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칙술루브 대충돌 바위 분석
바위 녹아 유황가스 대기 중 확산
장기적인 대기오염으로 공룡멸종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6,600만년 전, 지구는 정말 나쁜 날을 보냈다. 어마무지하게 큰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다. 소행성의 크기는 최소 10km에서 최대 81km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이다. 이 비극적인 소행성 충돌의 흔적은 지금 멕시코 칙술루브(Chicxulub) 인근 해안에 남아있다. 이 사건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75%를 죽게 한 대멸종의 물결을 촉발시킨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칙술루브 대충돌의 흔적을 찾으려는 다양한 연구가 이뤄졌는데, 가장 최근에는 해저 500m에서 1,300m 깊은 곳에서 추출한 샘플들이 증거자료에 합류했다. 소행성이 직접 떨어진 그 지점 아래에 구멍을 뚫어 내려가는 힘든 작업 덕분에 지질학자들은 그 비극적인 운명의 날에 일어났던 일을 재구성했다.

대충돌 장면을 그린 상상화. (사진=NASA)
대충돌 장면을 그린 상상화. (사진=NASA/Don Davis)

그리고 예상대로 아주 극단적이었다. 바위는 녹아내리고, 숯이 나오고, 엄청난 쓰나미가 일어났다. 원자폭탄 100억개 정도의 충격이 몰아쳤으며, 바위에 포함된 유황은 모두 증발돼 대기중으로 사라졌다. 대기를 뒤덮은 유황은 전세계를 질식으로 몰아넣어 지구적인 멸종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탐사 연구를 진행한 텍사스 대학의 지구물리학자 숀 굴릭(Sean Gulick)은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지점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건들의 확대판"이라고 설명했다. 그라운드 제로는 핵폭탄 폭발지점이나, 2001년 비행기 자살 테러로 붕괴한 뉴욕 세계무역센터 사건 지점을 말한다. 

이 소행성 충돌은 최고 수백m나 치솟은 쓰나미를 일으키면서, 소행성 충돌로 생긴 분화구에 암석과 흙을 다시 쏟아 부었다. 불과 하루 만에 약 130m 두께의 물질이 퇴적되어 충돌 후 처음 몇 분에서 몇 시간 만에 분화구 주변 지역의 환경 기록을 보존했다.

충돌 현장은 불타는 지옥 풍경이었다. 그 후, 지구가 얼어붙으면서  백악기 종말을 알리는 대멸종사건과 날지 못하는 공룡의 죽음을 초래했다. "그날 공룡들이 모두 죽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공룡들이 죽었다"고 굴릭은 말했다. 

숀 굴릭 교수(오른쪽)와 조안나 모건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대학 교수.(사진=텍사스 대학)

이 소행성의 충돌로 2차 대전 때 사용된 원자폭탄 100억 개의 규모의 파괴력이 발생하면서 수천 km 되는 숲을 불바다로 만들고 현재의 미국 일리노이 주까지 도달한 쓰나미를 일으켰다. 

쓰나미 물이 빠지면서 토양 곰팡이가 있는 흙과 불에 탄 나무에서 나온 숯 등 많은 물질을 다시 분화구로 끌어들였다. 이러한 사건들은 이미 근처의 생태계에 극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한 일이 대충돌 이후에 발생했다.

이번 암석발굴에서 특이한 점은 분화구 주변에서 발견된 바위에서는 유황이 풍부하게 들어있었지만, 분화구 중심에서 발굴한 바위에서는 있어야 할 것으로 예상되던 유황이 함유된 광물이 눈에 띄게 부족했다.

칙술루브 충돌지점에서 채취한 암반.(사진=텍사스대학)
 칙술루브 충돌지점에서 채취한 바위. (사진=International Ocean Discovery Program)

이것은 암석들이 충격에 의해 기화되면서 엄청난 양의 황산 가스를 대기 중으로 배출했으며, 대기에서 황산 가스가 태양빛을 차단하여 몇 년 동안 지구의 온도를 극적으로 냉각시켰다는 것을 암시한다. 연구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약 3,250억t의 황이 분출되었다. 이는 1883년 크라카토아 폭발 당시 분출된 황화석보다 수 만배 높은 수치다.

과학자들은 진짜 살인자는 유황이었다고 생각한다. 소행성 충돌로 충돌지역 주변에 단기간에는 큰 재앙이 발생했지만, 대기를 가로막은 유황에 의한 대기변화는 더 오래 동안 지구 전역에 걸친 대멸종을 불러왔다. 

“진짜 살인자는 대기에서 일어났다”고 굴릭은 말했다. “이렇게 세계적인 대량 멸종을 당하는 유일한 방법은 대기 효과뿐이다”고 글릭은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립과학원회보(PNAS) 저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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