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3분의 1이 이민 원한다

브라질 시내의 모습. (사진=bbc)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사실상 헌정질서가 붕괴한 베네수엘라에서는 대규모의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공식적으로 지난해에만 ‘정권에 대한 도전’을 이유로 5287명을 처형했음을 시인했다. 인플레이션은 무려 270만%에 달한다. 빈곤으로 시민들의 몸무게는 평균 11kg가 빠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4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국외로 빠져나간다.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그리고 과테말라의 사정도 비슷하다. 그들 역시 빈곤과 치안 악화로 시름하고 있다. 국내외의 인신매매단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기세등등하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들 국가에서 고국을 등지는 이들의 행렬이 최근 미국에서 불고있는 남부의 국경갈등의 주요 이유라고 보도했다. 

이에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은 이에 최근 15개의 중남미 국가를 표본으로 이민통계를 집계했다. 2010년에는 19%의 사람들이 이민을 원한다고 답했으나 2018년 이 수치는 31%로 치솟았다.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수치와 큰 차이가 없다. 

많은 이들은 신변의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 2017년 브라질에서는 6만3880건의 살인 건수가 집계되었다. 조직화된 갱들 간의 다툼이 대대적으로 불거졌던 시기였다. 브라질에서는 이 시기 ‘이민을 가고 싶다’라고 응답한 이들의 비율이 33%까지 올랐다. 10년 전과 비교해 3배나 증가한 수치다. 콜롬비아와 비슷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2016년 평화협정이 폐기된 이래 현재 정부군과 FARC 게릴라군과의 전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치안이 전시상황인 국가와 비슷하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경제침체는 말할 것도 없다. 2010년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6%을 기록하며, 세계평균을 상회했다. 그러나 이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부진함에 따라, 중남미 전체의 성장도 잇따라 둔화되었다는 해석이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같은 시기 멕시코의 성장성이 부진하고 성장동력도 약화되었다”며 이와 같은 힘을 보탰다. IMF에 따르면 올해 중남미 전역의 경제성장률은 1%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떠나고 싶은 지역이 되어가고 있다. (자료=이코노미스트 갈무리)

부패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 전반에서 드러나는 현상이다. 최근 브라질에서는 라바 자토(Lava Jato) 감사가 화제다. 몇몇 대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유력 정치인들에게 뇌물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혐의다. 페루의 전 대통령인 알란 가르시아는 4월 부패혐의에 이은 체포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목슴을 끊기도 했다. 최근 중남미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현 민주주의 시스템에 만족하는가’에 대한 조사에서는 2010년 52%에서 2018년 71%의 응답자가 현 체제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현재 만연하고 있는 일대의 포퓰리즘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반응이라는 해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실과 부패에 대한 염증이 이른바 ‘메시아적인 지도자’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했다. 작년 집권한 브라질의 보우나소루와 멕시코의 오브라도르가 그 예이다. 그나마도 보통선거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면, 중남미 지역은 벌써 권위주의가 횡횡하던 시절로 돌아가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2017년 기준 중남미 일대의 민주주의 지수. 우루과이만이 안정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자료=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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