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최대 이슬람 무장 반군 단체 해산
- 정부 평화 기대에도 불구 이슬람국가 IS 추종 세력은 여전한 복병
- 최근에도 IS 배후로 한 테러 지속돼 긴장감 고조

 

이슬람 최대 반군 세력 MILF가 반납한 무기를 살피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이슬람 최대 반군 세력 MILF가 반납한 무기를 살피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지난 8일(현지시간), 필리핀 남부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던 최대 이슬람 반군 세력이 평화협정에 따라 정부에 무기 반납을 시작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러나 필리핀은 여전히 테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 테러 종식 원하는 필리핀 정부

필리핀 남부 최대 이슬람계 반군인 모로 이슬람 해방 전선(MILF)에 소속된 약 1000명의 게릴라군이 무기를 반납을 시작했다. 지난 2014년 필리핀 정부는 MILF와의 내전을 멈추기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그리고 작년 7월에는 필리핀 남부에 MILF가 요구해온 ‘이슬람 자치정부’를 세우기 위한 ‘방사모로 기본법’이 필리핀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MILF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의 BARMM(무슬림 민다나오 방사모로 자치지역)를 이끌게 됐다. 그곳에는 입법, 행정, 재정권을 갖는 이슬람 자치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이로써 15만명가량이 목숨을 잃었고, 200만명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이주해야 했던 50여년 간의 긴 갈등이 전환 국면을 맞았다. 필리핀 정부는 방사모로 자치정부가 들어서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세력 확장을 막고 평화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기 반납이 시작되며 필리핀 남부 술탄쿠다라트주에서 열린 MILF 해단식에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참석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평화협정 역사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면서 “정부는 여러분의 고충에 언제나 귀를 기울일 것”이라 말했다. 또 “더 이상의 무장 투쟁은 피하자”면서 “이 기회를 잘 활용해 여러분의 삶을 향상하고 가족과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전히 필리핀 정부가 걸어가야할 길은 많다. 최대 반군 세력이었던 MILF의 해산 과정에는 8개월이라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필리핀이 안고 있는 복병은 MILF뿐만이 아니다. 당장에 해산식이 열린 당일 오전에 술탄쿠다라트주 이술란시의 거리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7명이 숨졌다.

BIFF 조직원들의 모습 (사진=asianews.it)
BIFF 조직원들의 모습 (사진=asianews.it)

◆ 테러 무장단체들 ‘여전한 복병’  

해산식 당일 일어난 테러의 배후로는 ‘방사 모로 이슬람 자유전사단’(BIFF)가 지목됐다. BIFF는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고 추종하는 극단주의 무장단체다. 필리핀에서 가장 악명 높은 IS 연계단체인 아부사야프그룹(ASG)도 지속 위협이 되고 있다.

2017년에는 IS를 추종하는 또 다른 무장단체 ‘마우테 그룹’이 필리핀 마라위시를 점령해 정부가 해당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반군 토벌 작전을 벌인 바 있다. 5개월간 이어진 마라위시 점령사태로 1천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진압이 이뤄진 이후에도 필리핀 남부 지역에서 테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민다나오 중부의 소크사르젠 지방에서 3주 동안 3건의 테러가 잇달아 발생했다. 당시 술탄쿠다라트 지역과 제너럴산토스에서 일어난 테러로 5명이 사망, 최소 45명이 다쳤다.

지난 1월 필리핀 홀로 섬 성당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 후 수집한 증거를 확인 중인 필리핀군 조사관 (사진=필리핀군)
지난 1월 필리핀 홀로 섬 성당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 후 수집한 증거를 확인 중인 필리핀군 조사관 (사진=필리핀군)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 인도네시아 커플이 필리핀 술루주 홀로(Jolo)에 있는 한 가톨릭 성당 안에서 일으킨 자살 폭탄 테러로 인해 23명이 숨지고,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또 지난 8일에는 술루주의 한 군부대 앞에서 이슬람권 여성들의 전통의상을 입은 한 용의자가 복부에 두르고 있던 폭탄을 터트려 숨졌다.

최근 일어난 테러에 대해서는, IS 연계 세력이 필리핀 남부 지역으로 잠입해 현지 추종자를 대상으로 자살 폭탄 테러를 교육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또 현지 언론은 이들이 BIFF, ASG와 함께 자살 폭탄테러를 포함한 테러 방법들을 교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배후로 지목되는 ASG에 대해서는, 지도자인 하티브 하잔 사와드잔(Hatib Hajan Sawadjaan)이 동남아시아에서 IS의 차기 수장이 되기 위해 극단적인 테러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역시 ASG 소속이었던 IS의 전 동남아시아 지도자인 이스닐론 하필론(Isninon Hapilon)은 2017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의 마라위(Marawi)에서 수개월 동안 포위되어 있다가 숨진 바 있다.

IS는 필리핀에서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그 배후에 IS가 있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밝히며 세력과 두려움을 확산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필리핀 내에 존재하는 다수의 과격 단체와 IS의 연관관계 그리고 최근까지 핵심 반군 세력이었던 MILF와의 평화 협정까지, 다변하는 상황 속에서 필리핀 정부의 테러 종식을 위한 노력이 촉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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