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넘 앤 메이슨, 라파예트, 해러즈 백화점 등 중국 진출
-유럽 명품시장 먹여살리는 ‘중국 Z세대’
-매킨지 “중국 소비자에게 잘 보이고, 딱 붙어있어야”

포트넘 앤 메이슨 런던 매장. (사진=포트넘 앤 메이슨)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영국에서도 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고급 식료품 백화점 ‘포트넘 앤 메이슨’은 늘 고급 홍차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곳은 정기적으로 영국 왕실 버킹엄 궁전에 차와 잼, 마멀레이드 등을 공급할 정도로 고급 식료품만 취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한 포트넘 앤 메이슨이 처음으로 해외에 독립형 매장을 오픈한다. 

그 대상은 바로 홍콩이다. 홍콩 빅토리아 항구 인근에 약 26억 달러를 들여 650㎡가 넘는 면적의 대형 매장을 짓고, 이달 중 매장을 열 예정이다. 포트넘 앤 메이슨은 홍콩을 발판으로 이사이 관광객들을 공략한다는 포부다. 특히 중국 본토 관광객이 그 대상이다. 포트넘 앤 메이슨 역시 신세계백화점을 중심으로 서울에도 몇 개의 매장이 있지만, 백화점이나 쇼핑몰 내부가 아닌 외부에 독립된 공간에 매장을 내는 사례는 이번이 최초다.

사실 명품시장을 비롯하여 유럽 각지의 사치품 시장이 중국 시장에 의존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샤넬이나 구찌 등의 명품 소비 역시 홈그라운드인 유럽에서는 별 힘을 못 쓰는 반면, 매출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해외 명품 백화점이나 브랜드의 중국 시장 진출도 그다지 낯설지 않다. 

프랑스 파리의 고급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는 오는 23일 상하이 푸둥에 중국 2호점을 낸다. 2013년 베이징에 1호점을 낸 지 약 6년 만이다. 이름도 중국식으로 ‘부처’라는 뜻으로 라오포예(老佛爺)라고 지었다. 라파예트는 현재 전 세계에 66곳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60곳은 프랑스에, 나머지 6곳은 베를린(독일), 카사블랑카(모로코), 자카르타(인도네시아), 두바이(아랍에미리트), 그리고 베이징과 상하이에 있다. 해외 매장의 3분의 1이 중국에 몰려있다. 라파예트는 2025년까지 10개 신규 백화점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영국 런던의 고급 백화점인 ‘해러즈’ 역시 베이징에 ‘애프터눈 티’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 이외에 유일한 해외 매장이다. 글로벌 편집숍 ‘도버스트릿마켓’도 지난해 베이징에 매장을 오픈했다.

유럽 명품 백화점이나 브랜드가 중국으로 진출하는 이유는 하나다. 14억 중국인, 특히 ‘Z세대’라 불리는 젊은 소비층의 구매력이 핵심이다. 실제로 프랑스 파리 오스만 거리의 라파예트 백화점과 런던 나이츠브리지의 해러즈 백화점을 찾는 손님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이다.

실제로 컨설팅업체 매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소비에서 중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에는 전체 3조1170억 위안 가운데 1조2270 위안으로 39.4%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OC&C는 중국 ‘95허우(95後, 1995년 이후 출생자)’ 세대, 즉 Z세대가 소비가 전체 가구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 젊은층 소비가 전체 가구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했다. 중국 젊은 층 대부분이 외동자녀로 자라서 구매력도 크다는 설명이다.

파리의 라파예트 백화점. (사진=라파예트)

◆ 중국진출 성공하려면 ‘사랑에 빠져야’

물론 중국인의 지갑만 열겠다고 무작정 중국 시장에 달려들어선 낭패를 맛보기 십상이다. 중국 시장과 ‘사랑’에 빠져야 한다고 마케팅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기업들로선 중국인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일부 고급 명품 브랜드들은 여전히 중국 문화를 조롱하고 있으며, 중국 문화의 다채로움과 정교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서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돌체앤가바나가 지난해 중국인 모델이 스파게티와 피자를 젓가락으로 힘들게 먹는 광고로 중국을 모욕했다는 비난에 휩싸여 보이콧을 당한 게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최근 중국 젊은 층을 중심으로는 애국주의 소비 성향도 짙어졌다. 단순히 유럽 디자인이나 명품을 넘는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때 일본 다카시마야 같은 고급 백화점도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다카시마야 상하이 매장은 지난해 9억 엔 등 7년째 적자를 이어가다 결국 문을 닫았다. 

이에 매킨지는 최근 “글로벌 브랜드들의 필수 생존원칙은 중국 명품 소비자들에게 잘 보인 다음, 중국 시장에 붙어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의 젊은 명품 소비자는 과거 유산보다는 앞으로 열망에 관심이 많다”며 “명품 브랜드들은 그에 맞춰 스토리를 현대화하고 젊은 소비자들이 해당 브랜드의 VIP라고 느끼도록 한정판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품을 향한 중국 젊은 세대의 욕구는 중국 경제 성장세의 급격한 둔화, 새 자동차와 휴대전화기 같은 물품의 수요 감소 속에서도 여전하다며 업황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라파예트 글로벌사업 책임자 필립 페돈은 최근 “프랑스식 촉감(touch)이나 프랑스식 ‘삶의 기쁨(Joie de vivre)’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점점 더 세련미를 추구하는 중국인들로 하여금 그걸 깨닫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쇼핑과 감성이 어우러지는 체험을 제공하고 손님이 맛있는 식·음료를 옵션으로 제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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