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 열린 제 7차 아프리카개발회의.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누가 뭐라고 해도 현재 일본의 지상과제는 ‘과거의 경제적 위상을 회복하는’ 일이다. 한국을 향한 경제보복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계획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에는 중국과 맞붙기 시작했다. 그런데 싸움터가 아프리카다. 말하자면 중국의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는 곳이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아프리카의 최대 투자국이었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펼치기 전부터 이미 중국은 우간다에 도로를, 수단에 댐을, 나이지리아에 전력망을, 그리고 에티오피아에 회의장 등을 건설하고 있었다. 나이지리아 등에서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두려워하는 나머지, 반대로 중국의 확장 정책을 ‘새로운 식민주의’로 간주하여 우려를 보내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일본은 오랫동안 아프리카에 거액을 쏟아붓는 데 소극적이었다. 일찍부터 민관의 적극적인 투자로, 최근 중국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요지부동인 동남아 지역과 정확히 반대인 상황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본에도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베 총리 역시 최근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최된 '제7차 도쿄아프리카개발회의‘에 참석한 20명이 넘는 아프리카 정상들을 향해 “일본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을 돕기 위해서 필요한 무슨 일이건 다하고, 아프리카의 성장과 발전을 촉진할 수 있게 돕겠다”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아프리카 정상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아베 총리는 향후 3년 동안 아프리카에 200억 달러(약 24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는 데도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분명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중국과 비교하자니 역시 아쉽다. 중국의 투자액 700억 달러(정부 600억 달러+기업 100억 달러)와 비교해서 일본의 투자액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 전문가는 “아베 총리는 의도치 않게 전 세계에 일본이 왜 계속해서 중국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지를 상기시켜준 꼴이 됐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아무리 일본이 여전히 자국의 경제적 위상을 선전한다한들,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투다. 
 
물론 200억 달러만으로도 중국과의 투자액 차이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은 아프리카 관련 대출 등을 포함해서 여러 일본 기업들에게 여러 가지 금융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지난 8월 말 도요타는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괄목할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코트디부아르에 대형 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

닛산은 나이지리아와 케냐와 가나에 공장을 세우고 있고, 혼다도 나이지리아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는 이들의 투자로 일자리의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내심 중국과 일본의 ‘경쟁적 투자’를 원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2017년 기준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일본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18억 달러(2조1500억 원)로 40억 달러(4조8000억 원)가 넘는 중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에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아프리카와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려면 투자 말고도 다른 일도 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일본 시장을 아프리카에 개방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유럽연합(EU)에 자국 시장을 개방한 예시를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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