 이 방법은 다형성  DNA를 유전자 절단 제한효소(restriction endonuclease)로 짤랐을 때, 유전자의 길이가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이용한다. 
사람의 유전체(genome)에서 단일 염기쌍의 변이는 상당히 빈번하게 나타난다.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소위 정크 유전자는 100~200 염기마다 점 돌연변이가 생성된다. 이것을 개인의 차이를 나타내는 표지로 사용될 수 있다. 이같이 사람에 따라 염기서열이 다르게 나타나는 ‘단일염기다형성’(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은 최근 질병판독이나 유전형 발현을 연구할 때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했다. 다시 말하면 SNP에 의해 RFLP 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PCR분석기에 넣는 (사진=위키피디아)
8개 PCR 튜브 묶음 (사진=위키피디아)
PCR분석기의 한 종류. (사진=위키피디아)
PCR분석기의 한 종류. (사진=위키피디아)

PCR 분석
중합효소 연쇄반응(PCR Polymerase Chain Reaction) 분석은 DNA가 아주 적은 양이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부분을 엄청난 양과 높은 정확도로 크게 증폭할 수 있는 특징을 이용한 것이다. 이 방법은 책상위에 놓을 만큼 간단한 장비로도 분석이 가능하고, 증폭에 걸리는 시간도 2시간 정도로 매우 짧은 장점을 가졌다. 생물학에서 매우 중요한 기반 기술에 속한다. 
1983년에 케리 멀리스(Kary Mullis)에 의해 개발됐다. 과학 수사나 친자 감별 등에 자주 이용되는 DNA 지문분석도 PCR법을 이용하고, 고생물이나 멸종된 생물의 DNA를 증폭할 때도 이용한다. 

STR(Short tandem repeats) 분석
이 분석법은 중합효소 연쇄반응(PCR)을 기반으로 하며 간단한 순서 또는 짧은 탠덤 반복(STR)을 사용한다. 특수 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거의 확실히 다른 수의 반복 단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STR은 관련이 없는 개인들을 차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STR 분석의 진정한 힘은 차별이라는 통계적 힘에 있다. 5조분의 1 이상의 일치 확률을 생성할 수 있다. 

AFLP 분석
증폭된 파편 길이 다형성(Amplified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분석은 1990년대 초에 실용화됐다. 이 기술은 RFLP 분석보다 빠른 것이 특징으로, PCR을 이용해 DNA 샘플을 증폭시킨다. 모든 PCR 기반 분석법과 마찬가지로, 고도로 손상된 DNA 또는 매우 적은 양의 DNA를 처리할 때 사용한다. AFLP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과 설치 및 운영의 용이성 때문에 저소득 국가에서 여전히 인기가 있다.

DNA 가족관계분석  
가족관계분석(family relationship analysis)은 PCR 기술을 이용해 DNA 분석을 광범위하게 적용하여 친부, 출산, 형제자매 등 유전적 가족관계를 결정한다. 수정하는 동안 아버지 정자 세포와 어머니의 난자 세포는 각각 다른 체세포에서 발견되는 DNA 양의 절반을 포함하고 있으며, 만나서 융합하여 '접합체'(zygote)라고 불리는 수정란을 형성한다. 접합체는 양친의 DNA를 조합한 DNA 분자의 완전한 세트를 포함하고 있다. 이 접합체는 배아로 분열되고 증식하며 나중에는 완전한 인간으로 변한다. 일상적인 DNA 친자확인 테스트에서 사용되는 마커는 개인들 사이에서 매우 다른 반복 패턴에서 발생하는 짧은 탠덤 반복(STRs)이다.

Y염색체 분석
Y-염색체는 부계로 유전되기 때문에, 부계 혈연을 식별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 분석법은 샐리 헤밍스(Sally Hemings) 논쟁에서 토마스 제퍼슨이 그의 노예 중 한 명과 아들을 낳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분석
고도로 분해되고 손상된 샘플의 경우, 전체 프로파일을 얻는 것이 불가능할 때도 있다. 이럴 경우 핵 DNA의 복사본이 1~2개 밖에 없는 반면, 세포 내에 미토콘드리아 DNA (mtDNA)의 복사본이 많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DNA(mtDNA)를 이용해서 분석한다.  mtDNA는 모간, 오래된 뼈나 오래된 치아와 같은 물질로부터 얻을 수 있다.

손상된 DNA 샘플 처리하기
범죄 현장에서 채취한 DNA 샘플은 종종 손상된 상태로 발견된다. 이것은 DNA가 더 작은 DNA 조각으로 분해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살인의 희생자들은 당장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고, 대규모 사상자의 경우, DNA가 분해 요소에 노출되기 전에 DNA 샘플을 얻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범죄 현장에서 DNA의 분해는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하는데, 환경 노출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현대적인 PCR 방법이 존재하기 전에는 손상된 DNA 샘플을 분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PCR 기술이 발명되고 나서야 분해된 DNA 샘플의 분석이 용이해졌다. 특히 멀티플렉스 PCR은 분해된 샘플에 남아 있는 DNA의 작은 파편을 분리하고 증폭시키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멀티플렉스 PCR 방법을 RFLP와 같은 이전 방법과 비교할 때 엄청난 차이를 알 수 있다. 멀티플렉스 PCR은 이론적으로 1ng(나노그램) 미만의 DNA를 증폭시킬 수 있는 반면 RFLP는 분석을 수행하기 위해 최소 100ng의 DNA를 가져야 했다.

MiniSTR 분석
강한 화재가 발생해서 DNA 샘플이 손상되거나 뼛조각만 남은 경우, 샘플에 대한 표준 STR 테스트만 가지고는 불충분할 수 있다. 손상된 DNA 샘플을 분석하기 위해 개발된 한 가지 방법은 미니 STR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다. 미니STR 기술은 와코 화재의 희생자를 식별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 경우 화재는 DNA 샘플을 너무 심하게 파괴하여 정상적인 STR 검사 결과로는 인식이 어려웠다.

DNA 혼합물
DNA 샘플에 둘 이상이 혼합되면 개별 프로파일을 검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혼합물의 해석은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2, 3명이 포함된 혼합물은 어렵겠지만 해석할 수 있다. 4명 이상의 개인을 포함하는 혼합물은 너무 복잡해서 개별 프로필을 얻을 수 없다. 혼합물을 얻는 일반적인 시나리오는 성폭행의 경우이다. 피해자, 피해자의 합의된 성적 파트너 및 가해자의 자료를 포함하는 샘플을 수집할 수 있다.
DNA 샘플이 두 개의 기여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 한 사람이 기여한 DNA 비율이 두 번째 사람보다 훨씬 높으면 개별 프로필을 해석하기 쉽다. 표본이 3개 이상의 기여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 개별 프로필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진다. 다행히도, 확률적 유전자형의 발전은 미래에 이런 종류의 결정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에서 법의학전문가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분석법을 사용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내용을 참조하면, 몇 가지 분석법을 같이 사용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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