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을이 시커멓게 석탄가루로 덮혀
매장량 풍부한 노천탄광이 원인
주민 10여명, 유튜브에 나와 호소
 2050년까지 수천만명 환경난민 예상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러시아 시베리아의 한 석탄도시 주민들이 캐나다 트뤼도 총리에게 ‘환경난민’으로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온 동네가 검은 석탄으로 오염되고 시커먼 눈이 내리자 ‘환경난민’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지만, 아직 국제적으로 ‘환경난민’의 정의가 정해지지 않아 난민으로 받아들여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캐나다의 CBC뉴스가 보도했다.

니키티나 이리나 알렉산드로브나(Nikitina Irina Alexandrovna) 등 키세리요프스크(Kiseryovsk) 주민 10여 명은 지난 6월 유튜브에 나와 공개적으로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환경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튜브에 나와 호소하는 주민들.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나와 호소하는 주민들. (사진=유튜브 캡처)

20만 명이 시청한 이 유튜브에서 마을 여성들은 “이 순간 러시아에는 끔찍한 생태환경이 전개된 지역이 있다, 개방형 탄광이 이러한 생태학적 재앙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영상에는 대부분 여성들이 야외에서 교대로 종이 한 장에 담긴 참혹한 증언들을 읽어 내려갔다. 그들의 목소리는 바람 때문에 들리지 않고 일부는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어느 순간 알렉산드로브나는 아주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키세리요프스크를 가스실에 비유한다.

주민 울리야 게나디예브나 비트젠코(Uliya Gennadievna Vitzenko)는 “우리는 거의 겨울 내내 석탄으로 숨을 헐떡이며 아이들을 지치게 했다”고 밝혔다.

이 마을의 상황은 지난 2월 러시아 TV에서 ‘종말론 이후’라고 묘사한 어두운 눈더미와 더러운 고드름의 영상이 퍼지면서 전국적인 뉴스가 되었다. 7월 러시아 페미니스트 펑크 그룹인 푸시 라이오트(Pussy Riot)는 ‘블랙 스노우’라는 곡을 발표했다. 

검은 석탄가루를 뒤집어 쓴 마을. (사진=유튜브 캡처)
검은 석탄가루를 뒤집어 쓴 마을. (사진=유튜브 캡처)

환경난민이라는 용어는 최근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지만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난민’이라는 용어는 국제법상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유엔의 1951년 난민 지위 관련 협약은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단체 회원 또는 정치적 견해 때문에 박해를 당할까봐 국제적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으로 규정할 뿐이다.

인구 9만 명의 도시 키세리요프스크는 쿠즈바스(Kuzbass)라고 불리는 지역인 ‘러시아의 석탄 심장’ 안에 위치한다.

칼리닌그라드에 본부를 둔 환경단체 에코디펜스(Ecodefense)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쿠즈바스 지하 광맥에는 소련 시대부터 채취한 석탄 725억 톤이 묻혀있고, 현재 러시아 공급량의 60%를 생산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러한 위치 때문에 쿠즈바스의 건강과 안전을 잃었다고 말한다. 유튜브 영상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4명의 엄마인 한 여성은 “우리 지역은 높은 질병 발생률을 보인다”고 말했다.

에코디펜스에 따르면, 쿠즈바스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젊은 나이에 죽는다. 전국 평균과 비교했을 때 암, 결핵, 신생아 선천성 기형 등 15종의 질병이 높은 비율을 나타낸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쿠즈바스의 5개 도시 중 키세리요프스크는 가장 공기질이 나쁜 도시였다. 당시 이 지역의 식수가 금속으로 오염된 것을 발견했으며, 식품에는 납, 카드뮴, 수은, 비소의 ‘과도한 농도’가 붙었다.

쿠즈바스의 불행은 지하 터널이 아닌 지표면에서 석탄을 추출하는 개방형 광산의 산물이다. 석탄행동네트워크(Coal Action Network)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의 석탄 채굴사업은 70~80%에 이른다.

그 후 키세리요프스크 주민의 더 많은 호소가 유튜브에 올랐는데 그 중 한 사람은 푸틴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했다.

캐나다 트뤼도 총리 대변인은 첫 번째 동영상에 대해 “특정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모스크바 주재 캐나다 대사관에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지만, 대사관은 서신을 공개하지 않았다.

키세리요프스크 마을 위치. (사진=위키피디아)
키세리요프스크 마을 위치. (사진=위키피디아)

난민으로 인정받으려면 주민들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 같은 기관을 통해 신청해야 하지만, 고국에 남아 있는 동안 난민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실적으로 시베리아 주민들이 난민, 이주민, 혹은 실향민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샤리 아이켄(Sharry Aiken) 퀸즈 대학 법대 교수는 “우리의 법과 정책이 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환경난민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월드뱅크는 2050년까지 기후변화 난민이 수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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