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부정 이슈로 아시아나항공 매각 ‘돌발’
-에어부산 지연 사태로 기업 가치 하락 우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전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전 회장.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돌발 상황을 맞았다.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부정 이슈가 터졌기 때문이다. 에어부산이 정비사 없이 운항해 나고야 주부공항에서 출발하는 김해공항 도착 비행기가 무려 6시간이나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 탑승해야 할 정비사 없이 출발해버린 에어부산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자금난으로 인해 매물로 내놓은 아시아나항공에 악재가 드리운 셈이다. 가뜩이나 뒷말이 무성한 매각 시나리오에 이번 일이 엎친데 덮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주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16일 에어부산과 김해공항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40분 일본 나고야 공항에서 부산 김해공항으로 출발 예정이던 에어부산 BX131편의 운항이 6시간 지연됐다. 당시 130명의 승객은 긴 시간동안 일본 나고야 공항에서 발이 묶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사는 ‘안전 점검’을 지연 사유로 알렸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나고야 공항에 에어부산 항공기 전담 정비사가 없어 이륙 전 기내에 전담 정비사를 탑승시켜야했다. 당시 운항 스케줄 착오로 인해 정비사를 태우지 않고 이륙했다”면서 “뒤늦게 상황을 파악해 일본 상주 정비사를 물색했다. 가장 가까운 위치(후쿠오카 공항)에 있던 정비사를 일본의 국내선을 이용해 나고야 공항을 불러 정비를 했다”고 지연 사유를 설명했다. 항공사의 기본적인 안전 점검 관리가 허술해 승객의 불편을 초래한 셈이다.

에어부산 측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항공 운임을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항공기 운항 전 정비는 필수적인데 정비사 인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여파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단면적으로 봤을 때 위법성이 명백히 없더라도 항공사의 잘못으로 인한 승객의 안전 우려는 물론 시간적 손해가 발생한 만큼 관계 당국인 국토교통부의 관리 감독과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부산 여객기 (기사 내용과 무관=에어부산)
에어부산 여객기. (사진은 기사와 무관=에어부산)

◆ 매각 앞두고 걸림돌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자회사

에어부산은 같은 저가 항공사(LCC)인 에어서울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주력 계열사였지만 자금난 문제로 매물로 나온 상태다. 박 회장의 무리한 기업 인수합병이 자금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박 회장은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경영권을 내려놨다.

자금난으로 피치 못해 회사를 내놓은 만큼 시장에서 매력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시점에 자회사가 재를 뿌리게 된 셈이다. 박 회장의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IDT 등을 함께 매각하는 ‘통매각’을 고수하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아울러 LCC가 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보다 오히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더 좋게 본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자금난을 해결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선 좋은 조건에 매각하기에 충분할 수 있다. 또 인수자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자금 부담을 느끼게 될 경우 자회사를 따로 매각하는 분리 매각 시나리오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 발생한 에어부산의 지연 사태로 인해 향후 매각 과정에서 기업의 시장 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건 발생 시기는 공교롭게도 국회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물의를 일으킨 에어부산에 제재를 가하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 본사 (사진=연합뉴스)
금호아시아나 본사.

◆‘사면초가’ 금호아시아나, 에어부산 논란 선긋기?

금호아시아나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있어 에어부산 이슈는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흘러가는 상황을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일단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무려 2조원에 가깝다. 성장가치가 높은 LCC와 국내 항공운송업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던 아시아나항공의 브랜드 무게에 힘을 실어주더라도 막대한 부채를 떠안을만한 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다. 매각을 앞두고 좋은 소식만 나와도 모자란 상황에 부정 이슈는 타격이 갈 수 밖에 없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44.2%),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한 후보들은 애경그룹,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등이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대기업의 불참 소식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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