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 내 청소년 자살 증가 추세
-선진국 사이에서 청소년 자살률 두드러져
-출산율, SNS, 학업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싱가포르 내 청소년 자살률이 크게 늘고 있다. 싱가포르의 자살예방기관 ‘싱가포르의 사마리아인들’(Samaritans of Singapore)에 따르면 작년에 397명이 자살해 전년 대비 10%가 증가했다. 특히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급격히 늘었다. 같은 해 싱가포르에서 보고된 청소년 자살은 총 19건으로, 전년의 7건 대비 크게 증가했고 1991년 이후로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 아시아 지역의 청소년 자살 현황

사실 청소년 자살은 비단 싱가포르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역적인 문제로서 다가오고 있다. 일본 등의 주변국들도 굉장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서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가정이 낮은 출산율과 아이를 적게 낳는 추세 때문에 청소년들 각자가 성취도가 높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도 주요 원인으로서 제기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5세에서 29세 사이의 청소년 사망 원인 중 자살이 두번째로 높은 원인이었다. 또, 그해 10세~19세 사이의 더 어린 청소년들은 전 연령 자살 사망자 80만명 중 6만명에 달하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청소년 자살은 지속해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체적인 자살을 감소 추세이지만, 오히려 청소년 자살률은 증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99명의 19세 이하 청소년들이 자살했는데, 이는 전년도에 비해 6%p 증가한 32%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일본 청소년의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는 5.3명으로 40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청소년 자살률(사진=세계보건기구,WHO)
아시아 국가들의 청소년 자살률(사진=WHO)

 

아시아 국가들의 출산율 증감 전망(사진=UN World Population Prospects)
아시아 국가들의 출산율 증감 전망. (사진=UN World Population Prospects)

인도는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높은 청소년 자살율을 보이고 있다. WHO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청소년 인구 10만 명당 11.2명이 자살로 사망했으며, 특히 여성의 수치가 남성의 7.8명보다 2배 가까이 많은 15명으로 매우 높았다.

방글라데시와 태국도 지난해 10대 자살률이 각각 6.2건과 5.6건으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일본, 한국, 싱가포르와 같은 선진국들은 각각 4.8명, 4.4명, 3.7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동남아시아 신흥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은 청소년 자살률은 각각 2.0명, 1.9명, 1.8명으로 낮았다.

아시아 지역에서 높은 청소년 자살률을 보이는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UN의 세계인구전망 보고서(World Population Prospects)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15~2020년 사이 30년 동안 싱가포르는 1.70에서 1.21로, 일본은 1.65에서 1.37로, 태국은 2.30에서 1.53으로, 한국은 1.57에서 1.11로 각각 출산율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출산율이 낮은 국가에서 자살율이 높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심리적 압박’을 꼽는다. 싱가포르의 임상 심리학자 발레체트(Carol Balhetchet)는 “자녀들의 수가 줄어들면서 부모가 아이에게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면서 “아이를 적게 낳는 경향이 이어지면서 아이들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받았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 소셜 미디어 영향과 학업 스트레스 

한편,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최근 발생하는 청소년 자살에서 중심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올해 말레이시아에서는 16세 청소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자신이 살아야 하는지 죽어야 하는지 묻는 설문조사를 올린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의 응답자들이 ‘죽어야 한다’고 투표했다고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비영리단체 Befrienders는 높은 비율의 청소년 자살이 디지털 미디어의 증가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Befrienders의 이사 아디 아야달리(Ardy Ayadalil)는 니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직접 대화하기 보다는 디지털 기기 뒤에 숨어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고립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자살 원인으로 가장 자주 지목되는 원인은 역시 학업 스트레스다. 지난해 일본 청소년 자살의 가장 큰 원인도 학교 문제였다. 싱가포르의 학교 경쟁은 치열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2016년에는 싱가포르에서 11살 학생이 자살로 사망해 크게 논린이 된 바 있다.

’싱가포르의 사마리아인들’ 수석 부국장 왕 라이 춘(Wong Lai Chun)은 ”오늘날, 완벽에 대한 끈질긴 추구는 우리의 10대들을 그들 이전의 세대들이 직면하지 못했던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들에 노출시킨다”며 청소년 자살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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